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연수-서울 삼성역 광역버스 노선 시작 순차적 운행
정부·민간 60억원 투입해 현대차 주관 국내 기술로 개발
384kWh 고용량∙고효율 수냉식 리튬폴리머 배터리 장착

국내 최초의 2층 전기버스. (사진=현대자동차)
국내 최초의 2층 전기버스. (사진=현대자동차)

[이넷뉴스] 탄소중립 시대를 위해 전기차, 수소차 등 친환경 차량이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최초의 2층 전기버스가 나왔다. 뛰어난 수송 능력에 오염물질을 배출하지 않는 친환경 차량으로 수도권 대기 환경 개선에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환경부는 국산 기술로 만든 2층 전기버스가 이달 말부터 인천시 연수구와 서울 삼성역을 연결하는 광역버스 노선을 시작으로 순차적으로 운행될 계획이라고 밝혔다.

21일 인천시 연수구에서는 국가 연구개발(R&D)로 개발된 2층 전기버스의 정식 운행을 기념하는 개통 행사가 열렸다. 행사에는 한정애 환경부 장관, 윤성원 국토교통부 장관 직무대행, 최기주 대도시권 광역교통위원 등이 참석했다.

그 동안 몇몇 지방자치단체는 도심에서 2층 버스를 운행해 왔다. 많은 사람을 한 번에 실을 수 있는 장점을 살려, 차내 혼잡과 장시간 정류소 대기 등의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경유를 연료로 사용해 오염물질을 다량 배출하는 것이 단점으로 꼽혔다.

버스 등의 상용차는 승용차 대비 1대당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다.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은 트럭이 승용차 대비 2.5배, 버스가 승용차 대비 16배가량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교통 부문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서는 상용차의 친환경차 전환이 매우 중요하다. 2층 전기버스가 곳곳에서 기대감을 모으는 이유다.

◇ 1회 충전 약 447km 주행, 최대 70명 탑승 가능

2층 전기버스는 최대 70명이 탈 수 있는 친환경 버스다. 대중교통 중심의 광역 교통망을 구축하기 위해 제작됐다. 2017년부터 약 2년간 현대자동차가 주관해 개발에 나섰고, 연구비로 정부 지원금 30억 원을 포함해 총 60억 원이 투입됐다.

384킬로와트시(kWh)의 고용량∙고효율 수냉식 리튬폴리머 배터리를 장착, 환경오염 물질을 배출하지 않으며 1회 충전으로 약 447킬로미터(km)를 주행할 수 있다. 차체 크기는 전장 12,990밀리미터(mm), 전고 3,995mm, 전폭 2,490mm로 일반 버스에 비해 공간이 넓은 편이다. 한 번 운행 시 60% 더 많은 승객을 실어 나를 수 있다. 운전석을 제외하고 1층에 11석, 2층에 59석이 배치돼 총 70명의 승객이 탑승 가능하다.

또한, 2층 전기버스는 임산부와 장애인 등 교통약자의 이용 편의를 위해 저상버스 형태로 만들어졌다. 휠체어를 이용하는 승객을 위해 1층에는 접이식 좌석 3개를 배치, 휠체어 2대를 수용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아울러 많은 승객을 싣는 대형 차량이 위험 상황에서 전복되거나 차선을 이탈하지 않도록 사전에 알려주는 안전 및 편의 장치도 갖췄다. 차량 제어력을 유지하도록 도와주는 ‘차체자세제어’, 전방에 충돌 위험이 발생할 경우 운전자에게 알려주는 ‘전방 충돌방지 보조’, 차로를 이탈하려 할 경우 운전자에게 알려주는 ‘차로 이탈 경고’ 등이 탑재됐다.

현대차는 올해 상반기 20대, 하반기 20대를 인천, 김포, 화성, 남양주, 용인시 광역버스 운수회사에 공급할 예정이다. 환경부와 국토부는 광역버스 업체의 2층 전기버스 구입 부담을 줄이기 위해 지자체와 함께 지원책을 제공할 방침이다.

홍정기 환경부 차관은 “주행거리가 길고 대부분 경유 차량으로 운행되던 2층 광역버스에 전기버스가 처음으로 정식 도입된다는 것은 굉장히 고무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광역버스처럼 국민이 많이 이용하는 차량에 전기·수소차 보급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자료=환경부
자료=환경부

◇ 국내 친환경 상용차 모델 다양성 및 가격경쟁력 부족

한편 상용차의 친환경차 전환은 자동차에 비해 속도가 느린 편이지만 최근 감소세를 겪는 중국을 제외하면 시장은 꾸준히 성장 중이다. 국내 업체들도 친환경 버스와 트럭을 선보이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다만 해외 기업과 비교하면 모델의 다양성과 가격경쟁력이 떨어진다는 분석이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이 발표한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완성차 업체는 내수 확대에 초점을 두고 전기·수소전기 상용차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현대차는 전기차 및 수소전기차 ‘일렉시티’, ‘카운티 일렉트릭’을 출시해 시내버스 등으로 보급했다. 이와 함께 소형 전기트럭 ‘포터2 EV’, ‘봉고3 EV’와 대형 수소연료전지 트럭 '엑시언트 퓨얼셀' 등 전기 트럭을 개발해 판매하고 있다.

포터와 봉고 EV는 지난해 국내 전기 상용차 시장의 92%를 점유했으며, 엑시언트는 2025년까지 1,600대를 해외에 수출할 예정이다. 그러나 국내 모델은 글로벌 시장 진출을 고려하면 모델이 한정적이고, 내수 시장에서는 수입 차량 대비 가격이 비싸다는 지적이 나온다.

버스의 경우 국내 주행 환경에 적합한 맞춤형으로 제작돼 장거리 여객용 버스 등 해외 수요에 대응하기가 쉽지 않다. 또 완성차 기업은 1톤급 트럭, 중소·중견 기업은 초소형·경형 전기차에만 집중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수요가 높은 친환경 화물운송용 밴과 중대형 트럭의 수출이 제한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향후 수출은 물론 내수 시장에서도 국내 업체들의 입지가 크게 좁아지지 않을까 우려했다. 가격경쟁력을 앞세운 중국산 친환경 상용차가 수입되면 국내 시장이 빠른 속도로 잠식될 수 있어서다. 중국 완성차 업체 지리(Geely)는 2.5톤, 3.5톤급 전기트럭의 국내 출시를 곧 앞두고 있다.

[이넷뉴스=조선미 기자] sun@e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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