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차 전환 실태 조사, ‘80%가 미진출·수익 못 내’
친환경차 전문 인력 부족...기존 노동자 고용 문제도

[이넷뉴스] 탄소중립 정책에 따라 내연기관차의 퇴출과 친환경차로의 전환은 예견된 순서다. 이에 글로벌 자동차 업계들이 전동화, 자율주행 등 미래차 전환을 위해 속도를 내고 있지만 국내 자동차부품업체들의 미래차 전환 대응 여력은 아직까지 부족한 상황이다. 가장 대표적인 문제는 자금과 인력부족이다.
자동차산업연합회가 지난 14일 개최한 ‘제21회 자동차산업발전포럼’에서 자동차업계 경영 및 미래차 전환 실태 조사를 발표한 결과, 300개 응답기업 중 80%가 미래차 분야에 진출하지 않았거나 진출했음에도 불구하고 수익을 내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에 참여한 기업 중 56.3%(169개사)는 미래차 분야에 진출하지 못했고 진출했지만 수익을 내지 못했다고 답한 기업은 23.7%(71개사)이었다. 해당 업체들은 미래차 연구개발투자에 어려움을 겪는 요인으로는 자금부족 47.3%, 전문인력부족(32.1%), 원천기술부족(13.0%)을 꼽았다.
이처럼 탄소중립 정책에 따라 전동화 전환은 시급한 문제가 됐지만 현실적으로 국내 업계들은 대응이 미비한 상황으로, 전환이 급격하게 이뤄질 경우 대다수의 기업이 경영상 어려움에 직면하게 될 위기에 처해있다.

◇ 美·日 로드맵 발표...韓 미래차 전환은 걸음마
미국 정부는 2030년까지 신차의 절반을 친환경차로 교체한다는 목표로, 전기차 전환 로드맵을 발표한 바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1조 달러 규모의 인프라 투자법안에 서명했는데 여기에는 충전소 설치에만 50억 달러를 투자하고 교외 및 저소득 지역에 25억 달러 보조금을 지원하는 것이 담겨있다.
일본 도요타는 오는 2030년까지 총 41조 원을 투자하겠다는 전동화 전략을 발표했다. 2030년까지 30종의 순수 전기차 모델을 선보여 전 세계에 350만 대를 판매하는 것이 목표다. 그동안 전기차 판매 모델이 하나도 없을 정도로 전환이 늦다는 평가를 받았던 도요타는 공격적인 투자를 통해 시잠 점유율을 늘이는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을 비롯해 일본, 독일 등이 전기차 및 자율주행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고용 문제와 전문 인력 부족 등이 맞물리면서 걸음마 수준에 머물러 있다. 전기차는 내연기관차 대비 부품수가 적기 때문에 투입되는 노동력이 적을 수 밖에 없어 2035년까지 자동차 업계에 생산직 근로자 수가 대거 감축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완성차 업체들은 기존 노동자들의 고용이 보장하면서도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내야 하는 것이 급선무다. 이에 기존 근로자를 재교육해 새로운 산업 현장에 투입하려는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독일 다임러는 기존 엔진 생산에 투입되던 노동자들을 재교육해 모터 생산에 투입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처럼 생산인력의 감축이 불가피한 반면, 소프트웨어 분야 엔지니어 전문 인력과 자동차 부품 업계 인력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내연기관 부품 산업에 종사하던 기존 인력들의 체계적인 재교육 및 지원 강화가 절실한 상황이다.
미래차 관련 정비 교육 지원도 마련되어야 한다. 완성차 업체 직영 서비스업체가 아닌 경정비 업체의 경우 친환경차 정비 교육을 전문적으로 받기 쉽지 않은 여건이다. 이에 국토부는 정비 인력 재교육을 의무화하는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산하기관에서 미래차 관련 정비 교육을 진행할 예정이다

◇ 정부, 내년 친환경차 자금·인력 지원 규모 늘려
한국자동차연구원에 따르면 미국은 2019년 기준 친환경차 인력이 25만 명, 차량용 소프트웨어 인력이 2만 3000명에 달했다. 독일은 자동차 엔지니어만 12만 6000명으로 집계됐다. 반면 우리나라는 2018년 기준 4만 2000명, R&D·설계·디자인·시험평가 인력은 2만 1000명, 소프트웨어 인력은 1000명에 불과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오는 2028년까지 필요한 미래차 산업기술인력 수요가 연평균 5.8% 증가해 8만 9069명에 이를 것으로 예측하고 미래차 인력 수요가 계속해서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이에 따라 내년도 자동차 분야 예산을 4709억 원으로 올해보다 30% 이상 늘렸다. 전기차, 수소차, 자율차 등 미래차 기술 경쟁력 확보와 내연기관차 기업의 사업 전환을 집중적으로 지원할 예정이다.
전기차는 1회 충전 주행거리를 2025년 600㎞까지 확보하기 위해 배터리 시스템과 주행효율 향상 등 핵심 기술 개발을 추진할 예정이다. 시장자립형 3세대 전기차 산업 육성과 미래형 자동차 튜닝 부품 기술개발에 각각 591억 원과 70억 원을 편성했다.
또한 전기차용 폐배터리 재사용 사업화 기술 개발에 30억 원을 신규 편성하며 폐배터리 사업 지원 육성도 돕는다. 수소차 분야에서는 상용차 핵심 부품 사업에 90억 원, 개방형 연료전지시스템 설계검증 플랫폼 기술개발에 48억 원을 각각 신규 편성했다.
미래차로의 급속 전환이 어려운 부품업계의 현실을 고려해 하이브리드차 시스템 고도화 기술 개발을 위한 예산도 편성됐다. 스포츠유틸리티차(SUV)용 하이브리드 시스템 고도화 기술 개발에 37억 원, 환경규제 대응 기술 개발과제에 220억 원이 신규 편성됐다. 미래차 전환 설비투자와 인수합병 자금 대출 시에는 금리의 2%를 보전해주기로 했다.
전문 인력 부족 해소 지원을 위한 인력 양성 지원 규모도 늘렸다. 올해 1100명에서 내년 2300명으로 2배 이상 늘어났다. 산업통상자원부, 고용노동부, 중소벤처기업부는 부처 합동으로 2일 호남지역을 시작으로 16일까지 5개 권역에서 인력사업 설명회를 개최하며 미래차로의 산업전환에 따른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이나 근로자들을 위한 자리를 마련했다.
이와 함께 산업부는 친환경차 및 자율주행 분야 석박사급 고급 인력을 2026년까지 총 1200명 양성할 계획이며 고용부는 내연기관 종사자의 직무전환 및 신규인력 양성을 위한 현장 수요 맞춤형 인력양성을 지원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친환경차 전환은 예견된 수순이지만 아직까지 국내 인프라와 대응 여력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기존 부품업계들은 미래차용 부품 생산 체계로의 전환에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에 미래차 생태계 구축을 마련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설명했다.
[이넷뉴스=김수정 기자] meteor1224@e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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