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업계, 새로운 수익모델로 폐플라스틱 주목
폐플라스틱 열분해 처리 비중 10년뒤 100배 증가
플라스틱 선순환 체계 마련 위해 정부 지원 확대

폐플라스틱 재활용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폐플라스틱 재활용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지속되면서 플라스틱 사용량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하지만 폐플라스틱의 14%만이 재활용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폐플라스틱 재활용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이넷뉴스>는 현재 폐플라스틱이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 집중 탐구를 통해 미래 전략을 모색해봤다.

<폐플라스틱> 시리즈

① 폐플라스틱 재활용 기술 개발 박차 '정부·기업 협력 강화'

② 폐플라스틱으로 수소 에너지 만드는 강원도

③ 스타트업도 관심 갖는 폐플라스틱 재활용 시장···新산업 되나

④ 쓰레기에서 환경연료로···‘폐플라스틱’의 변신

[이넷뉴스] 탄소중립과 순환경제 실현을 위한 핵심과제 중 하나인 폐플라스틱 재활용 사업이 활성화 되고 있다. 환경오염의 주범이자 골칫거리로 여겨졌던 폐플라스틱은 대표적으로 열분해 처리를 통해 제조된 열분해유를 통해 석유제품 원료로 활용이 가능하다.

석유·화학 기업들은 폐플라스틱의 잠재력을 일찌감치 파악하고 관련 기술 개발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는 모습이다. 폐플라스틱을 통한 새로운 수익 창출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산업 전반에 ESG 경영 바람이 불면서 재생 플라스틱 수요는 나날이 급증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정부 역시 다양한 지원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환경부는 지난달 21일 폐플라스틱 열분해 처리 비중을 현행 0.1%에서 오는 2030년까지 10%로 높인다는 계획을 밝혔다. 현행 처리 규모는 연간 1만t이며 2025년 31만t, 2030년 90만t로 확대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환경부는 석유화학업계와 지자체의 투자,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내고 신기술 연구개발 및 인센티브 제공 등을 통한 폐플라스틱 열분해 재활용 체계를 구축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 급증하는 폐플라스틱···열분해 기술로 처리

코로나19 이후 비닐과 플라스틱 사용이 더욱 급증해지면서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해 택배와 음식배달 건수가 전년보다 각각 19.8%, 75.1% 급증했으며 폐플라스틱 발생량 역시 14.6% 증가했다.

환경부는 2025년까지 플라스틱 폐기물을 올해 배출량 대비 20% 줄이고 폐플라스틱 재활용 비율은 70%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 열분해 처리 시설을 늘리기로 했다. 폐비닐로부터 석유를 추출하는 열분해 공공시설을 10기를 오는 2025년까지 확충한다는 계획이다.

폐플라스틱으로 석유원료와 수소 생산기술의 실증화를 지원하기 위한 플라스틱 클러스터도 만들어진다. 올해 15억 원을 들여 설계를 마쳤으며 오는 2023년까지 완공 예정이다. 현재 전국적으로 민간 열분해시설은 11기가 운영 중이다.

폐플라스틱에서 열을 가해 얻는 열분해유는 불순물을 제거하는 수준에 따라 순도가 높은 납사 등 화학 원료를 얻을 수 있다. 현재 개발된 기술로 폐플라스틱 100만t를 열분해할 경우 원유 540만 배럴에 해당하는 원료를 뽑아낼 수 있다.

정부는 열분해 기술을 폐플라스틱 해결책으로 보고, 재활용 사업 활성화를 위한 관련 법령 개정에도 나선다. 기업들이 폐플라스틱 열분해유를 석유제품 원료를 활용할 경우 온실가스 감축효과를 낸다는 것을 고려해 탄소배출권을 인정받을 수 있도록 관련 지침도 개정 예정이다.

◇ 열분해뿐만 아니라 해중합 방식도 주목

국내에서는 SK이노베이션·종합화학, 롯데케미칼, LG화학, 한화솔루션 등이 폐플라스틱 관련 친환경 기술 개발과 투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과 SK종합화학은 폐플라스틱으로부터 석유화학원료를 만드는 열분해유 제조 및 후처리 기술뿐만 아니라 화학 분해해 원료를 얻는 해중합 기술, 친환경 플라스틱 소재 개발, 폐윤활유를 다시 윤활유 원료로 재활용 하는 기술 등을 연구개발 중이다.

