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에너지기구(IEA) 지난 20일 세계 50여개국, 800개 경기 부양책 분석 보고서 공개
“친환경 부문 배정된 3,800만 달러, 모두 집행돼도 탄소 중립 위해선 부족해” 지적
오는 11월 COP26 개최 앞두고 개도국 투자 압박하려는 포석으로 보여 

[이넷뉴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2023년을 기점으로 탄소 배출량이 꺾이긴커녕 늘어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을 내놨다. 각국 정부의 친환경, 신재생 에너지 분야 투자가 여전히 미비하다는 이유에서다. IEA는 “언제 온실가스 배출량이 정점에 도달할지 알기 어렵다”며 “2050년 글로벌 탄소 중립 달성도 불투명하다”고 지적했다. 환경 분야 투자 필요성을 환기하려는 의도도 있지만, 단순 ‘대외 압박용’ 발언은 아니다. 

◇ “코로나19 이후 ‘깨끗한 미래’ 얘기했지만...실천 못 옮겨”

IEA는 지난 20일(한국 시각) 세계 50여개국, 800개 이상의 경기 회복 부양책을 자체 분석한 보고서를 공개했다. IEA는 보고서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각국 정부가 투자를 약속한 16조 달러(1경 8,424조원) 가운데 친환경·신재생 에너지 부문은 3,800억 달러(약 437조 5,700억원)에 불과하다고 짚었다. 수치 자체는 상당한 금액이지만, ‘탄소 중립’ 관점에선 턱없이 모자라다는 게 IEA 판단이다.

IEA 파티 비롤 사무총장은 “친환경 부문에 배정된 3,800만 달러가 모두 집행된다고 해도 2050년 탄소 중립을 위해서는 부족한 금액”이라며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이 다시 기록을 세우는 것을 막는 데 충분하지 않다”고 꼬집었다. 이어 “코로나19 위기 발발 이후 많은 정부가 더 깨끗한 미래를 위해 더 나은 건물을 짓는 것의 중요성을 이야기했다”며 “(그러나) 많은 국가는 아직 말을 행동으로 옮기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앞서 195개국은 제21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에서 2015년 지구 평균 온도가 섭씨 2도(℃) 이상 상승하지 않게 하는 파리기후협정(이하 파리협정)에 서명했다. 유엔은 이를 위해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이 연평균 7% 이상 줄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IEA에 따르면 탄소 배출은 여전히 심각한 수준이다. 비롤 사무총장은 “(이대로라면) 파리협정이 달성되는 상황보다 35억톤(t) 더 많은 탄소를 배출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사진=IEA)
(사진=IEA)

◇ IEA, ‘코펜하겐 합의’ 이행 촉구...”1,000억 달러도 모자라”

IEA의 보고서는 오는 11월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리는 제26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 (COP26)를 앞두고 선진국에 개도국 탈탄소화 지원을 압박하기 위한 목적으로 보인다. IEA는 지난달 환경 투자 보고서에서 “2050년 세계가 탄소 중립을 달성하려면 2030년까지 매년 1조 달러(약 1,115조 5,000억원) 이상의 환경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2020년 투자액인 1,500억 달러(약 173조 3,250억원)와 비교해 7배 이상 높은 금액이다. 

주요 7개국(G7), 유럽 연합(EU) 등은 2009년 개도국의 기후 변화 대응 지원 공여금 규모를 연간 1,000억 달러(약 115조 5,500억원)로 늘리겠다고 약속했다. ‘코펜하겐 합의(COP15)’다. IEA의 개도국 지원 촉구는 이 합의를 근거로 한다. 다만 일각에선 1,000억 달러도 모자란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세계 가난·불평등 퇴치 단체 ‘액션에이드’ 활동가 테레사 앤더슨은 “G7의 1,000억 달러 약속은 위기의 시급성, 규모와 동떨어져 있다”고 비판했다. 

IEA는 주요 20개국(G20)이 밝힌 환경 투자 금액이 파리협정 목표를 달성하는 데 필요한 지출의 60%에 불과하다고 분석했다. 특히 이 수치는 개도국으로 기준을 바꿀 때 20%로 크게 줄었다. IEA는 이에 대해 “코로나19로 심각한 타격을 입은 국가들이 지속 가능한 환경을 위한 투자보다 긴급 보건 및 복지 지출을 우선시했기 때문으로 보인다”며 “선진국이 파리협정 이행을 위한 지출과 정책적 조처를 빠르게 늘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2009년 주요 7개국(G7), 유럽 연합(EU) 등은 코펜하겐 합의(COP15)에서 개도국의 기후 변화 대응 지원 공여금 규모를 연간 1,000억 달러로 늘리겠다고 약속했다 (사진=위키미디어)
2009년 주요 7개국(G7), 유럽 연합(EU) 등은 코펜하겐 합의(COP15)에서 개도국의 기후 변화 대응 지원 공여금 규모를 연간 1,000억 달러로 늘리겠다고 약속했다 (사진=위키미디어)

◇ “청정에너지 전환에 최대 173조 달러 필요”

IEA 외에도 여러 기관이 2050년 탄소 중립을 위해 환경 분야에 더 많은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경제 전문지 블룸버그 관계사인 블룸버그NEF에 따르면 전 세계의 청정에너지 전환을 위해서는 앞으로 30년간 최소 92조 달러(약 10경 6,260조원)에서 많게는 173조 달러(약 19경 9,815조원)가 필요하다. 매년 3조 1,000억~5조 8,000억 달러의 천문학적 금액이 필요한 셈이다.

한편 우리 정부는 매년 탄소 중립 예산을 끌어올리고 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최근 2년간 1조 1,800억원이 탄소 중립 관련 예산으로 책정됐으며, 70% 이상 집행된 상태다. 전체 예산의 절반 이상은 ‘그린 모빌리티’가 차지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올해 책정된 탄소 중립 관련 예산은 본예산 기준 5,368억원”이라며 “지난해 본예산(4,778억원)과 비교해 12.3% 증액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은 지난 3월 보고서에서 “올해(2021년) 경기 회복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이 2019년과 비교해 최소 1.6% 감소에서 최대 10.6%까지 증가할 수 있다”며 “(이를 해결하려면) 그린 뉴딜의 성공적 추진과 저탄소 연구 개발(R&D) 정부 투자 강화가 중요하다”고 진단했다. 이어 “한국판 뉴딜이 온실가스 배출 감축에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며 “R&D 투자의 정부 계획이 계속 강화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넷뉴스=양원모 기자] ingodzone@e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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