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틀란드반도 서쪽으로 80㎞ 떨어진 해상 지점 유력···축구장 18개 합친 규모
풍력 발전기 200대 설치, 300만 가구 쓸 수 있는 규모의 3GW 전력 생산 목표
발트해 동쪽 끝 보른홀름섬도 ‘에너지 섬’ 지정···유럽 전력망 통합 목표

[이넷뉴스] 덴마크가 2033년까지 38조원을 들여 세계 최초의 ‘인공 에너지 섬’을 만든다. 덴마크 역사상 가장 큰 단일 건축 사업이다. 인공 섬에는 수백대의 풍력 발전기가 설치돼 수백만 가구가 쓸 수 있는 청정 전기를 생산하게 된다. 덴마크 정부는 2030년 1단계 준공을 하고, 섬 규모를 점차 확대할 계획이다. 인공 섬과 함께 덴마크 최동단에 있는 발트해 남서부의 보른홀름섬도 ‘에너지 섬’으로 지정됐다.

 

◇ 덴마크 역사상 최대 규모 건설 프로젝트...38조원 투입

18일 업계에 따르면 덴마크 의회는 지난해 6월 총 1만 1,150㎥(약 3,373평) 규모의 인공 에너지 섬 ‘바람 섬(VindØ)’을 북해에 조성하기로 했다. 축구장 18개 크기의 이 섬에는 200대의 해상 풍력 발전기와 초고압 송·변전 설비가 설치된다. 약 3GW(기가와트), 300만 가구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생산 규모다. 섬은 민관이 함께 소유하되, 정부가 더 많은 지분을 가져간다. 정부는 에너지 수급 상황에 따라 섬 크기를 3배까지 늘려 최대 10GW의 전력을 생산할 방침이다.

바람 섬에는 38조라는 천문학적 금액이 투입된다. 덴 요르겐슨 덴마크 기후·에너지·유틸리티부 장관은 “바람 섬은 덴마크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프로젝트이며, 세계와 덴마크에 지속 가능한 에너지 생산 시대가 찾아왔음을 뜻한다”며 “에너지 섬 건설은 덴마크와 글로벌 녹색 전환에 아주 의미 있는 순간이다. 이 야심 찬 기후 목표가 성장과 녹색 일자리 창출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초창기 바람 섬은 해상풍력 발전단지 한 개가 덴마크 내륙과 연결되는 형태로 구상됐다. 그러나 논의를 거쳐 여러 해상풍력 발전단지를 한 곳으로 잇는 형태로 발전했다. 바람 섬의 정확한 위치는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현지 매체 보도에 따르면 유틀란드반도(이윌란반도) 해안에서 서쪽으로 80㎞ 떨어진 해상 지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

덴마크 에너지 섬 조감도 (캡처=덴마크 에너지부 홈페이지)
덴마크 에너지 섬 조감도 (캡처=덴마크 에너지부 홈페이지)

◇ 국토 최동단 보른홀름섬도 ‘에너지 섬’ 지정

덴마크 정부는 바람 섬과 함께 발트해 어귀에 있는 보른홀름섬을 ‘에너지 섬’으로 지정했다. 바람 섬과 보른홀름섬, 두 섬을 영국·네덜란드·독일 등 주요국 송전망의 거점인 ‘에너지 허브(Hub)’로 만들어 유럽 전력망을 통합하겠다는 목표다. 영국 BBC는 “해상 운송, 항공 분야에 전력을 공급하는 데도 효과적일 것”이라고 했다. 현재 덴마크는 독일, 벨기에, 네덜란드 등과 전력 공급 계약을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에너지 섬 건설·지정은 덴마크 정부의 ‘기후행동계획 2020(CAP 2020)’ 핵심 사업 가운데 하나로 추진됐다. 덴마크는 2050년 탄소 중립을 목표로 탈석탄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야곱 요스테가드 덴마크 공과대 교수는 “(에너지 섬 건설은) 덴마크 풍력 발전 산업이 큰 발걸음을 내딛는 것”이라며 “앞으로 이 분야에서 선구적 입지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덴마크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과 비교해 70% 줄이고,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실현하는 목표를 지난해 확정했다. 이후 선언 이행 차원에서 지난해 12월 북해 지역 석유·가스의 모든 탐사, 추출, 생산 활동 중단을 결정했다. 이미 계획됐던 일정도 모두 취소했다. 덴마크는 유럽 연합(EU) 내 최대 석유 생산국으로, 일일 원유 생산량이 10만 배럴에 달한다. 

바람 섬 추정 위치 (출처=Ocean Energy Resources)
바람 섬 추정 위치 (출처=Ocean Energy Resources)

◇ 전력 생산량 최저 기록 경신하자...정치권도 ‘에너지 섬 환영’

덴마크의 에너지 섬을 추진한 배경에는 ‘전력 부족’이라는 현실적 이유도 있다. 덴마크 의회는 1985년 탈원전을 선언하고, 2006년에는 연구용 원자로까지 없애며 완전한 탈원전 국가가 됐다. 탈원전으로 생긴 에너지 공백은 풍력, 태양광 등 재생 에너지가 채웠다. 덴마크는 반도라는 지리 특성상 풍력 자원이 풍부하다. 전체 사용 전력의 절반 가까이를 풍력에서 얻고 있다.

문제는 생산성이다. 글로벌 경제 데이터 조사 기관 CEIC 데이터에 따르면 덴마크의 전력 생산량은 2003년 4,938GWh(기가와트시)로 최고점을 기록한 뒤 꾸준히 하락해 2020년 8월 1,365GWh로 최저치를 찍었다. 17년 만에 4분의 1로 쪼그라든 것이다. 대규모 해상풍력 발전단지는 재생 에너지 공급 비율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다. 2050년 탄소 중립 목표 달성에 가장 잘 부합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덴마크 정부는 2030년까지 바람 섬의 1차 시공과 보른홀름섬의 에너지 섬 전환 작업을 마치고 6GW 규모의 전력을 생산하는 게 목표다. 섬 건설이 탄력을 받으면서 계획보다 빨리 완공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에너지 섬을 비현실적이라고 비판했던 정치권도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라스무스 헬베이 피터슨 전 덴마크 에너지부 장관은 “에너지 섬은 급진적인 비전에서 시작했지만, 이제 실현 단계에 와 있다”고 말했다. 

[이넷뉴스=양원모 기자] ingodzone@e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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