정용기 전 자유한국당 의원, 한국지역난방공사 사장 내정
“직무수행계획서, 공사 연혁과 최근 경영환경으로만 채워”
“국회의원∙자치단체장 등 경험∙역량, 경영 환경 타개에 도움”

한난 본사 전경. (사진=한난 제공)
한난 본사 전경. (사진=한난 제공)

[이넷뉴스] 정용기 전 자유한국당 의원이 한국지역난방공사 사장으로 내정된 가운데, 그를 둘러싼 평가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에너지 분야 전문성이 결여됐다는 평가와 국회의원∙자치단체장 등을 두루 역임한 다양한 경험과 업무 능력이 경영 환경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평가가 엇갈리고 있는 것.

지난 15일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정일영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 인천 연수을)이 한국지역난방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정용기 전 자유한국당 의원의 직무수행계획서에 따르면, 그가 제출한 5매 이내의 직무수행계획는 현재 난방공사의 연혁과 최근 경영환경으로만 채워진 것으로 나타났다. 정일영 의원은 현황 나열에 이어 ‘효율’ 또는 ‘효율화’ 단어 하나만을 추가해 형식만 맞추는 수준에 불과한 직무수행계획서라고 꼬집고 있다.

기관장 후보자의 직무수행계획서는 후보가 직접 해당 공공기관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구체적 업무 계획과 운영 방향을 기술하는 서류다. 후보의 경영 철학이 담긴 만큼 공기업 사장 채용 과정의 핵심서류로 꼽히고 있다.

정용기 전 의원이 제출한 직무수행계획서. (자료=정일영 의원실 제공)
정용기 전 의원이 제출한 직무수행계획서. (자료=정일영 의원실 제공)

그러나 정 전 의원이 제출한 직무수행계획서를 살펴보면, 정 전 의원은 한국지역난방공사 사장 후보자로서 제시하는 비전과 경영전략을 기존 공사의 비전과 전략에 ‘효율’이라는 단어 하나만 추가하는 수준에 그쳤다.

실제 정 전 의원은 A4 용지 1쪽 반가량을 공사 연혁, 경영환경, 비전을 나열한 뒤, <공모자 의견>란에 ‘경영효율화의 의지를 담는다’는 명분 아래 ‘효율’이라는 단어 하나만을 추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3페이지 정 전 의원이 제시한 <경영 목표와 전략>란에도 현재 공사의 경영목표만을 나열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효율화 지표 개발’이라는 단어가 다시 한번 추가됐다. <경영 전략 방향 및 과제>에는 ‘최선을 다하겠다’는 포부만 추가되는 등 현황으로만 직무수행계획서를 채운 것으로 나타났다.

또 정 전 의원은 윤석열 정부의 기획재정부가 추진하는 경영효율화 방안인 ▲자산 매각 ▲투자계획 연기 ▲인력 및 조직 효율화 등의 방안을 나열한 뒤, 이에 대해 ‘최선을 다하겠다’라고만 기재하기도 했다.

정일영 의원 측은 정 전 의원이 에너지 관련 경험이나 전문성이 전무하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국회의원을 지낸 경우, 과거 관련 상임위원회 경력 등을 전문성으로 내세우기도 하지만, 정 전 의원의 경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토교통위원회, 안전행정위원회(현 행정안전위원회) 등 에너지 관련 상임위 경력은 단 한번도 없었다는 것.

정일영 의원은 “세계적 에너지 대란의 상황 속에서 에너지 공기업의 책임 경영과 혁신은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임에도, 끊임없는 에너지 공기업 낙하산 인사 논란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단순히 이전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정책에 반대했다는 이유만으로, 에너지 관련 기관들에 비전문성 인물들을 임명하는 것이 아닌지 철저히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용기 전 의원. (사진=정용기 전 의원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정용기 전 의원. (사진=정용기 전 의원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이에 대해 한국지역난방공사 관계자는 <이넷뉴스>와의 통화에서 “한국지역난방공사 사장 내정자의 국회의원, 자치단체장, 주요 정당 정책위원회 의장 등을 수행한 경험과 역량이 기관의 어려운 경영 환경 등을 타개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실제 정 전 의원은 1992년 민주자유당 중앙사무처 공채1기로 정계에 입문해 한나라당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부위원장, 제9·10대 대덕구청장, 제19대·20대 국회의원, 자유한국당 최고위원 등 정계 주요 직책을 두루 맡았다. 지난 2017년 기획재정부의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30% 이상 삭감 추진에도 난항 끝에 250억 원의 지역예산 확보를 이끌어내 지역 발전을 이끈 인물로 평가되기도 한다.

[이넷뉴스=임효정 기자] im@e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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