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실가스 감축 수단 구체화·재생에너지 확대 강조
탄소중립 달성 위한 11개의 선결과제 제시
“연내 정부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활동할 계획”
[이넷뉴스] 기후솔루션,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와 환경운동연합이 2050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과감한 온실가스 감축과 재생에너지 확대를 주문했다. 이들 환경단체는 지난해 3월 재생에너지협의회를 결성한 후 그간 정부 정책의 모니터링과 분석을 진행해왔다.

◇ 탄소중립으로 가는 중간 목표 수립 촉구
기후솔루션·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환경운동연합 3개 단체가 지난 17일 ‘2021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정책제안서’를 발표했다.
이번 정책제안서에는 특히 재생에너지 확대 과정에서 문제로 지적돼온 △주민 수용성 △인허가 문제 및 환경성 강화 방안 △재생에너지 입지규제 △재생에너지 시장제도 △정의로운 전환 등 11개의 과제가 시민사회 차원에서 종합적으로 제시됐다.
정책제안서는 먼저 정부가 발표한 ‘지속가능한 녹색사회 실현을 위한 대한민국 2050 탄소중립 전략’에서 기후 위기 대응 필요성의 근거로 UN IPCC의 ‘1.5℃ 특별보고서’를 인용하고 있음에도 IPCC가 권고한 2030년 목표인 ‘2010년 대비 45% 감축’ 시나리오는 계획에 반영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연말 정부가 발표한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는 2030년 연간 온실가스 총배출량을 5억3,600만t CO₂eq. 수준으로 낮추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IPCC가 제안한 2050 탄소중립 감축 경로에 따르면, 한국의 2030년 온실가스 배출은 순 배출량 기준 약 3억3,130만t CO₂eq. 수준으로 상당한 격차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또한 현재 정부가 명시적으로 수립한 재생에너지 확대 목표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과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에서 확정한 ‘2030년 발전량 비중 20%’, ‘2040년 발전량 비중 30~35%’ 다. 보고서는 이 목표가 정부 그린뉴딜, 장기저탄소발전전략(LEDS), NDC 확정 발표 이후에도 큰 변동 없이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과 ‘제5차 신재생에너지기본계획’ 등에 반영되었다고 설명했다.
안재훈 환경운동연합 국장은 정책제안서 발표 기자회견에서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2010년 대비 45% 수준으로 상향하고, 2050년에는 재생에너지 100% 달성을 위한 목표를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연도별 감축 목표를 점검하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안 국장은 또 재생에너지 관련한 여러 환경적인 문제들에 대해 “현재 환경성을 극복하고자 계획입지를 고민하고 있지만 실제로 추진이 잘되지 않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화력발전소나 원자력발전소의 경우 일단 세워진 후에는 문제가 발생해도 해결이 어려웠다. 안 국장은 “재생에너지 시설 역시 한번 들어서게 되면 차후에 환경적인 문제들이 발생했을 때 제대로 모니터링되고 해결될 수 있을까 하는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전략환경영향평가 절차를 제도화하는 재생에너지 계획입지 도입과 재생에너지 사업 사후 관리 강화를 제안했다. 아울러 “바이오매스를 재생에너지로 볼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바이오매스 지속가능성 기준 마련도 촉구했다.

이어 심각한 지역별 전력자립 불균형과 재생에너지에 대한 시민 인식 및 수용성 부족, 미약한 지방정부 예산 및 조직 등 지역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점이 언급됐다. 이를 위해 지역에너지 전환 지원 조직 설립과 시민참여·이익공유 확대 및 제도화, 에너지 다소비 규제 강화 및 전력수급 지역 불균형 해소 필요성이 제기됐다.
특히 정책제안서에는 환경운동연합이 작성한 각 시도별 재생에너지 현황과 이에 따른 맞춤형 정책이 제안돼 있어 눈길을 끌었다.

