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개발단체, 연구원 등 코로나 구제금융 내용 분석
G7회원국 석탄, 석유, 가스산업에 209조원 지출 비난
온실가스배출 등 환경관련 규제 전혀 없이 지원 논란

G7이 화석연료에 투자하고 있다. (사진=영국 정부 G7 회의 홈페이지 갈무리)
G7이 화석연료에 투자하고 있다. (사진=영국 정부 G7 회의 홈페이지 갈무리)

[이넷뉴스] 오는 11일부터 13일까지 영국 남부 콘월에서 G7(주요7개국) 정상회의가 열린다. 대면회담으로 진행되며 한국은 인도, 호주, 남아프리카공화국과 함께 게스트로 초대됐다. 각국 정상들은 코로나19 사태 이후의 상황을 다 함께 극복하기 위해 경제 회복과 백신, 기후변화 등의 현안을 집중 논의할 예정이다.

세계 정상들이 글로벌 경제를 살리기 위해 머리를 머리를 맞대는 모습이 자연스럽게 그려진다. 탄소중립을 외치는 목소리도 들린다. 그런데 기후위기 사태를 극복하자는 G7이 코로나19 구제금융 내용 등을 분석한 보고서에서 화석연료 산업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 붓는 ‘두 얼굴’을 드러내 논란이 일고 있다.

◇ 청정에너지보다 화석연료에 더 지출

국제개발자선단체 ‘티어펀드’, 국제지속개발연구원(IISD) 등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영국, 일본, 캐나다,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 G7 회원국은 석탄과 석유, 가스를 지원하기 위해 지난해 1870억 달러(약 209조원)를 썼다. 같은 기간 태양력, 풍력을 비롯한 청정에너지원을 지원하는 데는 1470억 달러(약 164조원)가 지출됐다.

G7은 화려한 국제무대에 올라 앞에서는 코로나19 위기 극복과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외치고, 뒤에서는 화석연료 산업을 돕기 위해 더 많은 자금을 퍼부었다. 기후변화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한 모두의 노력을 망치고 있다는 비난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화석연료에 사용된 자금의 80%는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 배출과 관련된 규제 없이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자금을 지원하면서 환경 규제 조항을 넣을 수 있었지만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루실 뒤푸 IISD 수석정책보좌관은 "G7의 탈탄소화를 위해서는 재생에너지와 에너지 효율에 대한 투자가 최우선 돼야 한다. 그러나 화원국이 화석연료 산업을 계속해서 지지하고 있는 한 성과를 거두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이번 G7 정상회의에서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고 경제를 회복하는 방안을 찾기 위해 국제사회가 협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G7 회원국은 전 세계 인구의 약 10%를 차지하지만 지구 온난화의 원인이 되는 온실가스 배출량의 4분의 1을 방출한다. (사진=픽사베이)
G7 회원국은 전 세계 인구의 약 10%를 차지하지만 지구 온난화의 원인이 되는 온실가스 배출량의 4분의 1을 방출한다. (사진=픽사베이)

◇ 막강한 정치·경제력 국제이슈에 영향

G7은 막강한 정치, 경제력으로 국제 문제에 영향력을 발휘하며 투자와 합의, 집단행동을 통해 글로벌 현안을 해결해 나간다. 공익을 위해 기부와 지원에 적극 나서며 양보하는 듯한 제스처를 취하지만 동시에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모순적인 태도도 보인다.

코로나19 백신공급 사태는 이 같은 면을 여실히 보여준다. G7 회원국은 저소득 국가를 위한 백신 확보를 위해 43억 달러(약 4조 7945억원) 규모의 지원을 약속했지만, 백신 특허권을 완화하는 조치에 대해서는 거부 의사를 밝혔다.

G7의 ‘두 얼굴’은 기후 정책에 있어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탄소배출량을 30년 안에 순배출량 ‘0’으로 만들겠다는 과감한 공약을 내놓으면서도 지구의 균형을 무너뜨리는 피해를 계속해서 초래하고 있다. G7 회원국은 전 세계 인구의 약 10%를 차지하지만 지구 온난화의 원인이 되는 온실가스 배출량의 4분의 1을 방출한다. 또한 세계에서 자원 소비와 폐기물 발생률도 가장 높다.

보고서는 코로나19 사태가 이런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지만 G7 회원국은 대부분 기회를 놓쳤다고 꼬집었다. 각국은 화석연료 산업에 압력을 가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고 재생에너지 산업에 투자하며 ‘정의로운 변화’를 위해 자금을 사용할 수 있었지만 좋은 기회를 고스란히 날렸다.

영국 해외개발연구소(ODI)의 안젤라 피치아리엘로 선임연구원은 “G7 회원국이 코로나19 팬데믹 국면을 돌파하는 상황에서 자국 경제의 탈탄소화와 일자리 창출 측면에서 모두 중대한 기회를 놓쳤다”고 지적했다.

◇ 다가오는 G7 정상회의 새로운 기회

더욱이 코로나19 회복 자금을 지원할 때 배출 규제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은, 환경은 무시한 채 화석연료 집약 산업의 배만 불려준 격이다. G7 회원국은 기금의 약 10%만 친환경 활동에 사용하도록 했다. 운송회사와 화석연료 산업을 구제하는 데 더 많은 돈을 썼다. 특히 미국과 캐나다는 석유와 석탄, 가스회사에 가장 많은 자금을 지원했다.

다가오는 G7 정상회의는 회원국이 화석연료를 단계적으로 폐기하고 청정에너지에 투자할 수 있는 또 다른 기회를 제공한다. 국제단체들은 코로나 회복 자금의 최소 40%를 친환경 정책과 규제를 마련하데 쓰기를 촉구하고 있다.

이와 함께 개발도상국의 부채를 삭감, 이들이 환경 친화적인 정책을 추진하면서 코로나 국면에서 함께 회복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국제개발 단체들은 목소리를 높였다.

폴 쿡 ‘티어펀드’ 대표는 “농사를 망치고, 홍수가 범람하고, 마을에는 불확실한 미래만 남았다. 기후위기 사태가 세계 곳곳에서 악화되고 있는 것을 매일 목격하고 있다”면서 “현 상황을 모두를 위한, 안전한 기후변화 국면으로 전환할 것인지, 기후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지금까지의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들 것인지는 G7의 결정에 달렸다”고 말했다.

[이넷뉴스=조선미 기자] sun@e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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