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실가스 배출량 줄어도 ‘이산화탄소 농도’는 지속 증가세
‘2050 탄소 중립’ 정책, 더욱 공격적으로 대응해야
‘바다숲’과 ‘4차산업기술’ 동행으로 이산화탄소 저감 속도 ↑
[이넷뉴스] 지난해부터 전 세계를 강타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비대면으로의 가속화, 외출 제한 등 우리의 일상은 수많은 변화를 겪어야 했다. 또한 제조업, 자동차, 항공업계를 포함한 여러 산업계에도 영향을 미치면서 생산에 타격을 입기도 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온실가스 배출량은 감소했다. 이런 현상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하지만 그런데도 이산화탄소 농도는 증가세를 보이고, 코로나19가 최고점에 달했던 작년에는 오히려 역대 평균 최고 농도를 달성했다.

◇ 이산화탄소, 한 번 배출되면 최대 200년간 대기 중 머물러
최근 국립기상과학원은 ‘2020 지구 대기 감시 보고서’를 통해 작년 한반도 이산화탄소 농도가 증가했으며, 증가율 역시 유지되는 경향이 보였다고 밝혔다. 코로나19로 인해 온실가스 배출량이 감소했음에도 이와 같은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우리나라 서쪽 대기를 대표하는 지역인 안면도 기후변화 감시소에 따르면 2020년에는 이산화탄소 농도가 2019년보다 2.7피피엠(ppm‧100만분의 1단위) 높아 역대 연평균 최고 농도(420.4ppm)를 경신했으며 1999년 관측 이래 연간 2.4ppm의 증가율로 증가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상황에서 2020년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전 세계 -7%, 우리나라 -7%(추정치)로 감소했음에도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 농도는 지난 10년간 증가율(연간 2.7 ppm)과 동일하게 늘어난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한 번 배출되면 대기 중에 지속해서 누적되는 이산화탄소의 특성에 있다. 대개 이산화탄소가 대기 중에 머무는 시간은 최소 5년에서 최대 200년으로 꽤 장기간 우리 곁에 체류한다.
즉,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갑자기 대폭 줄인다고 해서 단시간 내 이산화탄소 감소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것.
이산화탄소뿐만 아니라 오존층 파괴물질인 염화불화탄소 역시 약 100년간 대기 중에 장기 체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89년 몬트리올 의정서에서 염화불화탄소를 사용 금지한 후 해당 물질이 바로 감소하지 않고 몇 년이 지난 후부터 서서히 감소 추세로 변한다는 발표 사례가 대표적 증거다.

◇ 지구온난화 큰 변수 ‘이산화탄소’
이산화탄소는 지표면에서 방출되는 적외선 영역 대의 복사에너지를 흡수하는 온실가스 중 하나로, 대기 중 이산화탄소는 기후의 급격한 변화를 유발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산화탄소 농도를 줄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사실 이산화탄소는 기후의 장기적인 변동에 따라 자연적으로 변화할 수도 있고 화석연료 사용 증감에 따라 인위적으로 증감시킬 수도 있다.
일례로 2007년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IPCC)는 지구온난화 때문에 히말라야 빙하가 오는 2035년 완전히 녹아 없어질 수 있고 지구 온도는 단시간에 섭씨 1~3℃ 높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이후 내놓은 연구에서는 앞으로 수십 년간 전 세계 평균 기온은 예상치의 약 20%만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바로 바다가 대기 중의 열 흡수를 크게 늘려왔기 때문이다. 단, 언제까지나 바다의 능력만을 믿을 수는 없기에 현재 전 세계가 탄소 중립에 매달려 있는 것이다.
이 상황에서 그나마 다행인 것은 국내 에어로졸 연평균 농도는 감소세를 보인다는 것이다. 안면도의 경우 에어로졸(PM10) 연평균 농도가 관측 이래 감소하는 추세(연간 –1.1 마이크로그램 퍼 미터세제곱(㎍/㎥))를 보이며, 2013년 이후 최댓값을 보인 2019년(39㎍/㎥)과 반대로 2020년에는 관측 이래 최저 농도(27㎍/㎥)가 관측됐다.
우리나라 남쪽 고산의 경우, 2011년 최초 관측 이후 유사한 농도가 관측되고 있으며 2020년에는 안면도와 유사한 연평균 농도(28㎍/㎥)를 보였다.
특히 안면도 에어로졸 농도의 감소 경향은 PM10 이온 성분 분석 결과 질산염, 황산염 농도가 25~28% 감소한 것으로 봐서 인간 활동으로 인한 대기오염물질 농도 감소와 관련된 것으로 예측된다.

