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사우디아라비아, 국책 사업의 하나로 그린 수소 생산 추진...신재생 에너지에도 관심
걸프 협력 회의(GCC), 11.94기가와트(GW) 규모로 재생 에너지 설비 증설
“중동 국가의 그린 수소 시장 진출, 모순적이면서 흥미로워...한국도 전향적 투자 나서야”

[이넷뉴스] 탈(侻)탄소가 산업계 핵심 기조로 떠오른 가운데 세계 화석 연료 생산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중동 산유국들이 잇달아 ‘그린 수소’ 시장 진출을 선언하고 있다. 탄탄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수소를 ‘제2의 석유’로 만든다는 포석이다. 수소 외 신재생 에너지에도 눈을 돌리고 있다. 가장 이상적인 분야는 태양광, 풍력 발전이다. 중동은 사막이 많고, 해안선이 길어 태양광 풍력 발전에 좋은 지리 조건을 갖추고 있다.

◇ 연 180만t 그린 수소 생산하는 오만 ‘하이포트 두쿰’ 

6일 업계에 따르면 ‘중동의 스위스’ 오만은 국영 석유회사 OQ 얼터너티브 에너지(이하 OQ)를 통해 2028년 착공을 목표로 두쿰(Duqm) 특별 경제 구역에 그린 수소 발전소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하이포트 두쿰(HYPORT Duqm)’이라 명명된 이 프로젝트는 계획대로면 2038년 완공돼 아시아, 유럽의 여러 기업에 그린 수소를 공급하게 된다. 발전소의 연간 목표 생산량은 약 180만톤(t)이다.

하이포트 두쿰은 오만의 산업 구조를 재편하는 국책 사업 ‘비전 2040’의 하나로 진행된다. 오만은 현재 25%(2017년 기준) 수준에 불과한 비석유 부문 국내총생산(GDP)을 2040년까지 90%로 끌어올리고, 자국민 고용 비율을 42%까지 높이기 위해 다양한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비전 2040의 목표는 오만의 높은 석유 의존도를 단계적으로 줄이고, 민간이 경제를 주도하는 국가로 거듭나게 하는 것이다.

오만은 수소 외에 태양광, 풍력 부문 투자도 확대하고 있다. 2017년부터 3년간 총 66억 달러(7조 5,471억원)을 투자해 52개의 신재생 에너지 발전소를 지었으며, 이를 통해 2024년까지 천연가스 의존율을 83%로 낮출 계획이다. 또 같은 해까지 최대 6곳의 태양광, 풍력 발전소를 세워 총 2,650메가와트(㎿) 규모의 신재생 에너지를 추가 확보할 방침이다. 이는 캄보디아의 한 해(2018년 기준) 전기 사용량과 맞먹는다.

2021년 5월 오만 살라라(Salalah) 지역에 건설된 암모니아 공장 (사진=OQ)
2021년 5월 오만 살라라(Salalah) 지역에 건설된 암모니아 공장 (사진=OQ)

◇ 사우디, ‘비전 2030’의 하나로 그린 수소 생산 시설 구축

사우디아라비아도 2025년 완공을 목표로 미래 도시 ‘네옴(Neom)’에 세계 최대 규모의 그린 수소 생산 시설을 건설하고 있다. ‘헬리오스 그린 퓨얼(Helios Green Fuel)’ 프로젝트다. 사우디 에너지 기업 ACWA 파워와 미국 에어 프로덕츠 앤드 케미컬스(APC)가 수주한 이 프로젝트는 매년 650만t의 그린 수소와 180만t의 그린 암모니아를 생산하는 게 목표다. APC는 세계 최대 대기 및 공정 가스 생산 업체다.

헬리오스 그린 퓨얼은 사우디의 국책 사업인 ‘비전 2030’의 하나로 추진되는 것이다. 비전 2030은 2030년까지 사우디 정치·경제·사회 전반의 무게중심을 정부에서 민간으로 옮기는 개혁 계획이다. 오만과 마찬가지로 높은 석유 의존도를 낮추면서, 민간 경제를 활성화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 이란의 패권국 부상을 견제하는 목표도 있다. 현재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주도해 추진하고 있다.

사우디는 그린 수소·암모니아의 상용화 가능성을 확인한 상태다. 지난해 9월 그린 암모니아의 전 단계인 블루 암모니아를 일본으로 수출한 것. 사우디 국영 석유 기업 아람코(ARAMCO)와 일본에너지경제연구소(IEEJ) 간 업무 협약을 바탕으로, 사우디 석유 화학 업체 사빅(SABIC)이 파트너사로 참여한 이번 계약은 세계 최초의 블루 암모니아 수출 사례로 알려진다. 사빅은 IEEJ 구성 기업인 미쓰비시와 블루 암모니아 해상 운송 프로젝트도 진행하고 있다.

사우디 네옴 내 수소 발전소, 풍력·태양력 발전소 부지 (사진=네옴)
사우디 네옴 내 수소 발전소, 풍력·태양력 발전소 부지 (사진=네옴)

◇ GCC 등 협력체 차원 재생 에너지 투자도...”한국, 전향적 투자 나서야”

중동 지역은 국토 대부분이 사막이면서, 긴 해안선까지 보유해 태양광·풍력 발전에 최적의 입지 조건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페르시아만 연안에 있는 여섯 개 나라의 회의체인 걸프 협력 회의(GCC)는 총 11.94기가와트(GW) 규모로 각국에 재생 에너지 설비를 추가하고 있으며, 이는 GCC 회원국 전체 발전 용량(153.8GW)의 약 8%에 해당한다. 증설은 아랍에미리트(UAE), 사우디, 오만이 주도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세 국가의 공통점은 정치·사회 시스템이 안정적이면서 홍해, 페르시아만, 인도양 등을 끼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UAE의 토후국(연합 구성국) 가운데 하나인 두바이는 산업 구조 개혁안과 별도로 청정에너지 계획을 수립·진행하는 곳이다. ‘2050년 두바이 청정에너지 전략’이다. 총 272억 달러(약 31조 1,033억원)이 투입되는 이 전략은 2050년까지 기존 탄소 발자국의 70% 이상 감축을 목표로 한다.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화석 연료를 기반으로 탄탄한 자본력을 구축한 중동 국가들이 그린 수소, 재생 에너지를 생산에 앞장서는 것은 모순적이면서 흥미로운 일”이라며 “탄소 중립이 거스르를 수 없는 대세로 자리 잡은 만큼 중동에 뒤처지지 않으려면 우리도 한층 더 전향적으로 재생 에너지 투자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넷뉴스=양원모 기자] ingodzone@e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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