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인 수소 중심 에너지 패러다임 전환
30년 뒤 수소시장 규모 ‘3000조원’
유럽연합, 수소 혁명 이끌 수소 밸리에 공격적 투자

[이넷뉴스] 에너지 패러다임이 바뀌면서 전 세계적으로 풍력, 태양광, 수소 등 다양한 에너지의 가치가 재조명되고 있다. 특히 수소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전 세계적으로 수소 밸류체인과 관련해 900여 개의 대형 프로젝트가 추진 중으로, 주요국들은 수소에서 ‘위기 속 기회’ 찾고자 구체적인 전략 수립에 나섰다.

글로벌 컨설팅 회사 맥킨지가 전망한 2050년 세계 수소 시장 성장 규모는 약 3000조원이다. 주요국들은 수소경제 활성화를 위한 장기 계획을 마련하고 범정부적 지원에 나서고 있다. 수소가 탄소중립 목표 실현의 핵심 미래 에너지원과 더불어 지속가능한 신경제 성장동력으로 부상하면서 국내외 관련 기관과 기업들의 연구도 한창이다. 특히 기후변화 대응에 앞장서 왔던 유럽 주요국들은 이 거대한 시장의 핵심 거점이 되기 위해 수소경제 전략 요충지가 될 ‘수소 밸리’ 구축에 힘쓰고 있다.

최근 유럽연합(EU)국들은 수소 생태계 조성을 위한 더욱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EU의 수소 전략은 수소 생산에 최소 4700억 유로(약 627조원)를 투자해 2030년까지 EU 내 80GW의 그린수소 생산 용량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1460개 이상의 기업·조직·부처가 가입한 유럽청정수소동맹(ECH2A)을 설립하기도 했다.

(사진=언플래쉬)
수소 생태계 구축에 적극 나서는 유럽연합. (사진=언플래쉬)

◇ ‘신흥 수소 밸리’로 뜨는 스페인 카탈루냐, 수소경제 활성화 중심축

2030년 총 73GW의 전해조 용량이 계획된 스페인은 유럽 예상 용량의 52% 이상을 차지해 유럽 내 그린수소의 중심지가 될 전망이다. EU는 2030년까지 176개의 전기 분해 프로젝트, 2040년까지 약 136GW 용량의 230개 이상 수소 에너지 프로젝트가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 중 절반 이상이 스페인에서 개발될 예정이다.

스페인은 전통적으로 강세인 에너지·화학 산업 기반 덕분에 그린수소 생산이 어렵지 않아 수소 경제를 달성하는 데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미 신재생에너지 비율이 40%에 가까운 ‘탈탄소 선진국’이기도 하다. 스페인 정부가 2020년 발표한 수소 로드맵에 따르면 스페인은 2030년까지 100~150대의 공공 수소 발전기, 5000~7500대의 수소 연료전지차(FCEV: Fuel Cell Electric Vehicle) 화물 운송 차량, 100~150대의 FCEV 버스, 2개 노선의 수소 화물 열차와 산업 내 수소 소비 25%를 전망하고 있다.

또한 스페인 정부는 2020년 그린 수소 생산 프로젝트를 위해 유럽 회복 기금인 넥스트 제너레이션(Next Generation)을 통해 15억 유로(약 2조원)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2030년까지 총 투자 금액이 89억 유로(약 12조원)로 이미 기업들의 의향서를 접수했다. 약 5개월의 기간 동안 스페인 전역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참여한 100억 유로(약 13조원)의 규모에 달하는 총 502개의 프로젝트가 접수됐다.

이 중 스페인 북동부 자치 지역인 카탈루냐에서 추진 중인 ‘카탈루냐 수소 밸리’는 유럽 진출의 교두보라고 불리는 지리적 이점과 정보통신기술(ICT)·자동차·에너지·화학 산업 인프라, 신재생에너지를 생산하기에 최적의 환경, 정부 지원 등 최고의 경쟁력을 갖춰 ‘신흥 수소 밸리의 강자’로 뜨고 있다. 수소 연료전지, 수소차 모빌리티, 충전소, 수소 저장 탱크나 밸브, 제조 플랜트 등에서 카탈루냐의 글로벌 수소경제 경쟁력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그린수소 경제의 중심지 도약 목표로  2019년 11월에 ‘북독일 수소전략’을 발표한 북독일 연안지역 5개 주. (사진=북독일 연안5개 주 경제교통부)
그린수소 경제의 중심지 도약 목표로 2019년 11월에 ‘북독일 수소전략’을 발표한 북독일 연안지역 5개 주. (사진=북독일 연안5개 주 경제교통부)

◇ 북독일, 그린수소 경제 허브로 부상

독일은 수소경제 전환에 가장 적극적이며 지속적인 노력을 보이는 국가다. 수소를 본격적으로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기 위해 독일 정부는 지난 2020년 6월 국가수소전략을 발표한 바 있다. 지난 5월에는 수소경제 밸루체인을 대표하는 프로젝트를 선정, 이를 위해 80억 유로(약 11조 원)를 투자한다고 밝혔다. 특히 이번에 선정된 프로젝트에서 북독일 지역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함부르크, 브레멘, 니더작센, 슐레스비히-홀슈타인 등 북독일 4개 주 소재 프로젝트는 총 62개의 프로젝트 중 23개나 선정됐다.

