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재활용 비율 14%···환경파괴범 이미지 굳어져
열분해유·시멘트 연료·철도 침목·의류 등으로 다시 태어나
산업 전반으로 확대될 수 있도록 기술 노하우 공유 및 개발 필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지속되면서 플라스틱 사용량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하지만 폐플라스틱의 14%만이 재활용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폐플라스틱 재활용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이넷뉴스>는 현재 폐플라스틱이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 집중 탐구를 통해 미래 전략을 모색해봤다.

<폐플라스틱> 시리즈

① 폐플라스틱 재활용 기술 개발 박차 '정부·기업 협력 강화'

② 폐플라스틱으로 수소 에너지 만드는 강원도

③ 스타트업도 관심 갖는 폐플라스틱 재활용 시장···新산업 되나

④ 쓰레기에서 환경연료로···‘폐플라스틱’의 변신

[이넷뉴스] 플라스틱은 가볍고 물성이 뛰어난데다 가격까지 저렴해 그 동안 주요 산업제로 활용돼왔다. 하지만 미세 플라스틱이 생태계와 인간에 미치는 영향의 위험성이 대두되고 바다생명체가 플라스틱으로 인해 생명을 다하는 모습이 미디어에 비춰지면서 플라스틱은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지목돼 왔다.

최근에는 이 같은 플라스틱이 친환경 비즈니스 모델로 전환되고 있다. 거대한 양을 자랑하는 폐플라스틱을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면서 플라스틱 재활용을 잘 하는 기업이야말로 친환경 핵심 모델의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이다.

플라스틱이 재탄생하고 있다. (사진=언스플래쉬(unsplash))
플라스틱이 재탄생하고 있다. (사진=언스플래쉬(unsplash))

◇ 플라스틱, 생활 필수품에서 골칫덩어리로 ‘전락’

플라스틱은 인류 최고의 발명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우리 일상 곳곳과 산업계 전반에 활용되면서 문명 발달에 기여해 왔다.

1907년 합성수지를 원료로 한 최초의 플라스틱이 개발된 이후 1950년대에 이르러 인류에 보편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하면서 지금까지 편리한 가공성, 낮은 가격, 내수성, 내산화성 등의 장점으로 금속, 석재, 나무, 가죽, 유리 등의 고전적인 재료를 빠르게 대체해 나갔다.

매일 사용하는 칫솔, 전화기, 빨대부터 고내열 및 고강도 재료, 우주선에 이르기까지 장르를 가리지 않고 플라스틱은 현대사회에 없어서는 안될 물질로 폭 넓게 사용되고 있다.

이렇게 인간 사회의 각광을 받으며 인기리에 활용됐던 플라스틱이지만 최근 친환경에 대한 관심이 급증되면서 토양과 해양을 포함한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다.

이유는 폐플라스틱으로 인해 영향을 받는 생태계 오염 때문. 플라스틱은 바다를 비롯한 지구상에 떠돌아다니며 점점 작아져 미세 플라스틱으로 변하게 된다. 그리고 이런 미세 플라스틱은 해양 생물에게는 먹이로 인식돼 플랑크톤이나 물고기가 먹고 다시 상위 포식자가 먹으며 돌고 돌아 결국 인간의 밥상에까지 오르는 순환 과정을 겪게 된다.

세계자연기금(WWF)의 ‘플라스틱의 인체 섭취 평가 연구’에 따르면 매주 평균 1인이 섭취하는 미세 플라스틱은 약 2,000여 개에 달한다. 이는 신용카드 한 장 혹은 볼펜 한 자루와 같은 양으로 주 섭취 경로는 음용수, 패류, 맥주, 소금 등이다.

폐플라스틱으로 생기는 쓰레기도 문제다. 1950년대 100만 톤에 달했던 전 세계 플라스틱 제품이 현재는 약 3억만 톤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2015년 기준 전 세계 버려진 플라스틱의 쓰레기 양만 약 63억 톤을 넘는다.

1년 동안 해양으로 유입되는 플라스틱 쓰레기만 480만 톤에서 1,270만 톤으로 해양 고체 오염 물질 총량의 약 60~80%를 차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속도라면 2050년 바다는 플라스틱의 수가 물고기의 수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했다.

◇ ESG 경영의 근간이 된 폐플라스틱 재활용

현재 플라스틱이 재활용되는 비율은 고작 14%. 나머지 62%는 매립되고 24%는 소각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각 산업계에서는 폐플라스틱이 환경에 미치는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을 통해 순환자원 재활용으로서 가치를 부여하고 친환경산업으로서의 이미지를 굳히기 위한 ESG(Environment·Social·Governance, 환경·사회·지배구조) 전략에 집중하고 있다.

