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지는 사라지고 갈등은 싹트는 농촌 태양광 사업
생태계 회복을 위해 친환경 에너지로 전환하는 신재생에너지 사업 취지를 살려야

[이넷뉴스] 정부는 농촌태양광 설치 확대를 위해 최근 5년간 1조원이 넘는 예산을 투입했다. 하지만 태양광 에너지 판매가격이 계속 내려가 농촌태양광을 설치한 농가의 소득이 기대치를 밑돈다는 평가를 받았고, 농촌태양광 정책이 농지 감소 현상을 부추긴다는 지적도 받았다.

지난 3월 22일 국회 예산정책처가 낸 ‘농가소득 증진을 위한 농촌태양광 사업분석’ 보고서에 의하면 2017년부터 농촌태양광 사업에 투입된 재정은 모두 1조459억8200만원이었다. 농촌태양광 사업 예산은 2017년 501억원에서 2019년 2479억원, 2021년 3435억원 등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늘어난 농촌태양광 예산만큼 참여하는 농민도 늘고 있고, 기업적으로 뛰어드는 신재생에너지 업체도 많다. 하지만 기대치만큼 수익이 발생하지 않고 무분별한 개발로 갈등이 많아지고 있다.

전남 무안 바닷가 10만평 농지의 태양광 시설. (사진=최병성 초록생명평화연구소 소장 제공)
전남 무안 바닷가 10만평 농지의 태양광 시설. (사진=최병성 초록생명평화연구소 소장 제공)

◇ 농촌태양광 사업은

농촌태양광 사업은 기본적으로 논밭에 태양광 패널을 깔아 발생한 전기를 팔아 농가가 소득을 올리는 구조다. 이를 통해 전체 재생에너지 이용률도 높일 수 있는 만큼 저금리 대출, 농지보전부담금 감면 등 다양한 정책적 지원이 지금까지 쏟아졌다.

태양광 발전사업자의 수입은 기본적으로 태양광 발전으로 생산된 전력 판매수입(SMP)과 다른 발전사업자에 신재생에너지로 전기를 생산했다는 인증서(REC)를 판매하는 두 가지를 합쳐서 구성된다. 

위 보고서에 의하면 주된 수입원인 SMP는 1시간 동안 1㎾를 계속 사용할 수 있는 전력량인 1kWh 가격이 2012년 160.8원에서 지난해 68.9원으로 반 토막 났다. 

대형 전력공급자들이 재생에너지 이용 의무 비율을 맞추기 위해 농가들로부터 사들이는 REC 가격도 2017년 1REC당 12만9967원에서 지난해 4만3025원으로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인증서를 팔 수 있는 사업자가 급증하면서 가치가 급락했기 때문이다.

위 보고서는 2018년 9월 기준 연수입 1260만원을 올렸던 농가는 2019년에 수입이 613만원으로 줄어들었고, 떨어지는 수치를 고려해 2020년 6월에는 수입이 506만원에 그치는 것으로 추산했다. 

반면 논밭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면서 농지는 빠르게 잠식되고 있다고 위 보고서는 설명한다. 

농촌태양광 설치로 인한 농지전용 면적은 2010년의 42㏊에서 2015년에 582㏊, 2018년에는 3675㏊로 늘어났다. 비중으로 보면 2010년의 0.2%에서 2018년의 22.5%로 증가했다. 

농지전용 건수도 2010년 172건에서 2015년 2939건, 2018년 1만6413건으로 폭증 추세를 보이다가 2019년 1만1847건으로 다소 감소했다.

 

◇ 농촌태양광 정책, 속도 조절과 방향 조정이 필요한데

한편, 지난 16일에는 서울 여의도에서 ‘농촌 신재생에너지, 현황과 과제’ 토론회가 열렸다. 그 자리에서 최병성 초록생명평화연구소 소장은 주제발표를 통해 “에너지 전환에서 중요한 건 속도가 아니라 올바른 방법과 방법”이라고 역설했다.

그는 정부의 ‘그린뉴딜’ 정책과 그 이행계획의 허점을 지적했다. 정부가 추진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는 짧은 기간에 발전량을 획기적으로 올려야 해서 무리가 올 수밖에 없고, 그 과정에서 대기업이나 자금력 있는 일부의 돈벌이 수단이 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최소장은 결국 투기 수단이 되어버린 신재생에너지 사업도 지적했다. 지난 2017년과 2018년 산지 태양광 허가가 급증하자 산림 훼손과 산사태 문제가 거론되었다고. 따라서 규제가 강화되자 산지를 훼손하던 태양광이 농지로 내려오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그 결과, 대규모 사업을 위해 농지법을 개정했고, 간척지를 염해 간척지로 둔갑시켜 태양광 설치를 허용했다고. 결과적으로 농촌태양광으로 인한 수익은 떨어지고 농지는 점점 없어져 갔다고 비판했다.

최병성 소장은 정부가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그린뉴딜’이란 이름으로 추진 중이지만 방향을 제대로 잡지 않고 속도 조절도 하지 않으면 환경파괴와 국토파괴를 불러올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전남 완도에 내걸린 태양광 반대 플래카드. (사진=최병성 초록생명평화연구소 소장 제공)
전남 완도에 내걸린 태양광 반대 플래카드. (사진=최병성 초록생명평화연구소 소장 제공)

 

◇ 농민 지원 법안이 반발을 줄일 수 있을까

농촌 지역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대해 농민들과 전문가들의 비판이 많은 가운데 농지전용 없이, 영농과 태양광 발전을 병행하는 영농형 태양광에 대한 농민 지원 법안이 발의됐다.

위성곤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2일 법안 발의한 「농업인 영농형 태양광 발전사업 지원에 관한 법」은 지역주민과 ‘농업인(농업·농촌 및 식품산업 기본법에 따라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을 충족하는 자)’이 태양광 사업을 주도할 경우 지원을 강화하는 등 ‘농업인 영농형 태양광 발전사업’ 모델에 대한 법적 근거 마련을 목적으로 한다.

이 법안 발의에 앞서 진행된 간담회에서 이무진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은 “지금 농촌지역 주민들은 영농형이 됐든 뭐가 됐든 태양광에 대한 반감이 엄청난 상황이다. 그간 워낙 폭력적이고 무차별적으로 진행됐기 때문에 지금까지 행해온 것에 대한 이해나 설명 없이 영농형태양광이란 이름으로 지원 방안을 앞세웠다고 해서 받아들이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른 전문가들도 농사를 중점에 두지 않는 ‘영농형태양광의 농민 지원 법안’ 역시 농지 소유와 이용의 허점을 악용할 수 있다는 점을 경고했다.

정부가 야심 차게 마련한 농촌태양광 정책이 규제의 허점을 이용해 오히려 농촌과 농민들에게 피해를 준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신재생에너지는 생태계 회복을 위해 친환경 에너지로 전환하겠다는 의미를 품고 있다. 그 의미에 걸맞게 모든 이해 관계자가 함께 만족하는 신재생에너지 사업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이넷뉴스=강대호 기자] dh9219@e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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