◇ 자연정화 능력·자원 순환기술 공격적으로 높여야
IPCC는 최근 현재 속도로 지구 온난화가 지속하면 2052년까지 지구 온도가 1.5도(℃) 상승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지구 온도가 1℃ 이상 오르면 기온과 해수면 상승, 폭염, 곡물 수확량 감소, 물 부족, 육상생물 등의 멸종과 같은 이상 현상이 벌어질 수 있다.
환경부가 최근 발간한 ‘한국 기후변화 평가보고서 2020’에서도 기후변화로 인한 우리 삶의 변화를 경고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연평균 기온과 해수면의 상승 속도는 전 지구 평균 대비 2배 이상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전 지구 평균 지표 온도가 1880~2012년 0.85℃ 상승했지만 우리나라는 1912~2017년 약 1.8℃ 상승한 것.
현재 추세대로 온실가스를 배출할 시 약 80년 후에는 폭염일수가 3.5배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렇게 되면 우리나라의 벼 생산성은 25% 이상 감소하고 사과는 재배할 수 없게 되며 강원도 지역에서 감귤이 재배될 가능성이 크다. 즉, 기후변화로 인해 우리나라만의 특성이 사라지고 이는 전 산업 분야에 걸쳐 영향을 미칠 거라고 경고했다.
따라서 지구 온도의 변화에 큰 변수로 작용하고 있는 이산화탄소 증가율을 더욱더 빠르고 효과적으로 감소시키기 위해서는 보다 파격적이면서 지속적인 저감 정책이 필요하다. 그래야만 2050 탄소 중립 정책 실현에 그나마 한 발 더 가까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자연, 기업, 개인이 하나가 될 때 이산화탄소 저감 정책이 빛을 볼 수 있다고 말한다.
먼저 자연정화 능력을 보다 강화할 필요가 있다. 바다는 육지보다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 흡수 속도가 최대 50배 빠르다. 특히 이러한 작용에 해양식물이 큰 역할을 수행하는데, 해양식물은 광합성을 통해 탄소를 흡수하고 영양분으로 합성해 바이오매스 형태로 토양에 탄소를 저장한다.
따라서 인위적으로 바다의 이산화탄소 흡수 능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바다숲을 조성하는 것도 좋은 아이디어가 될 수 있다. 작년 기준 약 2만 4,258헥타르(ha)의 바다숲이 조성, 연 8만 톤(t)이 넘는 이산화탄소 저감효과를 봤다. 전문가들은 바다숲의 기능성에 주목하며 생태 친화적 자원 조성 정책을 좀 더 공격적으로 펼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또 개인이 발생한 만큼 이산화탄소 흡수량도 늘려 실질적인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제로(zero)로 만든다는 탄소 중립의 개념을 살려 기업별로 탄소 중립 정책을 강화할 필요도 있다.
현재 기업들은 ESG 경영을 내세우며 바이오 연료, 퓨얼셀 등 신재생 에너지에 대한 연구를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이외에도 미래 신기술을 활용해 이산화탄소를 포집, 저장하는 기술 등 ‘마이너스 배출(negative emission)’기술의 개발도 절실하다는 것. 즉, 4차 산업기술을 동원해 지구 대기 중에 머물러 있는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연구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개인 역시 이산화탄소 저감을 위한 노력이 필수다. 과거의 ‘생산-소비-폐기’의 개념에서 ‘생산-소비-회수-재활용’이라는 순환 경제로의 인식 재편이 필요하다. 다시 말해 기업과 소비자가 이산화탄소 저감에 집중해 자원 소비를 획기적으로 줄이고, 에너지 효율 향상을 도모함으로써 탄소배출을 줄일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피력하고 있다.
[이넷뉴스=김범규 기자] beebeekim1111@enetnews.co.kr
기사제휴 및 보도자료 발송 ▶ news@enet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