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주기 대규모 에너지저장장치 ‘양수발전’ 필요성 대두

[이넷뉴스 김규민 편집국장] 탄소중립을 위해 양수발전이 확대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필자는 이번 칼럼을 통해 글로벌 양수발전 사례를 살펴보고, 이를 통해 전 세계적으로 대두되고 있는 양수발전 필요성의 당위를 설명하고자 한다.
에너지 전문매체인 <에너지모니터>에 따르면, 중국은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당시, 탄소 배출 없는 전력공급을 위해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양수발전소의 운전을 개시했다. ‘친환경적이고 깨끗한’ 올림픽을 표방하며 후베이성의 3.6기가와트(GW) 규모의 펑닝양수발전소를 가동해 베이징과 장자커우 등에 600메가와트(MW)의 전력을 공급했다. 이를 통해 120만 톤(t)의 이산화탄소(CO2) 배출량을 줄이는 효과를 가져왔다.
프랑스 컨설팅 기업인 카본엑싯 컨설팅의 프랑수아 르 코르셋 수석 컨설턴트는 “양수발전은 가변 에너지원 저장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향후 수십 년간 양수발전에 대한 수요는 상당히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예측했다.
◇ 전 세계가 양수발전에 주목
글로벌 전력계통 운영기관들 역시 전력계통의 안정적 운영에 필요한 필수 설비로 양수발전을 꼽고 있다. 양수발전을 통해 전력 저장량과 발전량을 신속하고 즉각적으로 조절 가능하기 때문이다.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 기준, 신재생에너지(풍력, 태양광 등) 비중이 15.8%에서 40.3%로 대폭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설비용량이 20.1GW에서 77.8GW로 증가하고, 2029년에는 신재생에너지 출력변동성이 1시간에 최대 6,000MW까지 늘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현재 양수발전 총 설비용량을 초과하는 값이다. 이 때문에 전력수급 조정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특히, 풍력, 태양광은 날씨에 따른 발전량 조절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전력수급 조정에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어 대비 방안이 요구되고 있다.
가장 적합한 대비 방안으로는 양수발전이 꼽히고 있다. 잉여전력을 이용해 하부 저수지의 물을 퍼 올려 상부 저수지에 저장하는 방식은 전력 공급과 수요량의 균형을 맞춰준다. 또한, 외부의 도움 없이 스스로 신속하게 전력을 생산할 수 있어 광역 정전 시에도 자체 기동 후 전력 공급이 가능하다. 친환경적인 전력 방식은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효과도 있다. 이처럼 전력 저장고 역할을 하는 양수발전은 전력 계통의 안정화에 즉각 대응이 가능해 고품질 전력 공급의 핵심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호주 국립대학의 앤드류 블리에커스 공학과 교수는 “배터리와 양수발전은 화석 및 원자력 발전이 지금껏 제공해온 전기 시스템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 보조 서비스를 완전히 대체할 수 있다”며 양수발전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전 세계가 화석연료 사용을 줄여나가면서 매년 발전설비 용량 증가의 약 3분의 2가 풍력과 태양열에서 발생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재생에너지는 높은 가변성으로 인해 에너지저장장치(ESS)가 반드시 수반돼야 한다. 이에 따라 대규모 장주기 에너지저장장치인 양수발전에 대한 필요성이 더욱 대두되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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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규모 양수발전 해외 사례
현재 전 세계적으로 수많은 대규모 양수발전 프로젝트들이 추진되고 있다. 2020년 국제수력학회(IHA)의 발표에 의하면 개발이 완료된 전 세계 양수발전은 2019년 기준 약 158GW다. 2030년 기준 약 78GW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우즈베키스탄에서는 타슈켄트 지역에 2,100MW 규모의 양수발전 건설을 두고 국영 수력발전 개발사인 JSC 우즈베크히드로에르고가 프랑스 국영 전력사 EDF와 협의 중이다.
아랍에미리트(UAE)에서는 두바이 전기수자원공사가 하자르 산맥에 250MW 규모의 양수발전을 건설하고 있다. 이 양수발전은 아라비아만의 첫 번째 양수발전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서는 태양에너지 공급업체인 이글 크레스트에너지가 캘리포니아의 폐 철광산에서 18시간 저장이 가능한 1,300MW 규모의 양수발전을 개발하고 있다. 이 사업은 2027년 착수될 것으로 보인다.
2020년 기준, 재생에너지 발전비중이 27%인 중국은 양수설비를 2021년 36GW에서 2025년 62GW, 2030 120GW로 지속적으로 늘려갈 계획이다. 현재 30개 이상의 신규 양수발전소를 건설하고 있으며, 장기적으로 500개, 680GW의 양수설비 건설을 검토하고 있다.
2020년 재생에너지 발전비중이 40%에 달하는 영국은 정부 차원에서 장주기 에너지저장장치 개발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 스코틀랜드에 5GW 이상의 신규 양수발전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 양수발전 건설에 대한 일부 우려의 목소리도
그러나 양수발전 건설에 대한 일부의 우려도 존재한다. 도로와 송전선 같은 지원 기반 부족, 제한적인 지형, 높은 건설 및 유지보수 비용, 긴 투자회수 기간 등이 그것이다.
미국의 연구 자문회사인 럭스 리서치사의 에너지 연구 부문 부사장이자 그룹 책임자인 아리즈 반 베르켈은 “오늘날의 수력발전 용량에서 양수발전이 차지하는 용량을 보면, 양수발전이 전력공급에 미미한 역할만 수행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회의적인 입장을 나타내기도 했다. 이밖에 환경에 지장을 줄 수 있으며, 농업용수 사용의 제약 요인이 되기도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 ‘폐쇄형’ 양수발전 시스템 건설해야
일부 학자들은 대부분의 양수발전이 강에 기반을 두고 있지만 반드시 그럴 필요는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호주 국립대 블레이커스 교수는 “수력발전이 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우려 때문에 수력발전의 중요성이 간과되지만, 많은 사람들이 깨닫지 못하는 것은 수력발전 시설 대부분이 강에 위치해 있지 않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천 대신 기존 호수나 저수지를 활용하는 ‘폐쇄형’ 양수발전 시스템을 건설하면 새로운 댐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또한, 송전선 외에 추가적인 토지 수요도 필요하지 않다. 고도차 600미터(M), 깊이 20M의 저수지 한 쌍이면 100만 인구가 사는 도시에 24시간 1GW의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
블레이커스 교수는 “전 세계가 100% 재생에너지 시스템 지원에 필요한 용량보다 100배 더 많은 양수발전소 설치와 관련된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5월이면 새 정부가 들어선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 본격적으로 수립될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정부에서도 정부 차원의 에너지저장장치의 필요성을 강조한 만큼 새 정부에서도 10차 전기본에 에너지저장장치의 필요량을 산정해 반영할 것으로 보인다. 양수발전은 재생에너지의 약점을 보완함과 동시에 친환경적으로 에너지저장이 가능한 거의 유일한 발전시설이다. 전 세계적으로 양수발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우리나라 역시 이에 발맞춰 양수발전을 확대하고, 나아가 선도하기 위해 적극 나설 때가 왔다.
[이넷뉴스=김규민 편집국장] news@e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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