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자 83만 가구 중 5.5만 가구 바우처 발급 못해
“각 부처와 지자체간 협업 이뤄져야”

디자인=이넷뉴스
디자인=이넷뉴스

[이넷뉴스] 에너지바우처 사각지대에 놓인 가구가 연간 5만 가구에 이르는 것으로 드러났다.

21일 더불어민주당 김용민 의원(남양주시병)이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에너지바우처 대상자는 83만 가구다. 이 중 5.5만 가구가 바우처를 발급받지 못해 냉난방비 지원을 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에너지가격 폭등으로 취약계층의 겨울나기가 더욱 힘겨워진 가운데, 에너지바우처사업 대상자 중 연간 5만 가구가 지원을 받지 못하고 사각지대에 방치되고 있는 것. 일각에서는 수원 세 모녀 사망 사건이 재현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수원 세 모녀 사망 사건은 숨진 모녀의 실거주지와 등록 주소지가 달라, 지원을 받지 못하고 생활고에 시달리다 극단적인 선택을 한 사건이다. 이들이 사는 집의 현관문에는 전기요금 미납 고지서가 붙어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에서는 2015년부터 에너지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에너지바우처(이용권)를 지급해 전기, 도시가스, 지역난방, 등유, LPG, 연탄을 구입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에너지바우처를 시행 중이다.

에너지바우처 수급대상자가 읍면동 주민센터에 신청하면, 시군구는 보건복지부의 행복e음(사회보장시스템)을 통해 대상세대를 선정한다. 세대원 수에 따라 지원금액을 산정해 지급결정 사실을 통보한다.

시군구는 대상세대 및 지원액 정보를 바우처 발급기관에 전달하고, 카드사에서 바우처 카드를 발급 및 배송한다. 바우처 발급기관을 통해 정산된 후, 부정적 사용 모니터링 등 사후관리가 이뤄진다.

자료=김용민 의원실 제공
자료=김용민 의원실 제공

그러나 에너지바우처 대상 가구면서도 바우처를 발급받지 못한 가구(미발급 가구)는 2017년 3.1만 가구, 2018년 4.1만 가구, 2019년 2.8만 가구, 2020년 4.7만 가구, 2021년 5.5만 가구로 2019년을 기점으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로 인해 관련 예산을 쓰지 못하고 남은 잔액은 2017년 50억 원 수준에서 지난해 317억까지 대폭 늘었다.

미발급 가구의 경우 100% 기초생활수급자로, 보건복지부에서 개인정보를 보유하고 있어 각 부처와 지자체간 협업만 이뤄진다면 해소가 가능하다. 그러나 김 의원에 따르면, 제대로 협업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보건복지부에서 산업부로 명단을 넘길 때 이름, 주소, 전화번호 등 기초적인 자료만 제공하고 있어 대상자들이 노인인지, 장애인인지, 한부모가족인지 산업부는 파악하지 못한 상태로 문자를 정보 전달 위주로 발송하고 있는 것이다.

또 이 정보가 개인정보라는 이유로 보건복지부의 요청에 따라 산업부는 연말에 이들 정보를 모두 파기해 미발급 가구에 대한 실태조사 등 사후관리 등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사후관리 및 조사가 이뤄지지 않다 보니 산업부에서는 미발급 가구의 미발급 사유 등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업무를 위탁받아 시행 중인 한국에너지공단에서는 예산상의 이유로 우편 발송 시 주소지 오류로 반송되는 우편물은 ‘반송보류’ 처리해 주소나 전화번호가 잘못돼 정보제공을 받지 못하는 대상자들에 대한 관리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는 지자체의 노력으로 해소할 수 있다는 것이 김 의원 측 입장이다. 지난해 기준 전국 17개 광역자치단체의 바우처 미발급률을 비교해 본 결과, 인천시의 경우 미발급률이 1.29%로 전국 최저 수준이었다. 울산은 11.1%로 미발급률이 가장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산업부, 보건복지부, 한국에너지공단, 지자체의 원활한 협력과 추가적인 예산지원만 이뤄진다면 충분히 사각지대 해소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복지사업은 예산을 확대하는 것 못지 않게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복지가 필요한 소외계층이 사업의 수혜를 받을 수 있도록 범부처 차원의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넷뉴스=김진성 기자] jin@enetnews.co.kr

저작권자 © 이넷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휴 및 보도자료 발송 ▶ news@e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