◇ 주민이 참여할 수 있는 소규모 개발 계획 필요
정책제안서는 대규모 재생에너지 개발에 대해 계획입지와 이익공유의 제도화는 진전이 있지만, 대규모 개발이 발전원가의 저감으로 이어지도록 하는 제도가 마련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또한 대규모 개발이 지역주민의 역량 강화로 이어지도록 하는 장치가 없어 지역주민이 재생에너지 개발·경영 역량을 강화할 기회를 잃게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예를 들어 새만금 재생에너지 개발의 경우 전체 약 3GW급 개발 계획을 추진하며 100MW 규모로 사업자를 공모하고 있으나, 주민이 직접 개발에 참여할 수 있는 소규모 개발 계획은 마련되어 있지 않다.
정책제안서는 현재 발전사업 허가 시 전기사업회계규칙에 따른 공사비 개괄 계산서만을 제출하게 되어 있지만, 재생에너지 개발 원가 항목별 제출이 의무화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한, 대규모 개발 추진 시 공공성을 높이는 방향 아래 주민 협동조합, 마을 풍력, 개인 소규모 개발자 등 소규모 개발이 함께 이루어지도록 제도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내다봤다.
국내외에서 재생에너지 주민 수용성 개선을 위해 마을 기금, 부지 임대, 보상, 현물 편익, 지역 고용·계약, 에너지 가격 인하 등 다양한 이익공유 방식이 활용되고 있다. 최근에는 단순한 이익공유를 넘어 재생에너지 투자에 주민을 참여하도록 해 투자수익을 분배하는 주민참여 방식도 활발해진 추세다.
지난해 10월 기준 우리나라의 38개 태양광 발전소가 주민참여로 준공됐다. 신안군, 해남군, 전라남도, 제주도 등은 지자체 차원에서 발전사업자가 재생에너지 사업에 따른 이익을 지역에 환원하도록 하는 제도를 마련하여 시행 중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이익공유가 비공식적으로 진행되다 보니 마을 여론주도층 등 주민 소수만 혜택을 받아 지역공동체의 신뢰를 파괴하기도 한다. 이로 인해 사업 자체가 무산되거나, 사업자가 불합리하게 과도한 요구를 받는 경우도 발생했다.
주민참여형 재생에너지 사업 역시 주민들의 실질적인 투자 참여로 이어지지 못하고 요식행위로 치러지는 사례도 나타났다.
윤성권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많은 시민이 재생에너지 투자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이익 공유 가이드라인은 현재 마련되고 있는데, 이익 공유 금액의 적정한 기준이나 공공성, 투명성을 담보할 방법도 포함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 태양광 최대 이격거리 법으로 명시해야
정의로운 전환과 관련해 에너지전환 기금 조성에 대한 제안도 제시됐다. 권경락 기후솔루션 이사는 “그린뉴딜, 탄소중립추진전략에서 관련 내용이 언급되긴 했으나 구체적인 내용이 하나도 없었다”며 “국회에서도 ‘에너지전환지원법’ 제정안이 마련되어, 공정 전환의 법적인 틀을 제시하였으나, 발전 부문에 국한되어 있어 전반적으로 확대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책제안서는 독일의 에너지전환기금과 탈석탄법을 예로 들며, 원전 및 석탄발전 사업자로부터 부담금을 신설하고 교통·에너지·환경세의 일부를 기금 재원으로 신규 편성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또 발전 부문뿐 아니라 가정, 상업, 산업, 수송 등 타 영역에 대해서도 포괄적인 투자 및 지원이 확대돼야 하며, 산업부 또는 환경부 산하 기금 전담 기관을 신설하여 효율적인 기금 집행이 추진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기후솔루션은 재생에너지 개발의 불합리한 규제 개선 부분에서 특히 이격거리에 관심을 뒀다. 이격거리는 혐오 시설이나 위험 설비를 주거시설과 도로에 인접하지 못하게 하는 규제다.
권 이사는 “2017년에 산업부가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이격거리를 설치하지 말고 아주 예외적인 경우에만 100m 이내로 설치하게 했으나, 법적 구속력이 없다 보니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8월 기준 전국 226개 지자체 중 태양광 이격거리 규제를 도입한 지자체는 123개로 전체의 50%를 차지한다. 기초지자체의 이격거리 규제 기준은 도로, 주택, 공공시설, 관광지, 문화재 등으로 구분되며, 기초지자체별로 평균 300m, 최대 1km의 이격거리를 설정하고 있어 과도한 수준의 규제가 시행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택의 경우 1채만 있어도 규제를 시행하는 지자체의 비중이 67%에 달한다.
기후솔루션은 태양광 이격거리 규제 도입에 따른 입지 가능 지역의 축소가 최소 40% 이상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이격거리 규제가 태양광 사업의 실질적인 장애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정책제안서는 ‘신재생에너지법’ 개정을 통해 최대 이격거리를 법으로 명시하여 기초지자체의 이격거리 규제 양산을 막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한 법령 개정과 함께 기초지자체의 무분별한 규제 도입을 제한하기 위해 중앙정부 차원의 표준조례안 제정도 촉구했다.
[이넷뉴스=정민아 기자] comte@e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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