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LG, 18일 전기 택시 배터리 대여 사업 및 배터리 활용 실증 사업 MOU 체결
코나 EV 화재 논란으로 껄끄러운 두 회사…배터리 대여 등 이해관계 겹치며 ‘불편한 동거’
국토교통부 코나 EV 화재 조사 변수…”결과 따라 양 사 관계에 큰 변화 생길 수도”
[이넷뉴스] 현대자동차그룹과 LG가 코나 일렉트릭(EV) 화재 논란으로 서먹해진 관계 속에 배터리 부문 협력 강화에 나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폐배터리 재활용, 배터리 대여 등 미래 먹거리 사업에 대한 두 회사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의 지배적 시각이다. 다만 국토교통부의 화재 원인 조사 결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품질 무관용 원칙’은 사이를 틀어지게 할 변수로 꼽힌다.
◇현대차-LG가 ‘불편한 동거’ 나선 이유는
현대차는 지난 18일 경기 화성시 현대차·기아 남양연구소에서 LG에너지솔루션, 산업통상자원부, 현대글로비스, KST모빌리티와 전기 택시 배터리 대여 사업과 사용 후 배터리 활용 실증 사업에 대한 업무 협약(MOU)을 맺었다. 사업은 배터리 대여·관리·재활용·충전 등 이용 주기 전반에 친환경 생태계를 구축하면서 배터리 대여 사업의 상용화 가능성을 검증하는 게 목표다.
현대차와 LG는 최근 관계가 껄끄럽다. 코나 EV 화재 사고 때문이다. 코나 EV에는 LG에너지솔루션의 전기차 배터리가 들어간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코나 EV는 지난해까지 2년간 15건의 화재 사고가 보고됐다. 올해도 지난달 23일 대구에서 화재 소식이 전해졌다. 국토부는 지난해 10월 현대차가 코나 EV 7만 7,000대를 리콜할 당시 배터리 셀을 제조 불량을 화재 원인으로 지목했다. LG는 부인했다.
두 회사가 그런데도 추가 협력에 나선 건 폐배터리 시장의 성장 가능성 때문으로 보인다. 폐배터리 시장은 전기차 보급량이 늘어나면서 2030년까지 약 20조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전기차 배터리 사용량이 중국 CATL(24%)에 이어 2위(23.5%)에 오르는 등 배터리 제조 분야에서 세계적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호주 업체와 손잡고 현지에서 배터리 재활용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배터리 대여 상용화 시 전기차 보급 가속 기대
이번 실증 사업으로 배터리 대여가 상용화하면 전기차 보급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소비자들이 훨씬 저렴한 비용으로 전기차를 구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배터리는 전기차 가격의 30~40%를 차지하는 핵심 부품이다. 배터리 비용을 제외하고 지방자치단체 보조금(약 1,200만원)을 더하면 전기차 가격은 원가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다. 고급 경차 1대 가격으로 전기차 장만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전기차 배터리 재사용 활성화도 기대된다. 두 회사는 사용 후 배터리의 안정성을 실증하고, 잔존 가치 평가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현대차는 △실증 사업 총괄 △코나 EV 판매 △배터리 보증 및 판매를 맡고, LG에너지솔루션은 △사용 후 배터리의 안정성 및 잔존 가치 분석 △에너지 저장 장치(ESS)로 재활용을 담당한다. ESS는 전기차 급속 충전기에 탑재돼 전기 택시 운용사인 KST모빌리티에 판매된다.
현대차 관계자는 “(배터리 대여 사업이) 전기차 보조금이 없는 국가에서도 내연기관 자동차와 가격 차이를 줄일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로 확산할 것으로 전망한다”며 “이번 실증 사업은 정부와 산업계가 전기차 보급과 사용 후 배터리의 재사용 확대를 위해 힘을 모은 사례다. 새로운 혁신 모델 실증을 통해 전기차 생태계가 조기 구축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아직 수면 위 갈등 없지만…국토부 조사 결과는 ‘변수’
아직 현대차와 LG의 갈등이 수면 위로 드러난 적은 없다. 물론 변수는 있다. 먼저 국토부의 코나 EV 조사 결과 발표다. 국토부는 넉 달 넘게 코나 EV 화재 원인에 대한 조사를 벌이고 있지만, 확실한 원인은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부가 어느 쪽 손을 들어주던 한쪽에 책임을 전가하는 입장을 내놓으면 관계 악화는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사고 원인을 놓고 양측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정의선 현대차 회장의 ‘품질 무관용 원칙’도 관건이다. 정 회장은 과거 부품 공급사에서 품질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단호한 조치를 해왔다. 2015년 제네시스 EQ900 내수용 모델에서 타이어 결함에 따른 소음 문제가 발생하자 공급사인 한국타이어와 거래를 끊은 것이 대표적 사례다. 현대차는 지금까지도 주력 차종에 국내 대신 해외 업체 타이어를 활용하고 있다.
현대차는 이르면 이번 달 안에 국토부에 코나 EV의 추가 리콜 계획서를 전달할 예정이다. 현대차는 코나 EV 2만 5,000대에 대한 배터리 전면 교체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국토부가 기존 입장대로 LG 배터리 문제라고 판단한다면 수조 원대 소송전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며 “국토부의 코나 EV 조사 결과에 따라 두 회사의 관계도 변화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넷뉴스=양원모 기자] ingodzone@e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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