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비맥주, 내년 상반기까지 3개 공장에 태양광 설비 도입 예정...“연간 12GWh 전력 확보”
오리온, 샘표식품 등은 10여년 전부터 태양광 에너지 생산 과정에 활용
고갈 우려 없고 ‘친환경’ 트렌드에도 맞아 다시 주목

[이넷뉴스] 태양 빛으로 전기를 생산하는 태양광 에너지의 쓰임새가 다채로워지고 있다. 최근 주목받는 곳은 식품 업계다. 태양광으로 빚은 맥주, 간장 등 다양한 제품이 생산되고 있거나, 생산될 예정이다. 식품 제조는 열을 이용하는 공정이 많아 태양광 에너지 활용도가 높은 분야로 평가된다. 고갈 걱정이 없다는 것도 태양광 에너지의 장점이다. 

오비맥주 “태양광 설비로 30년 동안 이산화탄소 16만t 감축 목표”

오비맥주는 지난 23일 친환경 에너지 기업 켑코에너지솔루션, 이온어스와 업무 협약(MOU)을 맺고 생산 공장에 태양광 발전 설비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켑코에너지솔루션은 태양광 설비 설계·조달·시공을 맡고, 이온어스는 설비 운영·유지·보수 등을 담당한다. 오비맥주는 설비 부지 제공과 함께 운영사에 사용료, 임대료를 지급한다. 오비맥주는 내년 초 광주 공장을 시작으로, 상반기 안에 광주·청주·이천 공장 3곳 모두 가동하는 게 목표다. 

업계에 따르면, 오비맥주는 소비 전력의 100%를 신재생 에너지로 충당하는 글로벌 캠페인 ‘RE100’ 참여를 위해 수년 전부터 태양광 설비 도입을 준비해왔다. RE100 참여 기업은 2050년까지 탄소 중립(탄소 배출이 0인 상태)을 달성해야 한다. 오비맥주는 “국내에서 RE100 사업이 구체적으로 발표, 실행되는 건 이번이 처음”이라며 “맥주 생산 전력을 친환경 재생 에너지로 대체하면 연간 이산화탄소(CO2) 발생량을 약 5,621t 감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오비맥주는 태양광 설비를 통해 연간 약 12GWh(기가와트시)의 전력을 확보하면서, 30년 동안 총 16만t 이상의 이산화탄소를 감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30년은 태양광 설비의 설계 수명이다. 오비맥주 배하준 대표는 “친환경 재생 에너지 사용을 확대해 기후 변화 위기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경영 선도 기업으로서 환경 보호와 사회적 책임 이행에 더 힘쓰겠다”고 말했다. 

배하준 오비맥주 대표(가운데)가 배성환 켑코에너지솔루션 대표(오른쪽), 허은 이온어스 대표와 함께 태양광 발전 공동 사업 협약을 체결했다 (출처: 오비맥주)
배하준 오비맥주 대표(가운데)가 배성환 켑코에너지솔루션 대표(오른쪽), 허은 이온어스 대표와 함께 태양광 발전 공동 사업 협약을 체결했다 (출처: 오비맥주)

태양광으로 빚은 간장, 태양광으로 말린 홍삼

태양광을 활용한 식품 제조가 전에 없던 새로운 시도는 아니다. 몇몇 기업은 10년 전부터 태양광을 제조 과정에 활용하고 있다. 오리온은 2009년 OSI(오리온스낵인터내셔널) 청주 공장 옥상에 태양열 집열기 48세트(19,584㎡, 40만㎉)를 설치하고 매일 5,500ℓ의 제품 생산용 급수를 가열하는 데 써왔다. 오리온 관계자는 "현재는 설비 이전 등으로 집열기 운영이 중단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샘표식품은 2010년 이천 공장에 설치한 총 489.6㎡ 규모의 태양열 집열기를 간장을 만드는 데 필요한 콩을 찌고 볶는 과정에 활용하고 있다. 집열기의 하루 평균 열에너지 생산량은 약 85만 1,000㎉로, 매년 3만 5,700ℓ의 석유와 9만 4,000㎏의 이산화탄소를 절약, 절감하는 것과 같은 효과가 있다. 샘표는 간장을 짜고 남은 메주 건더기(간장박)도 열에너지, 가축 사료로 재활용하고 있다. 

동원F&B는 태양광 자체를 생산에 활용한다. 공장 안에 따로 태양광 건조장을 만들어 인삼을 말리는 것. 홍삼은 건조 시간이 길고 손이 많이 가 온열기, 전열기로 인공 건조하는 경우가 많다. 동원F&B의 태양광 건조장은 반투명유리로 구성돼 건조 과정의 핵심인 바람길이 잘 통할 수 있도록 했다. 회사에 따르면 태양광으로 건조할 때 홍삼 농축액 빛깔이 더 잘 살아난다고 한다. 

샘표식품 이천 공장에 설치된 태양열 집열기 (출처: 샘표식품)
샘표식품 이천 공장에 설치된 태양열 집열기 (출처: 샘표식품)

미래 에너지로 발전 기대...그린 뉴딜, 바이든 당선도 ‘호재’

식품 업계가 태양광 에너지를 선호하는 건 자원 고갈 우려가 없고, 최근 경영 트렌드인 ‘친환경’과도 맞기 때문이다. 태양광은 태양이 소멸할 때까지 사실상 무제한 사용할 수 있다. 무엇보다 에너지 생산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발생하지 않는다. 이산화탄소는 지구 온난화 현상 등 각종 이상 기후의 주범으로 꼽히는 물질이다. 수십 년 사이 배출량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전 세계 정부, 기업이 감축에 나서고 있다. 

미래 에너지로 발전이 기대되는 점도 기업이 태양광 에너지로 고개를 돌리는 이유다. 정부는 그린 에너지 기반 구축을 위해 태양광 연구 개발(R&D) 투자 등에 2025년까지 11조 3,000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도 기후 변화 대처를 위해 신재생 에너지 분야에 2조 달러를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2조 달러는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10%에 달하는 금액이다. 

업계 관계자는 “태양광 에너지는 한때 화석 연료를 대체할 에너지로 각광받았지만 발전 효율, 높은 초기 비용 문제 등으로 인기가 한풀 식으면서 풍력, 수력 등 다른 친환경 에너지에 밀려났던 게 사실”이라며 “문재인 정부의 그린 뉴딜 정책 추진과 바이든 당선 호재 등으로 앞으로 계속 쓰임새가 넓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넷뉴스=양원모 기자] news@e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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