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레일리아 국립대 연구진, 차세대 에너지 저장 기술로 양수발전 꼽아
“2050 탄소중립, 장주기 에너지저장장치 뒷받침돼야”
제주, 재생에너지 출력제어로 2020년 총 34억 원의 비용 발생
폐쇄순환형 양수발전 시스템으로 환경 피해 최소화 가능

[이넷뉴스 김규민 편집국장] 전 세계가 재생에너지에 주목하며 에너지 저장 기술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오스트레일리아 국립대학교 교수 및 연구진들이 가장 주목해야 할 재생에너지 저장 기술로 양수발전을 꼽아 국내외 에너지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오스트레일리아 국립대 공학교수 앤드류 블레이커스(Andrew Blakers), 연구원 빈 루(Bin Lu) 등은 배터리를 대신할 차세대 에너지 저장 기술로, 양수발전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 바이든 행정부,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 50% 이상 감축 발표
‘2050 탄소중립’에 가장 앞장서고 있는 국가 중 하나로 꼽히는 미국의 조 바이든 행정부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50% 이상 감축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개최된 제26차 유엔 기후변화당사국총회(COP26)에서 “2030년 온실가스 배출량을 2005년 대비 50% 이상 절감하고, 2035년까지 100% 탈 탄소 친환경 전력 생산 체제로 전환하겠다”고 선언했다.
이 자리에서 바이든은 2017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파리협약이 일자리를 감소시킨다”며 파리협약을 탈퇴한 것에 대해 사과하기도 했다. 이 같은 바이든의 행보는 미국이 ‘2050 탄소중립’에 적극 나서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앤드류 교수와 연구진들은 이 같은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서는 에너지저장장치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들은 다수의 언론매체 칼럼을 통해 “바이든 행정부의 목표인 10년 내 미국 온실가스 배출량 50% 절감을 위해서는 미국이 훨씬 더 많은 태양광 및 풍력 발전과 함께 비용이 저렴한 저장장치가 많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는 날씨 등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생산한 전력을 필요할 때 사용 가능하도록 저장해놓는 저장장치가 필수적으로 뒷받침돼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 역시 에너지저장장치가 뒷받침되지 않아 전력이 버려지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재생에너지 발전으로 생산된 전기가 버려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강제 출력제한 등을 하고 있는데, 이에 따른 막대한 제어 비용이 발생해 이 또한 문제가 되고 있다.
2021년 제주도에서는 전기 생산량이 소비량을 넘어서면서 총 64회 풍력발전의 출력제어를 시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의 77회보다는 다소 줄었지만, 여전히 높은 수치를 보이고 있다. 출력 제어로 인해 2020년에는 제주도에서만 총 34억 원의 제어 비용이 발생하기도 했다.

◇ 양수발전, 장주기 에너지저장장치로 주목
이같은 문제를 해결할 방안으로 양수발전이 주목받고 있다. 양수발전은 수력발전의 한 종류로, 높이에 차이가 나는 두 개의 저수지를 두고, 전력이 남을 때, 아래에 위치한 저수지에서 위쪽 저수지로 물을 퍼올리는 원리다. 퍼올린 물은 전력이 필요할 때 발전에 사용된다.
그러나 양수발전의 경우, 강 주변 생태계를 파괴할 가능성이 있고 가동률이 낮다는 선입견으로 인해 적극적으로 도입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앤드류 교수는 이 같은 문제를 폐쇄순환경 양수발전소로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앤드류 교수는 “우리는 강을 직접적으로 이용하지 않는 폐쇄순환형 양수발전소 건설이 가능한 장소를 세계 지도로 만들었다. 미국에서도 양호한 조건을 갖춘 35,000곳의 장소를 찾아냈다”며 “위성으로 찾은 이 장소들은 대부분 험준한 지형에 있고 지질학·수문학적 또는 경제·환경적 혹은 사회적 이유로 부적합할 수도 있지만, 이들 수백 개의 장소만으로도 미국 전체에 100% 재생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앤드류 교수는 비용 측면에서도 양수발전을 도입해야 하는 이유가 분명히 존재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전력계통 발전, 신재생발전기 출력 안정화 등에 사용되는 에너지저장장치(ESS)인 리튬이온 배터리는 짧게는 5년, 길면 10여 년간 사용 가능할 뿐이지만, 양수발전은 한 번 건설로 약 100여 년 동안 사용 가능하기 때문이다.

◇ 환경 피해 최소화할 수 있어
이들은 양수발전이 강 주변의 생태계를 파괴할 가능성이 있다는 문제 역시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양수발전을 설치하기 위해 새로 저수지를 만들고, 강에 댐을 설치할 경우 논란이 될 수 있지만, 강 대신 기존 호수 또는 저수지를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활용해 폐쇄순환형 양수발전 시스템을 만들면 새로운 댐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앤드류 교수는 “켄터키 주 벨 카운티에 계획된 양수발전 프로젝트는 오래된 탄광을 사용하는데, 송전선을 제외하고는 약간의 추가 토지가 필요할 뿐”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강과 떨어진 곳에 설치하는 양수발전 시스템은 200~800미터(m)의 고도 차를 두고, 몇 마일 떨어진 두 개의 저수지 사이를 파이프나 터널로 연결해 구성하기 때문에 폐광산이나 기존 호수 또는 저수지를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 앤드류 교수의 설명이다.
고도 차 600m, 깊이 20m 크기의 저수지 한 쌍은 24기가와트시(GWh)의 전력을 저장할 수 있기 때문에 1GWh로 24시간 전력 공급이 가능하며, 이는 백만 인구의 도시에도 공급 가능한 양이라고 덧붙였다.

이들은 물은 100년 이상 상부와 하부 저수지 사이를 순환할 수 있다며 양수발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100% 재생 가능한 전기 시스템을 지원하는 데 필요한 물은 1인당 하루 약 1리터(L) 정도로, 20초 동안 샤워하는 데 필요한 양이다. 앤드류 교수는 “이는 미국의 화석연료 발전소 냉각 시스템에서 하루 동안 증발되는 인구 1인당 물의 1/10에 불과한 양”이라고 설명했다.
앤드류 교수 측은 미국이 수년간 양수발전소를 건설하지 않고 있지만, 이제는 변화가 필요한 때라고 밝혔다. 그는 “전기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한 후, 차량과 난방을 전기화하면 온실가스 배출을 대부분 제거할 수 있다”며 “미국은 강 외부에 양수발전소를 설치할 수 있는 많은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탈 탄소를 달성하기 위해 풍력과 태양광 발전이 확대됨에 따라 양수발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내에서도 한국수력원자력을 중심으로 양수발전 건설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한수원은 노후 수력·양수발전을 현대화하고, 2기가와트(GW)의 신규 양수발전을 건설해 건강한 수력·양수발전 생태계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한수원을 필두로 정부 및 국내 에너지 업계에서도 양수발전에 적극 나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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