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사상 최대 석탄발전 수치 기록
유럽, 석탄발전소 사용 연장 시사
중국, 경기회복 위해 올해 석탄 7% 증산 방침
인도네시아, 태양광은 대량 수출···자국 내 석탄 사용

전 세계가 재생에너지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석탄발전 비중도 내려가지 않고 있다. (디자인=이넷뉴스, 사진=픽사베이)
전 세계가 재생에너지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석탄발전 비중도 내려가지 않고 있다. (디자인=이넷뉴스, 사진=픽사베이)

[이넷뉴스] 지구는 이 순간에도 점점 더 뜨거워지고 있다. 세계 각국이 지구를 지키는 온도 '1.5℃' 제한을 위해 탄소중립을 약속했다. 에너지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석탄발전 비중 역시 여전히 내려갈 줄 모른다. 지난해에는 되려 급증했다.

◇ IPCC “현재의 국가별 목표와 정책은 기후위기 대응에 실패할 것이 명백”

세계 각국이 탄소중립을 위해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실제 세계 석탄 발전은 지난 한 해 동안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는 지구 온도 상승 폭과 관련해 인류의 안전 및 생태계 보전이 확보되는 한계선으로 1.5도(°C)를 제시한 바 있다. 많은 국가들이 기후정책을 개선했다. 하지만 어떤 국가도 1.5°C 목표 달성을 위해 필요한 속도로 배출량을 줄이지 못하고 있다.

IPCC는 지금까지 전세계가 내놓은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로는 21세기 내에 1.5도 상승을 제한하긴 어렵다고 경고했다.(사진=픽사베이)
IPCC는 지금까지 전세계가 내놓은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로는 21세기 내에 1.5도 상승을 제한하긴 어렵다고 경고했다. (사진=픽사베이)

1.5°C를 초과하는 온난화를 피하려면 전 세계 화석연료 사용이 2050년까지 현재 대비 10분의 1 수준까지 줄어들어야 한다. IPCC는 지금까지 전세계가 내놓은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로는 21세기 내에 1.5도 상승을 제한하긴 어렵다고 경고했다. 현재까지 시행된 정책이 지속된다고 가정했을 때 2100년 지구의 온도는 3.2도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영국의 기후·에너지 싱크탱크 '엠버'가 지난달 30일 발표한 ‘국제 전력 리뷰 2022’ 보고서에 따르면,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증가에도 불구하고 석탄은 여전히 최대 발전원의 위치를 확고히 하고 있다.

지난해 전 세계 석탄 발전량이 전년도보다 9% 급증하며 석탄발전 비중은 35.3%에서 36.5%로 올라갔다. 직전 최고치인 2018년(9838테라와트시(TWh))을 뛰어넘는 역대 최고치다. 세계 1·2위 석탄발전 대국인 중국과 인도가 석탄 발전량을 크게 늘리고 인도네시아, 카자흐스탄, 몽골, 파키스탄, 필리핀과 같은 아시아 국가들이 사상 최대 석탄발전 기록을 세운 데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다.

우리나라 역시 전체 발전량의 64%를 화석연료에 의존하고 있다. 국내 석탄발전소는 2021년 4월 기준, 56기가 가동 중이며 추가로 7기의 석탄발전소가 건설되고 있다. 국제 환경단체 그린피스는 지난 22일, 우리나라에 경고장을 보냈다. 더 높은 수준으로 탄소배출량을 줄이라는 요구다.

(사진=픽사베이)
지난해 전 세계 석탄 발전량이 전년도보다 9% 급증하며 석탄발전 비중은 35.3%에서 36.5%로 올라갔다. (사진=픽사베이)

◇ 석탄 감축 노력에 동참하겠다던 유럽의 태세 전환

특히 주목되는 것은 탄소중립에 앞장섰던 유럽에서도 석탄발전이 증가했다는 점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 석탄·석유·천연가스 의존도가 높은 유럽 국가들은 ‘탈탄소’ 에너지 전환 정책을 수정하고자 하는 움직임을 잇달아 보이고 있다. 2050년 탄소중립을 선도 중인 유럽에 닥친 에너지안보 위기로 인해 전 세계 기후위기 대응에 ‘적신호’가 켜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폴란드 정부가 2049년 이후에도 석탄발전을 유지할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 2049년까지 자국 내 모든 발전용 석탄 광산의 문을 닫겠다고 했던 약속의 수정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이런 움직임을 보인 건 폴란드뿐만이 아니다. 독일 정부 역시 애초 2030년까지 폐쇄하려던 석탄발전소 사용을 연장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탈리아도 입장을 번복했다.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총리는 2025년까지 석탄발전을 퇴출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전력 부족 사태 발생 시 석탄발전 재개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디터 헬름 영국 옥스포드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유럽은 러시아산 가스의 빈자리를 결국 석탄으로 채우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 석탄 생산량 1위 중국 또 늘려

'탄소 최대 배출국' 중국의 지난해 석탄 생산량은 사상 최고 수준인 40억7,000만 톤(t)이다. 전 세계 석탄 발전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54%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 정부는 또 다시 석탄 생산량을 늘릴 계획이다.

