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CIGS 박막 투명 태양 전지’ 개발 성공…유명 재료과학 학술지 최신호 게재 
비투광형 태양 전지와 발전 효율 비슷하면서 가시광 10% 이상 통과 가능
건물 외벽, 창호, 도시 구조물, 모빌리티 등 쓰임새 넓어…”발전 효율 좀 더 끌어올리면 업계 판도 바꿀 것”

[이넷뉴스] 국내 연구진이 광 흡수율은 기존 수준을 유지하면서 투광성을 높인 투명 태양 전지 개발에 성공했다. 태양 전지는 태양광, 풍력 등 자연 에너지원에서 전기를 얻는 에너지 하베스팅(Energy Havesting) 기술의 하나다. 대부분의 태양 전지는 가시광 흡수율을 높이기 위해 검은색이나 진한 파란색으로 만들어진다. 이에 도시 구조물로 쓰기엔 미관상 한계가 있었다. 연구진은 3년 안에 해당 기술을 상용화할 계획이다. 

◇가시광은 투과하고, 자외선·적외선은 흡수하고

15일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에 따르면 에너지연 태양광연구단이 개발한 ‘CIGS 박막 투명 태양 전지(이하 박막 태양 전지)’는 최대 발전 효율이 비투광형 태양 전지(20%)와 비슷(15%)하면서 막 두께는 기존 전지의 15%(2㎛→0.3㎛)에 불과하다. 투광성이 높아 햇빛, 전등 빛 등의 가시광을 10% 이상 통과시킬 수 있다. 현재 상용화가 진행되고 있는 투명 태양 전지처럼 투광성 향상을 위해 전지 일부를 긁거나, 구멍을 뚫을 필요가 없다. 

CIGS는 구리(Cu)·인듐(Indume)·갈륨(Gallium)·셀레늄(Selenium)의 앞글자를 딴 것으로, 이들 화합물로 제작한 태양 전지를 뜻한다. 태양 전지의 유리나 플라스틱 기판에 증착하는 광 흡수층은 위와 같은 순서로 층층이 쌓인다. CIGS는 카드뮴 텔루르 광전지, 비정질 실리콘과 함께 박막 광기전력(PV)의 3대 기술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광 흡수 계수가 커 얇은 막으로도 높은 변환 효율을 보인다. 

기존 투명 태양 전지는 유기, 유무기 화합물 광 흡수층을 활용해 오랜 시간 햇빛에 쏘이거나, 높은 온·습도에 노출될 경우 성능이 빠르게 떨어지는 단점이 있었다. 박막 태양 전지는 빛 조사, 온·습도 내구성이 뛰어난 CIGS 광 흡수층의 양쪽 면에 몰리브데넘(Molybdenum, Mo) 금속 전극 대신 빛 가림이 없는 인듐 주석 산화물(Sn-doped indium oxide, ITO) 투명 전극을 사용해 이 문제를 해결했다. 

투광형 셀 (출처: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투광형 셀 (출처: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소재 사용량, 공정 시간 10분의 1 수준 절감…”초격차 기술 발전 가능”

에너지연이 개발한 태양 전지의 또 다른 장점은 비용, 시간 절감이다. 기존 CIGS 태양 전지 제조에 필요한 ‘3단계 동시증발공정(동시진공증발법)’ 대신 ‘단일 단계 동시증발공정’을 거쳐 전지 제작의 핵심인 증착 과정에 드는 시간을 절반으로 줄였다. 광 흡수층 두께도 0.3㎛ 이하로 줄여 소재 사용량과 공정 시간을 10분의 1 수준으로 크게 절감했다. 생산 수율은 높이고, 제조 비용은 낮춘 것이다. 

곽지혜 에너지연 신재생에너지연구소장은 “이번에 개발한 기술은 새로운 소자 구조와 공정을 이용해 기존 태양 전지 기술의 성능과 응용 한계를 극복할 초격차 기술로 발전할 수 있다”며 “여러 태양광 응용 분야 발굴을 통한 태양광 보급 확대로 정부가 추진 중인 탄소 중립과 그린 뉴딜 정책 실현에도 이바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에너지연은 이번 기술을 바탕으로 앞으로 고부가가치 태양광 에너지 하베스팅 소자로 적용성을 확대하기 위해 높은 효율을 유지하면서 가시광 투과도를 높이는 광이용 최적화 기술 개발에 나설 계획이다. 또 심미성 향상을 위한 색상 구현 기술, 상용화를 위한 소자 대면적화 기반 기술 확보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 

셀 이용 개념도 (출처: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셀 이용 개념도 (출처: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건물 외벽·창호 등 쓰임새 넓어…연구 결과, 국제 학술지 게재

투명 태양 전지는 발전과 투과를 동시에 할 수 있어 쓰임새가 넓다. 건물 외벽, 창호, 도시 구조물은 물론 모빌리티, 디바이스 등에도 쓸 수 있다. 투광성, 내구성이 좋으면서 발전 성능까지 뛰어난 투명 태양 전지는 아직 개발되지 않았다. 특히 투광성과 발전 성능은 상용화에 큰 걸림돌로 작용해 왔다. 이번 개발은 그 가운데 하나를 해결한 것으로, 투명 태양 전지의 상용화 시점을 앞당길 연구로 평가된다. 

한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지금보다 조금 더 발전 효율을 끌어올릴 수 있다면 신재생 에너지 업계의 판도를 바꾸는 건 시간문제일 것”이라며 “자외선, 적외선 등은 흡수하면서 가시광만 통과시키는 게 생각처럼 쉽지 않다. 빛을 선택적으로 흡수한다는 개념 자체가 상당히 난해한 것”이라고 말했다. 

에너지연은 “CIGS 박막 태양 전지는 실리콘 태양 전지 이후 가장 앞서 상용화가 이뤄지고 있는 미래 기술”이라며 “3년 안에 상용화가 목표다. 앞으로 다양한 에너지 하베스팅 전지로써 적용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에너지연의 ‘에너지 전환 3020/4035 실현을 위한 재생 에너지 혁신 기술 개발’ 과제의 하나로 수행됐으며, 재료과학 분야의 유명한 국제 학술지인 ‘나노 에너지(Nano Energy)’ 최신호에 게재됐다. 

[이넷뉴스=양원모 기자] ingodzone@e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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