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 주요 소재 폴리실리콘, 석탄 이용해 생산
‘재생에너지3020’ 두고 발전사업자들 의견 부정적
탈원전·탈석탄 동시 추진한 독일 사례 참고해야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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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넷뉴스] 전 세계가 2050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친환경 에너지 전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가운데, 온실가스의 주범으로 꼽히던 석탄산업은 때 아닌 호황을 맞았다.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태양광 패널 설치가 급격하게 증가하면서 석탄의존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태양광 발전 패널의 핵심 소재인 폴리실리콘은 석탄을 이용해 생산되는데, 이 때문에 태양광 발전이 늘어날수록 석탄 의존도 역시 높아질 수밖에 없다. 태양광으로 이뤄낸 탄소 절감 효과가 태양광 패널을 만들기 위해 발생하는 탄소 배출로 인해 역설적으로 이어지게 하고 있어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폴리실리콘은 중국이 전 세계 물량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데, 문제는 중국이 막대한 석탄화력발전소를 이용해 폴리실리콘 제조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산 태양광 패널은 유럽 등 다른 국가의 폴리실리콘 보다 탄소를 월등히 배출하고 있으나 가격적인 면에서 중국의 우위를 따라잡을 수 없는 현실이다.

이처럼 석탄 발전 수요가 늘어나면서 2050 탄소중립 실현 달성이 가능할 수 있을지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발표한 상반기 전력시장 리포트에 따르면 전 세계 전력 수요는 올해 5%, 내년 4% 증가하며 석탄 발전은 내년이 되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기상기구와(WMO)와 유엔환경계획(UNEP)가 설립한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지난 9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2021년에서 2040년 중 1.5 지구온난화를 넘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 역시 올여름 폭염으로 인한 전력 수요가 급증하면서 지난달 석탄화력발전소 전체 설비용량의 90%가 매일 가동됐다. 지난해 7월 가동률이 83%였던 것에 비교하면 급상승한 수치다. 재생에너지로의 전환 노력이 지속되고 있으나 아직까지 속도가 붙지 않는 상황에서 당분간 석탄발전 의존도는 계속해서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석탄 가격 역시 급상승하고 있다. 호주 뉴캐슬 기준 전력용 연료탄 가격은 8월 셋째 주 톤(t)당 175.76 달러를 기록하며 연초 대비 95달러 상승했고, 전년 동월 대비 4배가량 상승했다. 석탄 가격은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여파로 5년 내 최저치를 기록한 바 있으나 올해 들어 가격이 무섭게 치솟고 있다.

가격 상승 요인으로는 중국을 중심으로 각국의 석탄화력발전 수요가 급증하는 반면, 공급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고 천연가스 가격도 상승하면서 발생하게 된 것으로 분석된다. 국내 발전량 가운데 가장 석탄 발전 비중이 높은 만큼 석탄의 가격이 오르면 연료비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석탄 의존도가 나날이 높아지는 것은 친환경 에너지로의 전환에 역행하는 것이어서 많은 의문점을 제기한다. 정부는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2030년까지 20%로 늘리는 ‘재생에너지 3020’ 정책을 발표했으나, 정작 탄소배출 비중이 높은 석탄 발전 의존도는 상승하고 있는 아이러니다.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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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재생에너지 정책 달성 여부를 두고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 대부분이 달성하기 어려운 것으로 평가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국내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 112개사를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정부의 재생에너지 3020 정책 달성에 대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응답이 58%를 기록했으며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답변도 6.3%를 기록했다.

또한 최근 발표된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초안을 살펴보면, 1안은 석탄화력발전소 7기를 유지하되 이산화탄소 포집(CCUS)기술로 탄소 9500만 톤을 흡수하고, 2안에서는 석탄 발전을 중단하고 액화천연가스(LNG)를 유지하며, 3안에서는 화석연료 발전이 모두 중단되어야 한다. 

결국 원전 없는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해 공개된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두고 전문가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사실상 실현이 불가능한 시나리오라는 평이다. 2050년 국내 전력을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겠다는 것인데, 태양광, 풍력 등은 기후변화에 크게 좌우되기 때문에 수급 안정성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비현실적이라는 평가다. 재생에너지로 모든 전력을 충당하려면 향후 막대한 투자와 전기요금 인상이 이어지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이야기다.

원자력은 최근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전 세계적으로 중요한 수단으로 떠오른 만큼, 무조건적인 탈원전을 지향하기 보다는 현실 가능한 시나리오를 짜는 것이 중요한 시점이다. 탈원전 정책을 빠르게 추진한 독일을 예로 들면, 독일은 2010년까지만 해도 석탄발전량이 한국만큼 높았으나 지난 5년간 신재생에너지에 1,600억 유로를 투자하며 석탄비중 낮추기에 나섰다.

하지만 주변국인 프랑스나 영국에 비해서는 석탄 비중이 아직까지 높은 상황이다. 독일에서는 내년부터 원전이 단계적으로 폐지되는데, 현재 프랑스에서 전기를 수입하여 쓰고 있는 상황에서 원전까지 폐지될 경우 전력 공급 부족 우려와 전기 요급 급상승, 송전망 설치 부진 이 우려되고 있다.

독일연방감사원이 지난 6월 의회와 정부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탈원전과 탈석탄을 동시에 추지해온 독일 정부 정책이 이 같은 문제를 경고했다. 현재 독일의 전기요금은 유럽을 넘어 세계에서 가장 비싼 축에 속한다. 우리나라 역시 탈원전과 탈석탄을 병행하기로 결정했다면, 이 같은 문제점을 고찰해봐야 하는 시점이다.

[이넷뉴스=김수정 기자] meteor1224@e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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