폐플라스틱은 열처리 방식이 대표적이지만 최근 해중합 방식도 각광받고 있다. 해중합 방식은 열을 가하는 열분해 방식과 달리 화학적 분해 기술로, 오염된 페트병이나 폴리에스터 폐섬유를 저온에서 화학적으로 해체한 후 플라스틱의 기초 원료물질로 되돌려 재활용하는 방식이다. 이는 신제품과 동일한 품질로 100% 재활용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SK종합화학은 지난달 23일 해중합 특허기술을 보유한 캐나다의 루프인더스트리에 약 630억 원을 투자하며 지분 10%를 확보했다. 이에 따라 SK종합화학은 루프가 보유한 수준 높은 해중합 기술과 아시아 지역 내 재활용 페트 생산, 판매 독점권을 갖게 됐다.

향후 양사는 아시아지역에 생산 설비를 구축하고 내년 합작회사 설립을 통해 2030년까지 한국 등 4곳에 재생 페트 생산 설비를 구축하겠다는 목표다. 설비가 구축되면 아시아에서만 연간 40만t 이상의 폐페트병을 처리할 수 있게 된다.

LG화학은 세계 최초로 PCR 화이트 ABS(고부가합성수지) 상업 생산에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LG화학)
LG화학은 세계 최초로 PCR 화이트 ABS(고부가합성수지) 상업 생산에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LG화학)

◇ 플라스틱 선순환 체계 구축 마련 박차

폐플라스틱 재활용 기술뿐만 아니라 선순환 체계 구축을 위한 친환경 플라스틱 소재 개발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LG화학은 세계 최초로 PCR 화이트 ABS(고부가합성수지) 상업 생산에 성공했다. ABS의 경우 재활용하면 강도가 약해지고 색이 바래져 검은색이나 회색으로만 만들 수 있었으나, LG화학은 업계 최초로 하얀색으로 만드는 기술을 개발했다.

또한 국내 스타트업 기업인 이너보틀과 손을 잡고 친환경 소재의 플라스틱병을 개발했다. 이는 전용 횟수 시스템을 통해 100% 재활용이 가능하다. LG화학은 화장품 용기의 10%가 이 용기로 재활용될 경우 매년 7만5000톤의 이산화탄소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재활용 플랫폼도 구축한다. LG화학이 제공한 플라스틱 소재로 스타트업 기업인 이너보틀이 화장품 용기를 만들고 이후 사용된 이너보틀의 용기를 회수하는 전용 물류 시스템을 통해 수거해 다시 LG화학과 이너보틀이 재활용한다. 양사는 올해 하반기부터 해당 플랫폼을 적용하고 이후 식품, 의약품 용기 분야 등으로 점차 적용 영역을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SK이노베이션과 SK종합화학은 전국 200여개 고속도로휴게소에서 발생하는 폐플라스틱을 재활용을 위해 한국도로공사와 자원 선순환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여름휴가가 시작되는 다음 달 초부터 전국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휴사이클’ 캠페인이 시행된다. ‘휴사이클’은 전국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발생하는 폐플라스틱을 업사이클해 플라스틱 제품으로 재탄생시켜 자원 순환 체계를 만드는 캠페인이다.

지자체와 연계한 사업도 눈길을 끈다. 롯데케미칼은 성남시와 투명폐페트병 고부가가치 자원순환 협약을 맺었다. 성남시의 ‘자원순환가게 re100'과 롯데케미칼의 ’프로젝트 루프‘의 협업으로 투명 폐페트병을 고부가가치 자원으로 순환시키는 것이 목표다. 자원순환가게는 재활용 가능 쓰레기를 가져오면 현금이나 지역화폐를 주는 사업이며, 프로젝트 루프는 폐페트병 등 플라스틱의 선순환 체계를 만드는 친환경 사업이다.

폐플라스틱 재활용 체계를 조성하기 위해서는 소비자의 적극적인 참여와 함께 정부와 기업의 협력이 어느 때보다도 필요한 시점이다. 친환경 플라스틱 소재부터 재활용 기술 개발까지 활성화되고 있지만 아직 기술 개발은 초기 단계인 만큼, 적극적인 지원 및 투자가 이어져야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넷뉴스=김수정 기자] meteor1224@e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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