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 압력받으면 전하 생성하는 압전 소자 통해 전기 만드는 ‘압전 발전’
압전 나노 발전기, 바이오 물질 나노 발전기 등 연구 활발...일상 활용도 높은 게 최대 장점
낮은 발전 효율은 극복 과제...압전 기술, 센서 개발에 적용되기도
[이넷뉴스] 물체를 밟거나, 구부려서 전기를 만드는 ‘압전(Pieroelectronic)’ 발전과 관련해 학계에서 최근 주목할 만한 성과가 나오고 있다. 압전은 외부 압력을 받으면 전하를 생성하는 압전 소자를 통해 전기를 만드는 것이다. 일상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될 수 있어 차세대 발전 기술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다만 약한 출력은 극복해야 할 과제다.
◇ 마룻바닥으로 전기를 만든다?
스위스 취리히 연방공대 잉고 버거트 교수팀은 지난 10일(현지 시각)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목재에 압력을 가해 전기를 일으키는 ‘압전 나노 발전기’ 개발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목질부에 있는 리그닌(Lignin) 성분을 없애고 탄성을 높인 뒤, 압력을 가해 음(-)전기의 전자, 양(+)전기의 정공(正孔)을 분극해 전기를 만드는 방식이다.
리그닌은 나무의 세포벽을 구성하는 고분자 화합물이다. 세포를 서로 달라붙게 해 세포벽을 단단하게 만든다. 연구진은 먼저 과산화수소수와 아세트산을 섞은 용액에 발사 나무를 담가 리그닌 성분을 분해했다. 발사 나무는 밀도가 낮고, 세포벽이 얇아 압전이 잘 된다. 리그닌이 사라지고 얇은 셀룰로스층만 남은 발사 나무는 마치 스펀지처럼 탄력이 생겼다.
연구진은 한 면을 1.5㎝ 길이로 다듬은 발사 나무 조각 9개를 붙이고 맨 위와 맨 아래 구리를 덧대 ‘압전 마루’를 만들었다. 마루에 압력을 가하자 1V(볼트) 미만의 미세한 전압이 감지됐다. 연구진은 “마루 면적을 실내 경기장, 대형 무도장 수준으로 넓히면 더 많은 전기를 생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관련 업체와 해당 기술의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다.
◇ 열처리 필요 없는 바이오 나노 발전기
국내에서도 관련 연구가 한창이다. 부산대 나노과학기술대 나노에너지공학과 황윤회, 오진우 교수팀은 지난 1월 미세한 움직임으로 전력을 공급하는 ‘바이오 물질 나노 발전기’ 개발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의 핵심은 친환경 바이오 물질인 ‘M13 박테리오파지(Bacteriophage)’를 활용해 압전 특성과 변전 특성을 구분한 것이다. 박테리오파지는 세균만 잡아먹는 바이러스를 말한다.
대부분의 나노 발전기는 발전 효율이 높은 무기물 소재를 활용한다. 문제는 무기물 대부분이 생체 독성을 지니고 있거나, 독성 여부가 규명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에 무기물을 바이오 물질로 대체하려는 시도가 활발했지만, 전기적 특성 규명이 어려워 적용에 애를 먹어왔다. 바이오 물질은 고온에 약하기 때문이다. 전기적 특성 분석은 대부분 높은 온도 내 열처리 작업을 동반한다.
M13 박테리오파지는 표면 단백질 양 끝단이 양전하·음전하로 대전돼 있으며, 나선형으로 비스듬히 배치돼 항상 분극돼 있는 게 특징이다. 무엇보다 열처리 작업이 필요 없다. 연구팀은 “친환경 바이오 소재의 물성 분석 기술을 제시해 앞으로 다가올 바이오일렉트로닉스 시대의 시작점을 알릴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연구재단의 지원 과제를 통해 수행됐다.
◇ 의류, 신발, 센서 등 적용 분야 다양
압전 발전이 미래 기술로 주목받는 것은 일상에서 활용도가 높기 때문이다. 의류에 압전 기술을 적용하면 앉은 상태에서도 스마트폰을 충전할 수 있고, 신발에 적용하면 걷는 것만으로 전기를 만들 수 있다. 2012년 부산 지하철 2호선 서면역에는 게임기 형태의 압전 발전기가 설치되기도 했다. 에너지 발판을 연속적으로 강하게 밟으면 전기가 생성돼 스마트폰을 충전할 수 있는 식이다. 현재는 철거된 상태다.
극복 과제라면 낮은 발전 효율이다. 다만 이는 기술 발전으로 조금씩 해결되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친환경 소재인 이소불화비닐(PVDF)을 활용해 2018년 기존보다 5배 이상 출력률을 높인 압전 발전 장치를 개발해 화제가 됐다. 이 장치는 가로 30㎝, 세로 30㎝ 면적으로 최대 620.2㎽(밀리와트)의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어플라이드 에너지(Applied Energy)’ 온라인판에 게재되기도 했다.
한편 압전 기술은 센서 개발에도 활용된다. 지난 2월 한국과학기술원(KAIST) 이건재, 왕희승 박사 연구팀이 인체 귀 달팽이관을 모사해서 만든 인공지능(AI) 음성 센서가 한 예다. 센서에 적용된 사다리꼴 모양의 얇은 막은 주파수별 진동 영역이 달라 특정 주파수 영역에서 큰 폭으로 진동하는 ‘공진 현상’을 일으킨다. 이를 통해 먼 거리 소리도 인식할 수 있게 한다. 해당 기술은 현재 실리콘밸리 IT 기업들과 상용화 공정을 구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넷뉴스=양원모 기자] ingodzone@e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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