시멘트업계는 폐플라스틱으로 인한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량 수입에 의존하던 화석연료인 유연탄을 폐플라스틱, 폐타이어 등의 가연성 폐기물로 대체하고 있다. 즉, 폐플라스틱이 더 이상 쓰레기가 아니라 훌륭한 환경연료로서 변모하고 있는 것. 

버려진 폐플라스틱이 시멘트를 만나면 훌륭한 부원료나 보조 연료의 순환자원 역할을 한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시멘트공장의 원료나 연료로 사용하면 용암보다 약 2배 이상 뜨거운 2,000도의 초고온으로 태우기 때문에 인체나 환경에 해로운 2차 환경오염 물질과 발암물질 등을 모두 분해해 날려 버린다. 또 카드뮴, 구리, 납 등의 중금속도 적게 나와 온실가스 배출도 그만큼 줄어든다.

SK에너지의 경우 폐플라스틱을 녹여 다시 활용하는 열분해유 기술 상용화에 집중하고 있다. 열분해유 기술로 정제하면 석유화학제품의 원료로 사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새로운 플라스틱 제품을 만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열분해유 공장이 완공되면 매해 6만 톤의 폐비닐과 폐플라스틱을 열분해유로 가공할 수 있을 것으로 SK에너지측은 평가하고 있다. 

LG화학은 ‘플라스틱 에코 플랫폼(Plastic Eco Platform)’ 구축을 목표로 플라스틱의 생산부터 사용 후 수거, 리사이클까지 망라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플라스틱 소재로 이너보틀 화장품 용기를 만들고 다시 이 용기만을 회수하는 전용 물류 시스템을 통해 전량 수거한 뒤 다시 LG화학과 이너보틀이 원료 형태로 재활용되는 방식이다.

철도 침목에도 폐플라스틱은 쓰인다. 플라스틱 가드레일 기업 카리스는 최근 폐플라스틱을 활용한 철도 침목을 개발해 특허를 획득했다. 

현재 국내에서는 콘크리트 침목과 특수 구간에서 목침목을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목침목은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을 뿐 아니라 유지보수 비용도 많이 들어간다는 것이 단점. 카리스가 이번에 특허를 받은 폐플라스틱을 활용한 철도 침목은 환경과 비용적인 측면에서 해외 개발 제품들과 차별성을 가질 것으로 예상된다.

카리스측은 현재 시제품 개발을 위해 테스트 중으로 빠른 시일 내 폐플라스틱을 활용한 침목은 저속, 고석에서 모두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패션제품에도 폐플라스틱은 유용하게 재활용된다. 효성티앤씨와 롯데케미칼은 폐페트병으로 만든 의류와 가방을 선보였다. 각 지역에서 수거한 폐트병을 분쇄하고 원료화한 뒤 원사와 원단을 만들어 옷과 가방을 만드는 방식이다.

효성티앤씨가 세계적인 아웃도어 브랜드 노스페이스에 친환경 섬유인 리젠 제주를 공급한다. (사진=효성티앤씨)
효성티앤씨가 세계적인 아웃도어 브랜드 노스페이스에 친환경 섬유 리젠 제주를 공급한다. (사진=효성티앤씨)

◇ 산업계 전반으로 확대되도록 노하우와 투자 지속돼야

폐플라스틱을 적극적으로 재활용하고 있는 기업과 산업계의 노력에 따라 플라스틱은 기존 환경파괴범이라는 이미지에서 친환경의 이미지로 조금씩 돌아서고 있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폐플라스틱을 재활용 함으로써 친환경 리더로서의 기업 이미지를 구축하고 소비자에게는 친환경 제품에 대한 선택권을 높여 결국 기업수익을 도모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기업들은 플라스틱의 재활용을 통해 기업 생산 비용 절감, 화석원료 사용의 획기적인 감축, 탄소 감축 효과 역시 노릴 수 있다. 

문제는 폐플라스틱의 개발과 다양한 활용을 위한 지속적인 설비 투자와 기술 노하우를 타 업계와도 공유해 산업 전반으로 확대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각 기업들이 지속적으로 투자를 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에서도 세액공제, 인센티브 확대, 연구개발 지원 등 각종 지원과 협력을 넓힐 필요도 있다. 

플라스틱을 사용하지 않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최근에는 생분해성 플라스틱 등 여러 기술이 나오고 있지만 이미 산재해 있는 폐플라스틱을 활용하는 것은 인류가 직면한 숙명과도 같다. 폐플라스틱을 잘만 사용한다면 또 다른 인류 자원으로 충분히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많은 전문가들은 플라스틱의 생산부터 사용, 폐기와 재활용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에 있어 친환경 과정이 들어간다면 앞으로는 플라스틱이 인류를 해치는 소재에서 인류의 삶을 편리하게 만드는 소재로 거듭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넷뉴스=김범규 기자] beebeekim1111@e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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