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넘는 양수 발전 역사···1907년 스위스 엥게바이어 저수지에 들어선 발전소가 시초
ESS의 원조 양수 발전소···3분 만에 전기 생산 가능, 석탄 화력보다 3시간 이상 빨라
정산 단가 감소 등에 따른 사업성 감소는 문제···가변속 양수 발전으로 해결 가능할까 

[이넷뉴스] 양수 발전의 역사는 100년이 넘는다. 세계 최초의 상업 양수 발전소는 1907년 스위스 샤프하우젠 엥게바이어(Engeweiher) 저수지에 만들어진 발전소로 알려진다. 이후 1930년대 이탈리아에 발전기-전동기를 병행하는 현대적 형태의 양수 발전소가 들어섰고, 비슷한 시기 미국과 일본에도 같은 방식의 발전소가 세워졌다. 우리나라는 1980년 청평에 지어진 청평 양수 발전소가 처음이다.

◇ 양수 발전은 무엇?···국내 최초 양수 발전소는

양수 발전은 전기값이 저렴한 심야, 주말 시간대 하부 저수지에 있는 물을 상부 저수지로 끌어올린 뒤 전력 사용률이 올라가는 주간, 주중에 물을 떨어뜨려 전기를 얻는 방식이다. 양수 발전은 인공적인 수력 발전이다. 기존 댐식, 유역 변경식은 물을 강제로 양수(揚水)하는 과정이 없다. 댐은 빗물 등을 모았다가 떨어뜨리고, 유역 변경식은 기존 수로 경사를 키우거나 바꾸는 식으로 전기를 발생시킨다.

현재의 수력 발전 터빈은 1930년대부터 쓰이기 시작했다. 터빈은 발전기이자, 전기 모터 구동 펌프로 작동해 기능적 효율성을 갖추고 있다. 미국 코네티컷주(州) 뉴 밀포드 저수지에 설치된 양수 발전소는 후서토닉(Housatonic)강의 물을 70m 위로 퍼 올려 4만 4,000W(와트)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었다고 한다.

국내 최초의 양수 발전소는 1980년 경기 가평군 호명산에 세워진 청평 양수 발전소다. 총 40만kW(킬로와트) 규모(1, 2호기)로, 북한강 수계의 저수지를 하부 저수지로 이용한다. 상부 저수지 규모는 총 267만㎡로 축구장 370개를 합쳐놓은 것과 비슷하다. 하루 6시간 동안 240kWh(킬로와트시)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 청평 발전소는 약 5년간 1,000억원, 연인원 95만명이 투입돼 준공됐다. 

양수 발전 원리 (이미지=한국수력원자력)
양수 발전 원리 (이미지=한국수력원자력)

◇ 양수 발전소는 최초의 ESS였다? 

양수 발전은 최근 차세대 전력 저장 장치로 주목받는 ‘에너지 저장 시스템(ESS)’의 원조다. 양수 발전의 에너지 저장 능력을 소형화, 고도화한 게 최근 ESS로 볼 수 있다. 양수 발전과 ESS는 ▲첨두부하(尖頭負荷, 하루 간 나타난 부하량 가운데 최댓값) 담당 ▲전력 계통 안정화 ▲높은 품질의 전력 생산 공급 등 수많은 공통점을 공유한다. 이에 에너지 업계에서 양수 발전과 ESS는 라이벌 관계로 통한다. 

양수 발전소는 2002년 확정된 예천 양수 발전소(2012년 준공) 이후 10년 넘게 신설 계획이 없다가 2017년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통해 강원 홍천군·경기 포천시·충북 영동군에 건설이 결정됐다. 신재생 에너지 비중 확대로 전력 계통 불안정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15년 만에 신축을 결정한 것이다. 첨단 ESS 개발이 가속하는 상황에서 대용량, 기동 전력 장치로서 존재 가치를 입증한 셈이다. 

실제 2011년 9월 15일 전력 수요 급증에 따른 순환 정전 사태가 발생했을 때도 양수 발전소가 가장 먼저 긴급 전력 생산에 동원됐다. 순환 정전은 대규모 정전을 피하기 위해 전력 회사가 지역별로 전력 공급을 차례로 중단하는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원자력 발전은 전력 생산까지 약 24시간, 석탄 화력은 약 4시간, 복합 화력은 약 2시간이 걸리지만 양수 발전은 3분 만에 전기를 만들 수 있다. 양수 발전소 별명이 ‘3분 대기조’인 이유다. 

예천 양수 발전소 상부 댐 (사진=한국수력원자력)
예천 양수 발전소 상부 댐 (사진=한국수력원자력)

◇ 차세대 기술로 주목받는 ‘가변속 양수 발전’ 

양수 발전도 시간이 흐르며 발전(發展)하고 있다. 최근 관심을 끄는 기술은 가변속 양수 발전(AS-PSH)이다. 가변속 양수 발전은 주파수 변환기를 통해 출력을 조절하는 설비다. 발전 또는 펌핑 모드 시 기존 양수 발전보다 빠른 출력 변동이 가능한 게 가장 큰 장점이다. 현재 전 세계에서 총 18개의 가변속 양수 발전소가 운영되고 있으며, 이 가운데 11개는 일본에 있다. 나머지 7개는 유럽에 있다.  

가변속 양수 발전은 기존 양수 발전의 단점인 ‘사업성 개선’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양수 발전은 정산 단가, 양수 비용 차액이 꾸준히 감소하면서 만성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가변속 양수 발전은 펌핑 사유에 따라 비용을 나누는 식으로 계통 안정에 대한 대한 기여도를 세분화할 수 있다. 또 영국의 DUT (Demand Turn Up, 전력 저수요 시간대 수요를 높여 계통 안정성을 확보하는 서비스)처럼 추가 수요 창출도 마련해볼 수 있다.   

에너지경제연구원 관계자는 “국내 양수 발전은 정산 제도 변화, 차익 거래 기회가 점점 줄면서 수익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는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전력 시장에서도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라며 “현재 운영 예비력 보상 수준인 400억원은 다른 시장과 비교해 매우 낮은 수준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유럽처럼 시장에서 용량을 확보하고, 장기 계약을 기반으로 각자 투찰가로 정산받는 방식도 중간 단계로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넷뉴스=양원모 기자] ingodzone@e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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