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눈높이 겨냥한 ‘그린 서비스’···기업 혁신 이미지 업고 관심 UP
생산·배송·뒤처리까지 ‘ESG 경영’···업계·고객 간 ‘윈·윈’ 자세 ‘중요’

[이넷뉴스] 전 세계적으로 이상기후가 핵심 화두로 떠오르면서 정치, 경제 분야를 막론하고 ‘환경’, ‘탄소 중립’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이와 같은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최근 소비자들의 소비패턴 역시 달라지는 추세다. 과거의 착한 소비가 친환경과 만나 더욱더 구체적이면서 직접적으로 환경에 도움을 주는 방향으로 나아가려 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속 가능한 제품, 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기술 및 기업은 금세 도태되기 마련이다. 이에 소비자와 가장 밀접한 관계에 놓여 이는 유통업계의 ‘ESG(Environment·Social·Governance, 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은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바이오페트 적용 ‘제주삼다수 바이오’ 제품 생산 모습 (사진=제주개발공사)
바이오페트 적용 ‘제주삼다수 바이오’ 제품 생산 모습 (사진=제주개발공사)

◇ 플라스틱 폐기물 심각···발생량·이산화탄소 최소화 정책 중점

국민권익위원회가 지난 7월 16일부터 2주 동안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탈 플라스틱 방안’에 대한 국민 의견을 수렴한 결과 응답자의 97.8%(7,046명)가 플라스틱 폐기물로 인한 환경오염이 심각하다고 답변했다. 

특히 대다수 국민이 플라스틱 문제 해결을 위해 발생한 플라스틱을 재활용하기보다 플라스틱 발생을 최소화하는 정책에 더 중점을 둬야 한다고 대답해 이목을 끌었다.

대답 자의 74.8%는 주 2~3개 이상 일회용 플라스틱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는데, 이를 방지하기 위해 기업의 노력과 관심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45.3%로 가장 많았고, 기업의 감축 의무 역시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주를 이뤘다.

플라스틱 정책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한 업계는 생수 시장이었다. 작년 12월부터 쓰레기 분리배출 방법이 더욱 엄격해지면서 플라스틱 용기의 라벨 용지가 주요 골칫거리로 등장했기 때문이다. 

이에 업계 1위의 제주개발공사 ‘제주삼다수’부터 롯데칠성음료의 ‘아이시스’, 농심 ‘백산수’, 코카콜라 ‘강원 평창수’ 등이 라벨프리 제품을 내놓으면서 음료를 마신 후 곧바로 분리배출이 가능하도록 했다. 

이 중 제주개발공사가 개발한 ‘제주삼다수 바이오’는 바이오매스(사탕수수 등)에서 유래한 바이오 베이스 페트병 원료 수지 재질로 만들어 친환경 및 자원 재활용성 제고에 특화됐다. 사탕수수에서 유래한 바이오-모노에틸렌 글리콜(MEG)을 함유한 이 제품은 기존 페트병 대비 이산화탄소를 28% 저감시키고 석유계 플라스틱과 동일한 분자구조를 보여 100% 재활용도 가능하다.

기존의 페트와 비교했을 때도 고유점도, 밀도 등 물성 수치가 거의 동일한 이 제품은 국내 식품용기 용출 규격 및 기준을 통과했으며 추가 안전성 검증도 마쳤다. 제주개발공사는 앞으로 국내외 친환경 바이오 인증 취득을 통해 제품 공신력을 높여 나갈 계획이라 밝혔다.

이러한 페트병의 친환경화 분위기는 ‘씨그램’, ‘토레타’ 등 탄산음료와 이온음료 등 음료 전반으로확장됐다. 빙그레 ‘아카페라’는 접착제를 사용하던 라벨 방식에서 필름에 열을 가해 수축시켜 포장하는 방식으로 바꿨고, 롯데칠성 ‘칸타타’는 캔에 직접 디자인을 인쇄하는 방식으로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음료뿐 아니라 대형 마트 역시 이러한 분위기를 주도하고 있다. 이마트의 경우 과일 플라스틱 팩 전 상품에 재생 페트 50%를 사용한 용기를 도입했으며, 채소팩의 경우 약 27%를 재생 원료를 사용한 플라스틱 팩으로 전환해 향후 순차적으로 재생 페트 사용 비율을 늘려간다고 밝히기도 했다.

홈플러스 역시 재활용이 어려운 유색 페트병을 투명 페트병으로 바꾸고, 펌프 상품에는 금속 스프링 펌프를 뺀 메탈 제로 펌프를 도입했다. 롯데마트 역시 무라벨 생수부터 과일 용기까지 잇따라 선보이며 탈 플라스틱에 적극 동조하고 있다. 

이는 전 세계적인 추세이기도 하다. 홍콩의 생수 브랜드 왓슨스 워터(Watsons Water)는 홍콩 전역에서 플라스틱 병 수거 자판기를 운영하며 이곳에서 수거된 재활용 플라스틱으로 병을 만들어 제품에 활용하고 있다. 본아쿠아(Bonaqua) 역시 올 여름부터 무라벨 재활용 플라스틱 생수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무라벨 플라스틱에 유통업계가 집중하고 있는 이유는 고품질의 페트병 수거는 환경뿐만 아니라 기업 경제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페트병 덩어리에서 뽑힌 실은 아웃도어 옷이나 신발 등 의류제품으로 다시 태어나는 고부가 가치 자원이지만, 오염도에 따라 재활용 등급이 확연히 달라지곤 한다. 

