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R, 대형 원전 대비 안전성 확보
한미정상회담 이후 원전기술 재조명
탄소중립 및 그린수소 생산에도 강점

[이넷뉴스] 탄소중립을 위한 원자력으로 소형모듈원전(SMR)이 각광받으면서 각국의 기술 개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SMR은 대형 원전 대비 20분의 1이하 크기지만 발전 용량은 수백MW급에 이르는 고효율을 갖춘 원전으로, 주요 기기가 일체형으로 들어가며 외부의 충격을 받아도 내부에서 냉각되는 시스템으로 설계돼 사고 발생 시에도 방사능 유출 위험이 줄어들어 대형 원전 대비 안정성이 있다.
앞서 우리나라도 2012년 한국원자력연구원이 세계 최초로 설계 인가를 받은 스마트(SMART) 원자로 개발을 완료한 바 있다. 그러나 실제 건설은 이뤄지지 못했고 탈원전 정책이 가속화되면서 미국 등 선진국들과의 기술 우위에서 밀려났다. 하지만 최근 탈탄소 정책이 강조되면서 SMR이 다시 주목받기 시작했다.
특히 SMR은 탄소 배출이 없으면서도 원전 가동 중단으로 인해 우려될 수 있는 블랙아웃을 피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합리적인 대안으로 언급되고 있다. 초기 투자비용과 공사기간도 대형 원전에 비해 적게 들어 자금 회수가 빠르다는 장점이 있다. 이에 미국, 영국, 러시아, 중국 등은 탄소중립의 대안으로 대형 원전 대신 안전성을 갖춘 SMR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SMR은 전력 생산뿐만 아니라 수소 및 담수 생산에도 강점이 있어 탄소중립 시대에 적합한 기술이라는 평이다. 원자력을 통해 수소를 생산할 경우 수소 생산비용을 크게 낮출 수 있다. 이에 국내에서는 두산중공업이 소형 원자로를 활용한 청정수소 생산 기술력 확보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 두산중공업, SMR로 활로 모색…美 뉴스케일파워에 추가 투자
세계 최고 수준의 원전기술을 갖췄던 두산중공업은 탈원전의 여파로 인해 직격탄을 맞았지만, SMR로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두산중공업은 지난달 미국 원자력발전 전문회사인 뉴스케일파워에 추가 지분투자 및 사업협력 협약을 맺었다. 앞서 두산중공업은 지난 2019년 국내 투자사들과 4400만 달러를 투자했으며 이번에는 추가로 6000만 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양사가 협력하는 첫 프로젝트는 미국 발전사업자 UAMPS가 아이다호에 추진 중인 SMR 프로젝트다. 해당 프로젝트는 2025년 허가 취득 후 2029년 상업 운전을 시작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미국 에너지부도 해당 프로젝트에 약 14억 달러(약 1조6090억 원) 규모로 지원한다.
두산중공업은 뉴스케일을 통해 향후 미국 시장을 포함한 전 세계 시장에 SMR 주요 기자재를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원자로 모듈에 대한 제작성 검토 용역을 수주해 지난 1월 완료했으며 현재 시제품 제작 중이다.
두산중공업은 최근 가스터빈, 해상풍력, 수소, 차세대 원전을 4대 성장사업으로 삼고 이들의 친환경 에너지 사업 비중을 늘리는데 집중하고 있다. SMR과 신재생에너지를 이용한 그린수소 생산도 검토 중이다.

◇ 정부, SMR 연구개발 단지 조성…美와 원전 동맹도
정부는 SMR 연구개발을 위한 국내 최대 원전산업 연구 단지를 경북 경주 혁신 원자력 연구단지에 조성한다. 지난달 21일 착공식을 개최한 문무대왕과학연구소는 국비 2453억 원, 지방비 810억 원이 투입될 예정으로 오는 2025년 완공 예정이다.
해당 연구소는 총면적 4만5508㎡ 규모로 16개의 연구기반, 지원시설과 지역연계시설이 구축된다. 이곳에서는 SMR 핵심기술 연구 및 실증, 원전 안전 혁신기술 및 해체기술, 방사성폐기물 안전관리 등의 연구가 이뤄질 예정으로 원자력 핵심 인프라가 될 전망이다.
가동원전 안전성 향상 핵심기술개발사업은 총 6224억 원의 예산 규모로 지난달 정부의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했다. 원전해체 핵심기술 개발사업과 혁신형 SMR 개발 사업은 각각 6000억 원, 5000억 원 규모로 오는 9월 예비타당성조사 신청 예정으로 사업은 2023년에서 2028년 사이 진행할 예정이다.
이처럼 정부는 탈원전 정책을 펴는 와중에도 원자력 기술 개발에는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실제로 김부겸 국무총리는 문무대왕과학연구소 착공식에서 “정부는 원전 밀집도가 세계적으로 높은 상황을 고려해 에너지 전환 정책을 추진했다”라면서도 “원전 안전, 해체 기술, 소형모듈원자로 등의 미래를 위한 원자력 연구개발은 계속해서 확대해서 지원해왔다”는 격려사를 전했다.
앞서 지난 5월 진행된 한미정상회담에서는 미국과 원전 공급망을 구성해 포함해 해외 원전시장 내 협력을 발전시키기로 약속했다. 이를 두고 정부의 단호하던 탈원전 정책이 조금씩 변화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현재 원전 수출 시장은 중국과 러시아가 독식하고 있는 상황으로, 미국은 이에 대비하기 위해 우수한 가격경쟁력과, 시공능력, 시설관리 능력을 갖춘 한국과 손을 잡은 것으로 풀이된다. 양국은 향후 유럽이나 중동 지역 등에서 발생할 원전 건설 수요에 맞춰 손을 잡고 진출할 것으로 전망된다.
◇ SMR 상용화 2030년 예상…시장 경쟁력 갖추려면
원전강국들이 SMR 첫 상용화를 위한 기술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가운데, 누가 먼저 성공하느냐에 다라 주도권을 가져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미국 내 전력회사들이 SMR 사업에 집중하고 있으나, 아직까지 미국 정부의 규제 기준을 통과한 설계는 없는 상황이다.
현재까지 SMR 분야에서 가장 앞서나가고 있는 기업은 미국 뉴스케일파워로, 이는 향후 뉴스케일파워가 SMR 생산에 착수할 경우 협력사인 두산중공업이 일부 기기를 공급하게 돼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전경련에 따르면 SMR 시장은 오는 2030년부터 상용화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미국과 러시아가 가장 많은 SMR 노형을 개발하고 있고 중국, 영국 등도 SMR 노형 개발에 착수했다. 재생에너지만으로는 완전한 탄소중립이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오면서 우리나라도 뒤늦게 SMR 투자에 다시 나서고 있지만 구체적인 상용화 계획이 없는 상태다.
한미 원전 합의는 침체되어 있던 원자력 업계에서는 희망적인 움직임이 될 것으로 보이나,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유지될 경우 결국은 한계점에 부딪히게 될 수밖에 없다. 원자력 업계는 정부의 신규 원전 건설 중단으로 인해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던 국내 원전 기술을 포기하는 것이라는 우려를 나타낸 바 있다.
전 세계적으로 탄소 중립을 달성하기 위해서 원전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는 와중에 무조건적인 탈원전 정책을 지향하는 것보다는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을 보유한 우리나라가 향후 원전 수출력과 SMR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정책 방향의 수정과 지원 강화가 필요하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넷뉴스=김수정 기자] meteor1224@e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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