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너지솔루션, GM과 두 번째 합작 공장 설립
SK이베이션, 현대차·기아와 하이브리드 배터리 공동개발

[이넷뉴스]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이 해외 투자와 국내 협업 강화를 꾀하고 있다. 이를 통해 두 회사는 지난 소송전의 상처를 딛고 사업 확대에 속도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16일(현지시간) GM과 전기차 배터리 제2 합작공장을 미국 테네시주에 설립한다고 밝혔다. 

한편 SK이노베이션은 현대차그룹과 협업한다고 지난 16일 밝혔다. 현대차와 기아의 하이브리드 전기차 배터리를 공동으로 개발하고 생산하는 데 손을 잡은 것이다.

지난 16일 미국 테네시에서 열린 LG에너지솔루션과 GM의 배터리 합작공장 투자 발표회. (사진=LG에너지솔루션)
지난 16일 미국 테네시에서 열린 LG에너지솔루션과 GM의 배터리 합작공장 투자 발표회. (사진=LG에너지솔루션)

◇ LG에너지솔루션, GM과 두 번째 배터리 합작공장 설립

LG에너지솔루션은 16일(현지시간) 미국 테네시 박물관에서 GM과 제2 합작공장 투자 발표 행사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메리바라 GM 회장, 빌리 테네시 주지사, 김종현 LG에너지솔루션 사장 등이 참석했다.

양사는 테네시주 2공장에 총 2조7000억원을 투자 예정이고, 일자리는 1300개가 창출될 것으로 보인다. 연내 착공하는 제2 공장은 2023년 양산을 시작해 2024년 상반기까지는 35GWh(기가와트시) 이상의 생산능력을 갖출 것으로 예상한다.

LG와 GM의 배터리 협업은 이번이 두 번째다. 양사는 앞서 2019년부터 미국 오하이오주에서 연간 35GWh 규모 배터리 제1합작공장을 짓고 있다. 이번 제2공장까지 더하면 두 회사는 미국에서만 2024년까지 연간 총 70GWh의 생산능력을 갖춘다. 이는 전기차 약 100만대에 탑재할 수 있는 규모라고 관계자들은 밝혔다.

미국은 테슬라의 나라 즉 전기차 시장을 개척한 나라이고, 유럽 및 중국과 함께 전기차 시장을 끌고 가는 나라이기도 하다. 시장조사기관인 SNE리서치는 미국 전기차 시장은 당분간 연평균 40% 정도 고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이번 LG에너지솔루션의 투자를 미국 바이든 정부의 친환경 정책에 따른 GM의 전기차 확대 계획에 잘 편승한 것으로 분석한다.

미국은 최근 그린뉴딜 정책을 펼치고 있다. 2050년 탄소중립 추진을 위해 그린에너지 분야에 4년간 2조달러를 투입한다고 발표했다. 

눈에 띄는 규제도 있다. 미국산이 아닌 전기차를 미국에 판매할 경우 10% 징벌세를 부과하는 것이다. 이 규제에 의하면 배터리 셀이 현지에서 생산돼야 미국산이다. LG뿐 아니라 SK도 미국에 배터리 공장을 짓는 이유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에 합작공장이 아닌 5GWh 규모의 독자 배터리 생산 시설이 미시간에 있다. 이와는 별도로 70GWh 이상의 배터리 독자 생산을 위한 투자를 미국 내에서 진행할 예정이다. 투자가 완료되면 미국 내 독자 생산능력은 총 75GWh로 늘어난다. 

여기에 GM과 합작공장에서 생산되는 70GWh를 합치면 미국 내에서만 총 145GWh의 생산능력을 확보하게 된다. 전문가들은 전기차 200만대 이상에 탑재할 수 있는 양으로 본다.

 

◇ SK이노베이션, 현대차·기아와 손잡고 하이브리드 배터리 개발

한편 SK이노베이션은 국내 자동차그룹과 협업에 나설 예정이다. 현대차·기아와 SK이노베이션은 하이브리드카에 들어가는 파우치형 배터리를 함께 개발하고 실제 적용하는 것을 목표로 협력에 나선다고 지난 16일 발표했다.

이번에 개발하는 배터리는 현대차가 2024년 선보일 하이브리드카부터 탑재될 예정이다.

양사는 현대차·기아가 향후 출시할 하이브리드카 특성에 맞는 배터리를 제작하기 위해 설계 단계부터 제품 평가 및 성능 개선에 이르기까지 긴밀하게 협업할 계획이다. 친환경 자동차에 최적화된 성능을 발휘하면서도 경제성까지 뛰어난 배터리를 개발한다는 목표다.

현대차·기아는 그동안 쌓은 차량 설계 기술과 배터리 기술을 바탕으로 하이브리드카 배터리를 직접 설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배터리 성능과 안전성을 결정짓는 소재를 검증하고 배터리에 필요한 여러 사양 등도 직접 선택할 예정이라고. 

이를 통해 배터리 성능 향상은 물론 하이브리드카 경쟁력도 한층 높아질 것으로 회사 관계자들은 기대하고 있다. 한편 현대차·기아가 배터리 설계에 직접 참여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그 모든 과정에서 SK이노베이션의 노하우와 접목할 예정이다.

두 회사 관계자들은 협약식에서 “이번 업무협약이 현대차·기아와 SK이노베이션이 친환경차 분야에서 10년 이상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협업해 온 결실”이라고 밝혔다.

한편 현대차·기아와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협업은 10년이 넘었다. 2010년 국내 최초 고속전기차인 '블루온'을 시작으로 국내 첫 양산형 전기차 '레이 EV', 해외 첫 수출 전기차인 '쏘울 EV' 개발 과정에서 손발을 맞췄다. 또한, 현대차그룹의 새로운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활용한 '아이오닉 5', 'EV6'에서도 협력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16일 SK이노베이션은 현대차그룹과 하이브리드카 배터리 공동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사진=현대차그룹 제공)
지난 16일 SK이노베이션은 현대차그룹과 하이브리드카 배터리 공동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사진=현대차그룹 제공)

◇ 상처를 보듬고 다시 뛰는 국내 배터리사

LG에너지솔루션은 세계 최대 규모 배터리 회사다. 하지만 점유율 1위는 중국의 CATL에 넘겨줬다. SK이노베이션 또한 전문가들로부터 세계 최고 수준의 고성능 배터리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하지만 지난 2년간의 영업비밀침해 분쟁으로 신뢰성에 금이 갔다.

게다가 두 회사의 큰 고객이었던 폭스바겐이 앞으로 새로운 배터리를 쓰겠다며 중국의 CATL과 손을 잡았다.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를 쓰던 벤츠도 최고급 모델에 CATL의 배터리를 쓸 전망이다. 

이렇듯 지난 2년간의 배터리 분쟁의 여파가 두 회사만이 아니라 전기차 산업의 흐름까지 뒤흔들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이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적극적으로 협업을 끌어낼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전문가들은 기술력과 물량 확보에 대한 신뢰도가 앞으로 전기차 배터리 시장을 좌우할 것으로 본다. 두 회사의 공격적인 투자와 적극적인 협업으로 전기차 회사들이 선택할 수밖에 없는 배터리를 만들어야 하는 이유다.

[이넷뉴스=강대호 기자] dh9219@enetnews.co.kr

저작권자 © 이넷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휴 및 보도자료 발송 ▶ news@e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