이를 반영하듯 환경부 조사에 따르면 국내에서 1년 동안 생산되는 폐트병은 30만 톤(t) 이상이지만 고품질 원료로 재활용되는 것은 고작 10%뿐이다. 만약 오는 2022년까지 10만 t 이상의 고품질 페트 재생원료 국내 생산이 달성된다면 그동안 수입에 의존했던 폐페트와 재생원료 물량을 전량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제과가 영업용 냉동 탑차와 승용차를 전기차로 전환한다. (사진=롯데제과)
롯데제과가 영업용 냉동 탑차와 승용차를 전기차로 전환한다. (사진=롯데제과)

◇ 인테리어부터 쓰레기 배출량, 배송까지 ‘친환경 바람’

편의점 업계 역시 친환경 바람이 거세다. CU의 경우 커피 원두에서 커피를 추출하고 남은 커피 부산물인 커피박을 이용해 데크(Deck)를 제작했다. 

사실 원두 0.2%가 커피로 추출되고 나면 나머지 99.8%는 그대로 커피 찌꺼기라고 불리는 커피박으로 남게 된다.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커피 인구가 늘면서 국내에서 한 해 동안 발생하는 커피박만 약 15만 t에 이르지만, 커피박을 별도로 분류하는 기준이 없어 일반 생활 폐기물로 배출되는 것이 일반적인 관례였다. 

하지만 커피박을 그냥 소각할 경우 t당 약 338킬로그램(kg)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되고 매립하면 카페인 성분 때문에 토양 오염이 우려되기 때문에 이에 대한 친환경 정책이 절실히 요구돼 왔던 것이 사실이다.

이에 국내 가맹업계 최초로 CU가 커피박을 전국의 점포 인테리어에 활용함으로써 업사이클링 시스템을 구축한 것이다. 커피박 테크는 커피박 함유율이 20% 이상인 합성 목재로 만들어져 일반 방부목보다 쪼개짐, 뒤틀림 등의 변형이 작고 기온이나 강수량 등 외부환경에 대한 내구성도 강하다는 특징이 있다. 더불어 커피 찌꺼기 성분으로 인해 방향 및 탈취 효과도 덤으로 누릴 수 있다.

이와 함께 CU, GS25, 세븐일레븐 등 국내 대표 편의점 3사가 ‘마감 할인 판매 서비스’ 운영을 본격화하며 폐기물 저감 정책에도 앞장서고 있다. 

가장 먼저 이 정책을 실시한 세븐일레븐을 운영하는 코리아세븐은 라스트 오더 앱을 통해 도시락, 삼각김밥, 유·음료 등의 라스트 오더 서비스를 1년 6개월 동안 운영한 결과 약 36억 원에 달하는 폐기 비용을 절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CU를 운영하는 BGF는 작년 6월 라스트 오더 앱을 도입했는데, 지난달 이용 건수만 전년 대비 66.7%를 뛰어넘었다. 특히 구로파트너점은 일반 식품의 폐기율을 0%로 줄이는 쾌거를 달성하기도 했다. 

GS25를 운영하는 GS리테일 역시 매출과 폐기물 감소 두 마리 토끼를 노리며 지난달 말부터 당근마켓을 통해 마감 할인 판매 서비스를 통해 유통기한이 있는 모든 식료품을 최대 60% 할인해주고 있다. 

편의점 업계의 라스트 오더 서비스 정책은 주변 1인 가구와 자취생을 중심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얻어 매출 증가로 이어질 뿐 아니라 그동안 고질적인 문제였던 폐기물을 줄이는 데도 상당한 도움이 되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의 연간 음식물쓰레기 처리 비용이 약 2조 원에 육박하면서 환경과 사회경제적 손실에 따른 문제가 대두되기 시작하면서 쓰레기를 줄일 수밖에 없는 구조에 놓인 편의점 업계의 아이디어 정책이 소비자들로부터 긍정적인 효과를 끌어온 셈이라 평가했다.  

친환경 정책은 비대면 시대 배송 분야에도 필수가 됐다. 롯데제과는 오는 2025년까지 300억 원을 투입해 영업용 냉동 탑차 350대, 업무용 승용차 217대를 전기차로 전환할 계획이다. 롯데제과는 이 같은 전기차 전환 차량이 모두 이뤄지면 연간 약 1,000t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SSG닷컴은 현대글로비스와 함께 콜드 체인(Cold Chain·저온유통 시스템)을 갖춘 전기 배송 차를 도입해 시범 운영 중이다. CU 역시 배송 차량을 전기차로 도입, 올 하반기까지 시범 운영을 거쳐 확대할 방침이다. 싱글몰트 위스키 글렌피딕(Glenfiddich)은 친환경 연료를 활용해 스카치위스키 브랜드 최초로 100% 친환경 연료를 활용한 수송 차량을 운영하고 있다.  

기존의 포장재를 재사용하는 배달 방식을 선택한 마켓컬리도 눈에 띈다. ‘컬리 퍼플 박스’라고 불리는 이 제도는 새벽 배송 지역 고객이 주문 후 문 앞에 퍼플 박스 또는 개인 보냉 박스를 내놓으면 배송 매니저가 상품을 담아주는 방식이다. 

유통업계는 최근 친환경 소비 흐름에 발맞춰 더 높은 가치를 원하는 소비자의 니즈에 부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제품 개발부터 생산, 유통, 판매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에서 ESG 경영을 실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넷뉴스=김범규 기자] beebeekim1111@e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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