미국 AP통신은 중국 정부가 둔화 조짐을 보이는 경제를 되살리고자 올해 석탄 생산과 석탄 화력발전을 늘리기로 했다고 지난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AP통신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올해 석탄 생산량을 3억 t 늘리기로 했다. 이는 지난해 생산량 41억 t의 7%에 해당하는 규모다.

중국이 그동안 풍력·태양광 발전에 대규모로 투자해왔으나, 지난해 4분기 경제 성장세가 꺾이고 석탄 부족으로 주요 산업지역의 단전과 공장 가동 중단 사태가 벌어지자 다시 석탄 화력발전으로 눈을 돌리게 됐다는 분석이다.

중국은 석탄의 세계 최대 생산국이자 소비국이다. 석탄 화력발전은 향후에도 중국 전력의 60%가량을 공급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당국의 이런 방침으로 인해 중국의 탄소배출 감축 노력이 차질을 빚을 우려가 커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픽사베이)
석탄 화력발전은 향후에도 중국 전력의 60%가량을 공급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픽사베이)

◇ 인도네시아, 재생에너지는 수출하고 자국 내에선 석탄 쓴다?

‘탄소중립’ 정책은 선진국뿐만 아니라 개발도상국도 공동으로 나아가야 할 분명한 지향점이다. 특히 인도네시아는 적도 부근에 위치하고 있어 동남아 국가 중 가장 큰 신재생에너지 잠재력을 보유한 국가다. 하지만 아직 인도네시아 전력소비량에서 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적다.

상대적으로 발전비용이 저렴한 재래식 발전(석탄, 가스, 디젤)은 인도네시아 에너지 믹스에서 여전히 큰 비중(85.6%)을 차지하고 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에 따르면 약 464기가와트(GW)로 추산되는 잠재 신재생에너지 보유량 대비 실제 활용(발전 용량)은 10.5GW(2.3%)이며, 동남아 국가 중 신재생에너지 발전 용량이 가장 높은 베트남(35.6GW) 대비 30% 수준에 불과하다.

에너지 전문 시장조사기관인 블룸버그NEF는 인도네시아 내 싱크탱크가 이론적으로 추정한 바에 따르면, 자국 내 태양광 발전으로 2000만㎿의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고 지난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전 세계 태양광 발전량을 모두 합한 양보다 두 배 이상 많다.

인도네시아는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51.6%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실제로 인도네시아 내에서는 전체 전력생산량을 능가할 거대 태양광발전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태양광 전기 사용량은 제자리다. 인도네시아에서 생산된 태양광 전기는 인접한 싱가포르로 대량 수출되고 있다. 인도네시아 태양광발전 프로젝트는 3,300메가와트(㎿)인 반면, 싱가포르에 수출할 목적으로 진행되는 프로젝트의 전력량은 1만3,400㎿ 수준이다.

이는 석탄발전을 주요 전원으로 사용해온 인도네시아의 전력망이 이미 꽉 차 있기 때문이다. 블룸버그NEF에 따르면 인도네시아는 2015년부터 신규 발전소 건설을 추진했으나 석탄발전과 충돌 문제로 태양광 소비 확대 계획이 지연되고 있다.

석탄이 내뿜는 탄소는 전력 1㎾h당 991g으로 석유(782g)·천연가스(549g) 등 다른 화석연료보다도 높다.(디자인=이넷뉴스, 사진=픽사베이)
석탄이 내뿜는 탄소는 전력 1㎾h당 991g으로 석유(782g)·천연가스(549g) 등 다른 화석연료보다도 높다. (디자인=이넷뉴스, 사진=픽사베이)

◇ 지구 온도는 이미 1.1도 상승···탈석탄 기조 역행하나

석탄 생산량 확대와 관련해 일각에서는 지구온난화의 문제를 외면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석탄이 내뿜는 탄소는 전력 1킬로와트시(㎾h)당 991그램(g)으로 석유(782g)·천연가스(549g) 등 다른 화석연료보다도 높다. 2018년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지구 기온이 1도 오를 때 석탄이 타면서 나오는 이산화탄소가 30% 이상의 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지난해 11월 제 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141개 참가국은 이를 위해 석탄발전의 단계적 감축, 국가 온실가스 감촉목표(NDC) 상향 등을 약속했다. 탄소중립에서 탈석탄이 갖는 의미가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석탄의 위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아 탄소중립 역시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지난해 말 트위터를 통해 "기후위기는 이길 수 있고 이겨야만 하는 싸움"이라며 세계 각국에 동참을 호소했다. 그는 "모든 나라, 모든 도시, 모든 회사, 모든 금융기관이 급진적으로 확실하고 검증가능하게 배출량을 줄이고 탈탄소를 시작해야 한다"며 기후 대응이 모두의 책임이자 함께 협력해야 하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지구 온도는 이미 1.1도 높아진 상태다. 지속가능한 미래로 전환하려면 기존의 흐름을 흔드는 혁신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 이제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할 때다.

[이넷뉴스=김그내 기자] snowcat74@enetnews.co.kr

저작권자 © 이넷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휴 및 보도자료 발송 ▶ news@e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