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한 규제 등으로 대기업 일감 쏠림 현상 심화···사업 횟수까지 제한하며 불만 폭발
“정부, 불공정한 제도로 피해 강요···재생 에너지 발전 오히려 힘들게 만들어”
전국태양광발전협회, 20일 청와대 분수광장 앞에서 RPS 제도 규탄 기자회견 진행
[이넷뉴스] 발전 사업자의 신재생 에너지 발전량을 의무화한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RPS) 제도를 놓고 중소 태양광 업체들이 반발하고 있다. 조직력·자본력을 앞세운 대기업, 발전 공기업이 RPS 관련 사업을 사실상 독식하고 있는 데다, 발전차액지원제도(FIT) 개편으로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해지면서 불만이 폭발한 것이다. 현재 국내 중소 태양광 발전 업체는 약 5,000곳으로 추정된다.
◇ RPS 공급량 매년 느는데···’입지 규제’ 발목
18일 업계에 따르면 전국태양광발전협회(이하 전태협)는 지난 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진행하고 중소 규모 태양광 산업 지원 및 FIT 발전 사업자의 참여 횟수 상향 등을 요구했다. 전태협은 “현재 태양광 보급이 오히려 대기업, 발전 공기업에 치중돼 일감이 몰리는 상황으로 변질되고 있다”며 “(이는) 모든 정부가 중시해온 일자리 창출, 소득 분배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RPS 공급량은 매년 늘고 있다. 현재 9% 수준에서 2034년까지 25%로 늘릴 계획이다. 하지만 각종 규제로 중소 태양광 업체의 설 자리가 없어지며 대기업·발전 공기업 중심으로 시장이 확장되는 현실이다. 가장 큰 문제는 ‘입지 규제’다. 태양광 사업자 인허가를 받으려면 태양광 설비가 도로·주택과 일정 거리 이상 떨어져 있어야 하는 등 조건을 만족해야 한다. 문제는 이 조건을 맞추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기후운동단체 기후솔루션이 지난해 10월 지리 정보 시스템(GIS)으로 이 같은 규제를 만족하는 경북 구미시, 전남 함평군, 경남 함양군 내 부지 면적을 조사한 결과 구미는 전체 면적의 0.09%, 함평은 0.78%, 함양은 0.64%에서 사업이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태양광 사업을 하고 싶어도 땅이 없다”는 게 과장이 아닌 셈이다. 지자체마다 이격 거리도 달라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는 게 업계 지적이다.

◇ “한국형 FIT, 오히려 재생 에너지 발전 막아”
FIT(Feed in Tariff·발전차액지원제도)는 신재생 에너지 활성화를 위해 정부가 일정 기간 신재생 에너지로 발전한 전력을 구매해주는 제도다. ‘소규모 태양광 고정 가격 계약’이라고도 한다. 약속한 가격으로 꾸준히 정부 물량이 확보되기 때문이다. FIT는 대기업·발전 공기업이 점령한 RPA 시장에서 중소 태양광 기업이 최소한의 수익을 유지하는 제도다. 그런데 정부가 올해 ‘태양광 쪼개기’ 등 악용을 막는다며 개인·조합별 FIT 참여 횟수에 제한을 두며 논란에 불이 붙었다.
정부가 추진한 이른바 ‘한국형 FIT’ 원안은 1인, 1조합당 사업 참여 횟수를 1회로 제한하는 게 주요 내용이었다. 그러자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 계통한계가격(SMP) 하락의 이중고를 겪는 중소 태양광 업계는 당장 반발했다. 전태협은 “(정부가) 불공정한 제도로 일방적 피해를 강요하고, 재생 에너지 발전을 오히려 힘들게 만들고 있다”며 “오히려 (태양광 사업 초창기였던) 이명박, 박근혜 정부 때가 호황기였다”고 비판했다.
산업부는 이 같은 비판을 수용해 지난 12일 일반 사업자와 농·어·축산민은 누적 3개, 조합은 5개까지 참여를 허용하는 FIT 매입 공고를 냈다. 그러나 업계는 개정안도 미흡한 점이 많다는 입장이다. 홍기웅 전태협 회장은 “(개정안은) 정부를 믿고 이미 투자를 마친 신규 사업을 배제하고, 거의 완료된 사업을 선심 쓰듯 경과 기준으로 구제하겠다는 꼼수”라며 “현재 한국형 FIT는 보급 사업이 아닌 규제”라고 꼬집었다.

◇ 단체 행동 나서는 업계···”중소 업체 고통, 울분 알릴 것”
업계는 RPS 개선을 위해 집단행동에 돌입한다. 전태협은 오는 20일 청와대 분수광장 앞에서 정부의 RPS 제도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한다. 협회는 회견에서 ▲SMP, REC 하락 방치에 따른 원금 회수 기간 증가 ▲중소 업체를 고려하지 않은 RPS 물량 배정 ▲대기업, 발전 공기업으로의 일감 쏠림 현상 등을 비판할 예정이다. 협회는 “내년 대통령 선거까지 단체 행동을 통해 회원들이 느끼는 고통과 울분을 널리 알릴 것”이라고 했다.
전국시민발전협동조합연합회는 지난 14일 성명서를 내고 정부에 FIT 개정안 철회를 요구했다. 연합회는 “안정적 판매와 가격을 보장하고자 도입한 한국형 FIT 제도가 (오히려) 참여 한도를 정해 소형 태양광 설치 사업을 더 어려운 상황에 부닥치게 했다”며 “(특히) 조합원이 수백명인 협동조합은 5개밖에 신청할 수밖에 없으니 (개정안이) 협동조합을 고사시키려는 의도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비판했다.
한 태양광 업계 관계자는 “RPS 제도 전체를 손봐야 한다고 그렇게 건의를 했지만, 정부는 듣지 않았다”며 “(지금이라도) 산업 현장의 목소리를 귀담아듣지 않으면 문제는 계속 터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넷뉴스=양원모 기자] ingodzone@e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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