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 대신 수소를 환원제로 쓰는 ‘수소 환원 제철 기술’ 주목…포스코-현대차그룹 업무 협약
산·학·연·관 참여하는 ‘그린철강위원회’ 출범하기도…공동위원장에 최정우 포스코 회장
철강협회, 올해 중점 추진 사업으로 ‘친환경 성장 기반 구축’ 포함
[이넷뉴스] 철강 업계가 글로벌 탈(脫)석탄 흐름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 수립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업계 1위 포스코(POSCO)는 석탄 대신 수소를 철강 생산 재료로 쓰는 수소 환원 제철 기술 개발에 현대자동차그룹과 협력하기로 했다. 이달 2일에는 철강 업계의 탄소 중립 논의를 위한 ‘그린철강위원회’가 출범하기도 했다. 한국철강협회는 ‘친환경 성장 기반 구축’을 올해 중점 추진 사업의 하나로 정했다.
◇탄소 대신 수소로 철을 만든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는 지난 16일 포항 포스코 청송대에서 현대차그룹과 수소 사업 관련 업무 협약식을 열고 수소 환원 제출 기술 개발에 힘을 모으기로 했다. 양 사는 수소 환원 제철소를 만들어 자동차 강판 등 현대차그룹 생산 공정에 쓰이는 철강재에서 탄소를 없애 탄소 중립 시기를 앞당길 계획이다. 철광석을 철로 만들 때 석탄 대신 수소를 활용해 탄소 배출을 제로화한다는 것이다.
수소 환원 제철 기술은 아직 개발 초기 단계에 있다. 하지만 상용화가 이뤄지면 철강 생산의 패러다임을 뒤바꿀 미래 기술로 꼽힌다. 철은 철광석(Fe2O3)에서 산소를 분리(환원)해서 만드는데, 환원제로는 일산화탄소(CO)가 쓰인다. 1,500℃ 이상 용광로에 철광석과 일산화탄소를 넣으면 두 물질이 서로 반응하면서 철(Fe)이 만들어지는 식이다. 문제는 이때 이산화탄소(CO2)도 함께 생성된다는 것이다.
이산화탄소는 온실가스의 한 종류로, 각종 이상 기후의 원인으로 꼽힌다. 철강 1t을 만들면 이산화탄소는 2t이 생기는 것으로 알려진다. 하지만 수소는 탄소(C) 성분이 없어 환원(분리)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아닌 물(H2O)만 배출된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2050년 수소 환원 제철을 포함한 산업용 수소 수요는 전 세계 수소 수요의 18%를 차지할 전망이다.

◇그린철강위원회 출범…”탄소 중립 핵심 과제 중점 추진”
수소 환원 제철은 철광석과 수소를 유동 환원로에 넣어 환원철(DRI)을 만들고, 이를 전기로에서 정제한 쇳물(용강)로 제품화해 철을 만드는 것이다. 다시 말해 용광로가 필요 없다. 다만 기존 제철소 대신 새 제철소를 지어야 해 매몰 비용이 커진다는 단점이 있다. 전기로 가동에 필요한 막대한 양의 전력도 확보해야 한다. 가장 큰 고민거리는 핵심 재료인 수소다. 수소는 석탄보다 약 4배가량 비싸다.
업계도 이 점을 알고 있다. 이에 수소 환원 제철은 장기적 관점에서 바라보면서 당장 할 수 있는 일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달 2일 출범한 그린철강위원회도 그런 노력의 하나다. 위원회는 포스코, 현대제철 등 국내 주요 철강 기업 6곳을 비롯해 산업통상자원부, 민동준 전 대한금속재료학회 회장 등이 참여했다. 국내 최대 철강 관련 산·학·연·관 협의체다. 공동 위원장은 최정우 포스코 회장, 민 전 회장이 맡는다.
위원회는 출범식에서 △신기술 개발 및 생산 구조 전환을 통한 탄소 배출 감축 △위원회를 통한 정보와 의견 공유 △정부 정책 과제 발굴 및 제언과 미래 지속 가능 경쟁력 향상 △국제 협력 강화 등을 실천 과제로 꼽고 2050년 탄소 중립 달성을 위해 했다. 성윤모 산업부 장관은 “산업계가 기술 혁신과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도록 특별법 제정, 세제·금융 지원 등 탄소 중립 핵심 과제를 중점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철강협회, ‘친환경 성장 기반 구축’ 중점 추진 사업으로
한국철강협회는 지난 25일 포스코센터에서 제54회 정기총회를 열고 2021년 사업 계획을 확정했다. 협회는 ‘포스트 코로나 이후 철강 산업 활력 제고 및 경쟁력 강화 지원’을 사업 추진 기본 목표로 삼고 중점 추진 사업으로 △통상 마찰 선제 대응 및 수출 확대 △국내 시장 강건화 △산업 고도화 및 연구 개발(R&D) 활동 등을 정했다.
협회는 중점 추진 사업에 ‘친환경 성장 기반 구축’도 포함했다. 철강 업계 친환경 성장 기반 구축에 나서면서, 그린철강위원회를 통해 정부의 2050년 탄소 중립 방침에 적극적으로 동참한다는 것이다. 협회는 또 국산 철강재의 우수성을 홍보하기 위한 ‘K-Steel’ 캠페인 추진과 철강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관련 위원회도 신설하기로 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탄소 배출 1위인 철강 업계가 ‘친환경’을 중점 사업으로 꼽았다는 점은 평가할 부분”이라며 “친환경 규제, 수요 다변화 등 글로벌 트렌드에 대응하려면 뼈를 깎는 노력은 필수”라고 말했다.
[이넷뉴스=양원모 기자] ingodzone@e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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