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중공업 등 산·학·연 10여곳, 2022년 12월까지 그린 수소 생산·압축·저장 실증 사업 추진
제주도, 올 상반기 풍력 발전 출력 제한 46회 발동…지난해 총횟수(44회) 넘어서
전 주기 그린 수소 생산·이용 실증 사업은 이번이 처음…한화솔루션 등 대기업도 팔 걷어붙여

사진=언스플래쉬(unsplash)
사진=언스플래쉬(unsplash)

[이넷뉴스] 매년 넘쳐나는 풍력 자원으로 고민하던 제주도가 ‘수소’에서 답을 찾았다. 풍력을 활용한 그린 수소 실증 사업의 첫 삽을 뜬 것이다. 그린 수소는 생산 과정에서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친환경 수소다. 글로벌 그린 수소 시장은 2050년까지 2조 5000억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기업들은 태양·바람 등을 활용한 그린 수소 생산을 ‘미래 먹거리’로 점찍고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 골칫덩이 ‘제주 바람’, 그린 수소로 다시 태어난다

두산중공업은 지난 26일 제주 풍력발전단지 내 전력을 활용해 그린 수소를 생산·압축·저장하는 실증 사업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제주에너지공사가 주관하고, 산업통상자원부·에너지기술평가원이 지원하는 사업에는 두산중공업 외에도 ▲한국중부발전 ▲한국가스공사 ▲제주도청 ▲수소에너젠 ▲지티씨 ▲제주대 ▲한국조선해양기자재연구원 ▲한국선급 등 산·학·연이 힘을 보탠다. 총 200억원이 투입되며 2022년 12월까지 진행된다. 

이번 사업은 ‘처치 곤란’했던 제주도 내 풍력 자원의 쓸모가 늘었다는 점에서 고무적으로 평가된다. 더불어민주당 김성환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8월까지 풍력 발전 출력 제한으로 제주도에서 버려진 전기는 1만 3,166메가와트시(㎿h)였다. 김 의원은 “2015년부터 누적 손실을 계산하면 약 23억 8,000만원까지 (손실이) 늘어난다”며 “올해 발전 사업자들이 발전 제약으로 입은 손실은 약 12억원에 달한다”고 말했다. 

사업은 풍력 발전으로 생산한 3㎿의 전력으로 하루 600㎏의 수소를 생산하는 게 목표다. 이를 압축·저장해 앞으로 수소 버스 연료로 활용하고, 남는 전력은 2㎿h 규모의 에너지 저장 장치(ESS)에 보관할 계획이다. 두산중공업 관계자는 “국내에서 전 주기 그린 수소 생산·이용 실증 사업을 추진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라며 “앞으로 수소를 비롯해 친환경 에너지 사업을 꾸준히 육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픽사베이(Pixabay)
사진=픽사베이(Pixabay)

◇ 전력 과잉 공급 시 전력망 붕괴 가능성…”수소 타운 조성 검토”

제주도는 남아도는 풍력 자원의 활용법을 찾지 못해 골머리를 앓았다. 한국전력거래소 제주본부에 따르면 올 상반기 풍력 발전 출력 제한이 내려진 것은 46회로, 이미 지난해 총횟수(44회)를 넘어섰다. 전력이 과잉 공급되면 주파수, 전압 등에 영향을 끼쳐 전력망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표준 주파수(60±0.5㎐) 범위에서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받아야 하는 반도체 산업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 

도는 중소기업 등과 함께 그린 수소 기술 개발에 속도를 붙이고 있다. 조명, 취사, 냉·난방 등 일상 속 전력을 수소 에너지로 대체하는 수소 타운 조성도 검토하고 있다. 도 관계자는 “수소 에너지 충전소 등 실증 단지가 들어설 곳은 조천읍 북촌리, 구좌읍 동복리 등이 우선 검토되고 있다”며 “제주 바람으로 만든 에너지를 그린 수소로 재생산해 제주를 ‘에너지 자립 섬’으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도는 그린 수소를 포함해 신재생 에너지의 ‘허브’로 거듭나기 위해 다양한 로드맵을 공개한 상태다. 원희룡 도지사는 지난 10월 도내 풍력으로 만든 전기를 통해 그린 수소를 생산하는 내용 등의 ‘미래를 선도하는 제주 뉴 프런티어 전략’을 발표했다. 2012년 5월 공개된 ‘탄소 제로섬 2030(CFI 2030)’ 계획은 2030년까지 4,085메가와트(㎿) 규모의 신재생 에너지를 생산하는 게 핵심이다. 목표량 절반(1,845㎿, 46.3%)은 풍력으로 충당할 예정이다.  

한화솔루션이 경남 합천댐에 지을 예정인 수상 태양광 단지. (사진=한화솔루션 제공)
한화솔루션이 경남 합천댐에 지을 예정인 수상 태양광 단지. (사진=한화솔루션 제공)

◇ 한화솔루션 “태양광 에너지, 그린 수소 생산 활용할 것”

한편 그린 수소는 태양광을 통한 생산 움직임도 활발하다. 한화솔루션은 지난 8월 2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 콜에서 “큐셀 부문의 태양광 발전으로 생산한 에너지를 그린 수소 생산에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케미컬 부문에서 2023년을 목표로 수전해 기술 연구·개발(R&D)를 진행하고 있다. 그린 수소는 물(H2O)을 수소(H)와 산소(O)로 전기 분해하는 ‘수전해(水電解)’ 기술로 획득할 수 있다. 

한화솔루션의 그린 수소 밸류 체인은 ▲태양광 발전 ▲수전해 ▲생산 총 3단계로 구성된다. 수상 태양광 발전 등으로 얻은 전력을 수전해 과정에 활용해 수소를 얻고, 이를 고압 용기에 저장하거나 충전 시스템을 거쳐 연료로 쓴다는 것이다. 회사를 현재 수전해 핵심 기술을 보유한 한국과학기술원(KAIST), 강원대, 연세대 등과 손잡고 수전해 핵심 소재, 전해조 기술 개발 등을 진행하고 있다. 

미국 등 수소 선진국과 공동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수소 트럭 생산 업체 니콜라의 지분을 매수한 것이 대표적이다. 한화솔루션은 2018년 1억 달러를 투자해 니콜라 지분의 6.13%(총 2,213만주)를 사들였다. 대신증권 한상원 연구원은 “한화솔루션은 현재 그린 수소 생산 기술을 보유하고 있지만, 상업화가 문제”라며 “다만 사업 가치는 앞으로 (사업에) 플러스알파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넷뉴스=양원모 기자] ingodzone@e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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