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저소득층 에너지 빈곤 비율 주거 비용 고려시 29.2%
낡고 오래된 건물의 낮은 에너지 효율 문제 개선 시급
세계 각국 주택 개·보수 및 태양광 패널 설치 사업 지원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이넷뉴스] 여름은 더 덥고 겨울은 더 춥다. 글로벌 기후변화로 인한 폭염과 혹한 얘기다. 동시에 에너지 빈곤층의 계절별 체감온도다. 찜통더위에 에어컨을 틀고 강추위에 실내 온도를 높이기는커녕 에너지 효율이 떨어지는 낡은 주택에서 전기세 걱정을 해야 한다.

세계 각국은 친환경 에너지 전환과 탄소중립, 에너지 복지를 함께 이루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청정에너지 개발과 지속가능한 성장을 바탕으로 미래 탈탄소 시대로 가려면 에너지 빈곤 문제는 반드시 해결해야 하기 때문이다.

에너지 빈곤층은 경제적인 여유가 없어 냉난방을 자유롭게 하기 어려운 계층을 말한다. 통상 소득의 10% 이상을 에너지 비용으로 쓰는 가구를 에너지 빈곤층으로 본다. 에너지 사용량은 많지 않지만 소득이 낮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에너지에 지출하는 비율이 높다.

지난해 서울연구원은 서울시 저소득가구의 에너지소비 실태와 에너지 빈곤 현황을 소개했다. 연구원은 서울 지역 저소득가구 중 에너지 빈곤 비율은 유럽연합(EU) 기준으로 산정 시 12.5%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그러나 서울의 높은 주거 비용 등을 고려해 계산할 경우 에너지 빈곤 가구 비율은 29.2%까지 상승한다고 했다.

◇ 유럽도 에너지 빈부 격차 크고 전기요금 납부 걱정

해외 역시 에너지 빈부 격차가 크고 전기 요금을 제때 납부하지 못하는 가구도 적지 않다. 유럽연합(EU) 통계국 유로스탯에 따르면 2018년 그리스 가구의 36%가 1년 동안 전기 요금을 제때 납부하지 못했고, 불가리아에서도 저소득층의 30%가 비슷한 어려움을 겪었다. 반면 네덜란드와 체코, 스웨덴에서는 요금을 제때 납부하지 못한 가구가 거의 없었다. 2% 안팎에 불과하다.

저소득층의 에너지 빈곤 문제는 비싼 전기 요금과 낮은 소득 등 여러 가지 원인에서 비롯된다. 오래된 주택의 낮은 에너지 효율 역시 가장 큰 문제점 중 하나로 꼽힌다. 이를 위해 세계 각국 정부는 주택 개·보수 및 태양광 패널 설치, 단열재 보완 등의 지원 사업을 통해 문제 해결에 나서고 있다.

유럽에서는 에너지 빈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3개의 사업에 총 600만 유로(약 81억 9870만원)가 투입됐다. EU의 저탄소 추진 프로젝트인 '허라이존 2020(Horizon 2020)'의 일환이었다. 네덜란드의 에너지 제로 주택 건설도 눈에 띈다. 네덜란드 정부는 태양광 패널과 보일러 설치 등을 지원, 주택 거주자들이 필요로 하는 에너지를 자율적으로 생산할 수 있도록 했다.

국내에서도 자가용 태양광 발전시설 설치와 친환경 보일러 교체 등이 진행 중이다. 한국지역난방공사는 태양광 설비 70킬로와트(kW)를 재활용, 연탄을 사용하는 에너지 취약 계층 35가구의 에너지원을 자가용 태양광 발전 시설로 전환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 사업으로 태양광 설비가 설치되면 연간 257t의 탄소저감이 이뤄지는 것은 물론 전기 요금도 줄어 가계의 부담을 덜어준다.

서울시는 가정용 친환경 보일러 교체 사업을 펼치고 있다. 올해 친환경 보일러 보급 예산 75억 6,000만 원(3만 7,000대 분)을 확보해 상반기 지원 접수를 마감했고, 추가 예산을 확보해 다음달까지 하반기 지원자 신청 접수를 받는다.

자료=서울시 제공
자료=서울시 제공

◇ 친환경 보일러 열효율 일반 노후 보일러보다 12%↑

친환경 보일러는 질소산화물이 일반 보일러의 8분의 1 수준이다. 또한 열효율이 일반 노후 보일러보다 12% 높다. 연간 100만 원의 도시가스 비용을 지출한다고 가정하면, 친환경 보일러 이용 시 13만 원 정도를 아낄 수 있다. 2015년부터 올해 6월까지 서울시는 친환경 보일러 37만 대를 보급했다. 질소산화물 740톤, 이산화탄소 7만 1,000톤을 절감한 효과다.

이와 함께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여름철 취약 계층을 위해 쿨루프(cool roof) 시공을 진행했다. 포항시와 진안군은 지역 경로당 지붕에 쿨루프 시공을 했다고 밝혔다. 쿨루프 시공은 태양열 반사 효과가 있는 차열페인트를 건물 지붕에 도색해 지붕의 열기를 내리는 것이다. 시공을 통해 내부 온도를 3~4도(℃) 정도 낮출 수 있다.

한편 유엔은 에너지 빈곤층을 비롯해 글로벌 에너지 위기 상황의 심각성을 인식, 오는 9월 고위급 에너지 회의를 한다. 유엔 총회 주관으로 열리는 이 같은 회의는 1981년 석유파동 이후 40년 만에 열리는 것이다. 회의에서는 지속가능한 개발 목표(SDG, Sustainable Development Goal)이행을 촉진하고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이루기 위한 다양한 방안이 논의될 예정이다.

특히 현재 에너지 위기 사태의 뿌리 깊은 본질을 살핀다. 에너지를 단순히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수단으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더 나은 경제 회복과 발전, 빈곤, 열악한 보건환경 개선 등과 함께 고려한다.

전 세계 재생에너지 이용률은 일부 진전을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에너지 효율 역시 개선의 여지가 많다. 글로벌 에너지 소비량의 10% 정도만 재생에너지원에서 나오고 있으며, 세계 에너지 효율 개선율은 목표치인 3%에 미치지 못한 채 1%대를 맴돌고 있다.

에너지 분야에서 설정한 2030 지속가능한 개발 목표(SDG, Sustainable Development Goal)도 갈 길이 멀다. 현재 세계적으로 약 7억 5,000만 명이 전기를 사용하지 못하고 있으며, 26억 명은 깨끗한 연료로 음식을 조리할 수 없다. 현재 추세대로라면 2030년에는 각각 6억 명, 20억 명이 넘을 전망이다.

[이넷뉴스=조선미 기자] sun@e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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