북독일 지역이 수소 프로젝트에서 강점을 보이는 이유는 북독일 지자체들의 에너지 전환 의지와 더불어 수소 경제를 위한 지리적인 장점과 인프라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북독일 연안지역 5개 주(함부르크, 브레멘, 니더작센, 슐레스비히-홀슈타인, 메클렌부르크 포어포메른)는 그린수소 경제의 중심지 도약을 목표로 2019년 11월에 ‘북독일 수소전략’을 발표한 바 있다. 북독일 수소전략에서는 그린수소 생산을 위해 북독일에 2025년까지 500MW, 2030년까지 5GW 규모의 생산설비를 완비하고, 2035년까지 그린수소 경제 현실화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목표 달성을 위해 북독일 연안 5개주는 2020년 12월 ‘북독일 그린 수소 개발 이니셔티브 HY-5‘를 발족해 그린 수소 생산부터 운송, 저장, 공급 및 활용까지 수소 경제 구축을 위한 전방위적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 네덜란드, HEAVENN 프로젝트 중심으로 그린수소 밸류체인 구축 ‘한창’

네덜란드는 풍력 발전과 해상 강국의 강점을 살려 세계 최초의 해상 수소 플랫폼 건설에 나서면서 수소 생산부터 충전까지 수소 에너지 사업을 중심으로 한 수소 밸리 구축 작업을 진행 중이다. 해상 수소 플랫폼은 전기로 완전히 전환될 수 있으며 매년 16.5kt의 이산화탄소를 절감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네덜란드 정부는 2021년 이 프로젝트에 360만 유로를 지원했다.

특히 수소 산업의 선두주자로서 북부 네덜란드는 수소 생산부터 충전 설비까지 아우르는 통합적 그린 수소 체인 구축 작업을 진행 중이다. 2020년 시작한 네덜란드 북부 호로닝겐의 HEAVENN 프로젝트는 2025년까지 지속될 예정이며, 현재 38개의 파트너와 협업하고 있다. 최종적으로 해당 프로젝트는 산업분야, 환경, 운송방식에 따라 달라지는 수소의 변화를 검토하게 되며, 이 프로젝트의 총 예산은 약 962억 유로에 달한다.

유럽연합(EU)은 수소 생태계 조성을 위한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사진=유럽연합공식웹사이트)
유럽연합(EU)국들을 중심으로 대규모 수소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사진=유럽연합공식웹사이트)

◇ 프랑스·영국 등에서도 대규모 수소 프로젝트 적극 추진

프랑스 정부는 2018년 6월 약 1억 유로를 투자하는 ‘수소연료 발전 계획’을 발표한 뒤 2019년에는 의회 에너지법 발효, 2020년 9월에는 국가 청정수소 개발 전략 등을 연이어 내놨다. 최근에는 환경부·경제부·산업부가 참여하는 수소위원회를 만들었고 수소 철도 프로젝트에 3000억 유로 투자도 확정했다. 수소위원회는 연구개발(R&D)을 비롯한 수소기술통합 프로젝트 27개와 전국 4개 지역(옥시타니, 부르고뉴, 오베르뉴, 그랑-테스트)의 수소 철도 프로젝트에 대한 투자가 시작됐다고 밝혔다. 제작되는 수소 열차 차량은 14대로, 총 3억 유로가 투자된다.

영국 정부는 지난 10월 19일, 탄소중립 전략(Net Zero Strategy)을 발표, 2050년까지 순 제로(Net Zero)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극적으로 줄이는 방법을 제시했다. 이 전략에서는 온실가스 배출 축소 대상 영역과 정부지원 정책을 각각 7가지의 구체적인 계획으로 제시하고 있다. 수소 생산을 위한 투자 추진에 대해서는 2030년까지 5GW의 수소 생산 용량을 확보하는 동시에 석유 및 가스 배출량을 절반으로 줄이는 것을 목표로 했으며, 탄소 포집 및 저장 산업을 촉진하기 위해 2개 클러스터에 1억4000만 파운드를 지원할 예정이다. 2개 클러스터는 영국 북서부의 하이넷 클러스터와 영국 북동부의 동해안 클러스터(Teesside, Humberside)이다.

◇ 수소경제 도래에 대비한 시스템적 접근 필요해

수소가 가져올 미래에 대한 기대가 점차 높아지는 가운데, 전세계적으로 수소산업과 수소경제로 국가정책의 무게중심이 옮겨가고 있다. 전세계적 화두인 탄소중립의 핵심수단일 뿐만 아니라 산업 전반에 걸쳐 다양하게 활용돼 국가 경쟁력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수소는 또한 연료 전지에 저장될 수 있으며 풍력 및 태양열 발전과 같은 날씨에 의존적인 에너지들과 달리 공급 변동 없이 산업, 운송, 전력 및 건물 부문 전반에 걸쳐 유연한 방식으로 사용될 수 있다. 주요국들은 청정 에너지 전환을 추진하는데 있어 수소가 제공할 수 있는 유연성과 다용성 등을 고려해 효율적인 생산, 운송 및 소비를 확장하는 방법을 찾고 있다.

각 국가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기업의 과감한 투자로 수소산업 생태계가 활성화되고 수소경제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우리 정부 역시 수소경제 활성화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아직 극복해야 할 기술적, 상업적 장벽이 많다.

전문가들은 “수소의 확장된 사용은 2050년까지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인 탄소중립에 있어 핵심이 될 수 있다”고 말하며, “수소 생산부터 수송-저장-최종 사용에 이르기까지 모든 순환이 가능한 하나의 통합된 생태계인 수소 밸리 구축을 속도감 있게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넷뉴스=김그내 기자] snowcat74@enetnews.co.kr

저작권자 © 이넷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휴 및 보도자료 발송 ▶ news@e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