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에어버스, 미국 보잉 등 유력 업체들···잇따라 ‘수소 비행기’ 개발 선언
상용화 이제 막 첫발···100여년 전 첫 수소 비행기 ‘힌덴부르크호’ 이후 안전 문제로 잊혀
SK 등 수소 기업 지분 인수로 간접 투자 나서…”수소 비행기, 기후 중립 달성 해법 될 것”

[이넷뉴스] 빠르면 2024년 수소로 날아다니는 비행기를 현실에서 볼 수 있을 전망이다. 스타트업은 물론 유럽 에어버스(Airbus), 미국 보잉(Boeing) 등 유력 업체들까지 수소 비행기 개발에 뛰어들면서다. 국내 업체 가운데서는 SK가 수소 전문 기업을 인수하며 시동을 걸고 있다. 수소 비행기는 물, 증기만 배출하기 때문에 항공 업계에서 ‘탄소 중립’을 달성할 꿈의 이동 수단으로 꼽힌다. 완전 상용화 시점은 2030년 중반으로 언급된다. 

◇ 에어버스 코드명 ‘제로(ZEROe)’에 숨겨진 뜻은

지난해 9월 유럽 최대 항공기 제조 기업 에어버스는 공식 홈페이지에 수소 비행기인 ▲터보팬 항공기(200명, 이하 탑승 인원) ▲터보 프롭 항공기(100명) ▲동체 날개 일체형 항공기(200명)의 콘셉트 사진을 공개하고 “2035년까지 이들을 상용화하겠다”고 밝혔다. 모든 모델명 앞에는 ‘이산화탄소 배출을 0으로 하겠다’는 뜻을 담아 ‘제로(ZEROe)’라는 코드명을 붙이기로 했다. 

미국 보잉은 미 공군, 미 항공우주국(NASA), 매사추세츠 공대(MIT), 일리노이 대학, 제너럴 일렉트릭(GE) 등과 ‘치타(CHEETA, for Cryogenic High-Efficiency Electrical Technologies for Aircraft)’라는 이름의 산학연 공동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치타의 목표는 액화(액체) 수소 기반의 연료 전지로 움직이는 항공기를 개발하는 것이다. 현재 NASA에서 초기 자금 600만 달러를 투자받아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유럽, 미국 등 선진국이 수소 항공기 개발에 적극적인 것은 친환경적이면서 연비도 좋기 때문이다. 수소는 발전 과정에 탄소 배출이 전혀 없고, 우주에서 가장 풍부한 물질이다. 또 석유 등 기존 화석 연료보다 에너지 저장 밀도가 높아 연비가 뛰어나다. 업계에 따르면 내연 기관의 열효율은 30% 수준인 반면, 수소 연료 전지는 50~60%로 2배 가까이 높다. 같은 양의 연료로 2배 더 먼 거리를 갈 수 있다는 뜻이다. 

에어버스가 공개한 수소 비행기 3종의 조감도. (사진=에어버스)
에어버스가 공개한 수소 비행기 3종의 조감도. (사진=에어버스)

◇ 100년 전에도 수소 비행기가 있었다?  

수소 비행기 상용화는 이제 막 첫발을 뗀 상태다. 영국 항공 업체 제로에어비어(ZeroAvia)는 지난해 9월 런던 인근 크랜필드 상공에서 자사의 6인승 수소 연료 전지 항공기 ‘파이퍼 엠 클래스(Piper M-class)’가 시험 비행을 마쳤다고 밝혔다. 최대 시속은 140킬로미터(㎞). 2016년 독일 항공우주센터가 처음 4인용 수소 비행기 시험 비행에 성공한 지 4년 만의 일이었다. 

수소 비행기는 100여년 전 이미 실현된 바 있다. 1930년대 나치 독일이 개발한 수소 가스 항공기 ‘힌덴부르크호(LZ 129 Hindenburg)’다. 길이만 245미터(m)에 달했던 이 초대형 비행선은 총 130명이 탑승할 수 있었다. 객실, 레스토랑, 샤워실은 물론 흡연실까지 마련돼 있었다. 그러나 1937년 미국 뉴저지로 향하던 힌덴부르크호는 착륙 직전 갑작스러운 화재로 40여 명의 사망자가 발생하는 비극의 주인공이 됐다.

힌덴부르크호의 폭발이 주는 교훈은 하나다. 수소는 가연성 물질이라는 것. 이는 100여 년이 지난 현재도 유효하다. 비행기는 작은 결함도 대참사로 이어질 수 있기에 위험을 원천 차단하는 게 중요하다. 이와 함께 수소를 영하 253도 이하 초저온 상태로 계속 유지하는 것도 관건이다. 수소 비행기는 액체 수소를 원료로 움직이기 때문이다. 액체 수소는 기체보다 부피가 800배 이상 적어 비행기 본체 무게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컴퓨터 그래픽으로 재구성한 힌덴부르크호. (사진=Pxfuel)
컴퓨터 그래픽으로 재구성한 힌덴부르크호. (사진=Pxfuel)

◇ SK, 美 수소 기업 지분 인수···정부는 ‘수소 드론’에 무게

국내 기업 가운데 가장 수소 비행기 투자에 진취적인 곳은 SK다. SK는 지난 1월 약 1조 6,000억 원을 투자해 미국 나스닥 상장 업체인 플러그파워(Plug Power)의 지분 9.9%를 인수하고 최대 주주에 올라섰다. 플러그파워는 ▲수소 연료 전지 ▲전해조 기술 ▲수소 생산 인프라 ▲수소 모빌리티 등을 개발하는 수소 전문 기업이다. 이 회사의 개발 대상 포트폴리오에는 수소 비행기도 포함돼 있다.

정부는 지난해 7월 발표한 ‘수소 생태계 경쟁력 강화 방안’에서 2040년부터 대양 선박, 유인 항공기 등에 수소 연료 전지 시스템을 갖추는 기술을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항공기보다는 드론에 주목한 것. 현재 실증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수소 드론은 빠르면 2030년쯤 상용화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2025년부터 200킬로그램(㎏) 이상 대형 물류를 나를 수 있는 수소 드론 시스템의 개발을 추진할 계획이다. 

기욤 포리 에어버스 최고경영자(CEO)는 “수소는 항공기가 기후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을 큰 폭으로 감소시킬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 (수소 비행기는) 무공해 비행의 미래에 대한 비전을 추진하는 우리의 야망을 보여준다”며 “합성 연료나 상업용 항공기의 주요 동력원으로 수소를 사용하는 것은 기후 중립의 이정표에 도달하는 중요한 해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넷뉴스=양원모 기자] ingodzone@e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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