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2050 탄소중립 선언에 동참
TCFD 권고안 반영한 ‘기후행동보고서’ 발간
‘그린수소 선도기업’ 미래 청사진 제시

[이넷뉴스] 포스코가 ‘2050 탄소중립’을 선언했다. 대형 고로(용광로) 생산체제에 기반한 아시아 철강기업이 탄소중립 계획을 공식적으로 발표한 것은 처음으로 매우 의미 있는 도전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포스코는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중단기 탄소배출 저감 목표와 기술 개발 로드맵 등을 담은 ‘기후행동보고서(POSCO’s Dialogue for Climate Action)’를 발간하는 한편, 미래 청정에너지인 수소 사업을 개척해 탈탄소시대를 선도하겠다며 ‘수소경제를 견인하는 그린수소 선도기업’이라는 비전을 밝혔다.

◇ ‘기후행동보고서’ 통해 저탄소 솔루션 소개

포스코는 올해 3월 국내 제조기업 최초로 TCFD(기후변화 재무정보 공개 태스크포스) 지지를 선언한 데 이어, 지난 11일 탄소중립 의지를 밝혔다.

주원료로 석탄을 사용하는 용광로에서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많을 수밖에 없다. 포스코는 철강업의 특성상 갖게 되는 탄소 리스크를 오히려 기회로 활용할 계획이다. 특히 정부의 ‘2050 탄소중립’ 달성과 ‘그린뉴딜’ 이행에 발맞춰 국내 대표 제조기업으로서 선도적인 역할을 하겠다는 포부를 내비쳤다.

포스코의 이산화탄소 감축 목표 및 이행방안 (출처: 포스코)
포스코의 이산화탄소 감축 목표 및 이행방안 (출처: 포스코)

포스코는 홈페이지에 기후 관련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다. 1995년 한국 최초로 ‘환경보고서’를 발간한 이후, 매년 ESG(Environmental, Social, and Governance) 관련 보고서를 발간해왔다.

이번에 퍼낸 포스코의 ‘기후행동보고서’는 TCFD 권고안을 반영한 첫 번째 기후 보고서다. 최정우 포스코 회장은 서문에서 “기후변화 대응은 미래의 문제가 아니라 지금부터 해결에 나서야 하는 현재의 이슈”라며 “탄소 배출에 가장 큰 기여자 중 하나인 세계 철강 산업의 탈탄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7일 ‘2050 탄소중립 추진 전략’을 발표하며 철강 등 탄소 배출이 불가피한 업종의 저탄소화를 촉진할 계획을 밝힌 바 있다. 포스코의 보고서 역시 2050년 탄소중립을 목표로 2030년 20%, 2040년 50% 감축이라는 중단기 목표를 함께 제시하고 있다.

아울러 TCFD 권고안에서 강조하는 기후 시나리오 분석과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개발 중인 다양한 저탄소 솔루션을 소개하며, 향후 단계적으로 적용해 나갈 계획을 밝혔다. 세부적으로는 1단계로 에너지효율 향상과 경제적 저탄소 연원료로의 대체를 추진하고, 2단계에는 스크랩 활용 고도화와 탄소포집·저장·활용(CCUS) 적용, 3단계에서는 기존 FINEX 기반의 수소환원제철 기술을 개발하여 궁극적으로 수소 환원과 재생에너지에 기반한 탄소중립 제철 공정을 구현하게 된다.

◇ 그린수소와 재생에너지 활용한 ‘그린스틸’

포스코는 CCUS, 수소환원제철과 같은 혁신적인 기술 개발로 ‘그린스틸’을 생산할 수 있는 저탄소 경쟁력을 ‘100년 기업 포스코’ 실현의 주요 시금석으로 삼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2050년까지 수소 생산 500만t 체제를 구축해 수소 사업에서 매출 30조 원을 달성하겠다는 미래 청사진을 제시했다.

오염물질을 배출하지 않는 수소는 차세대 청정에너지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지금까지는 수소에너지 활용이 자동차에 국한돼 있었지만, 정부의 그린뉴딜 정책과 맞물려 수소경제가 본격화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수소 밸류체인 구축에 정부와 대기업들의 적극적인 투자가 이뤄지면서, 그동안 수소경제 활성화의 장애물로 지적받아 온 인프라 부족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FINEX 기반의 수소환원제철(HyREX) 기술 (출처: 포스코)
FINEX 기반의 수소환원제철(HyREX) 기술 (출처: 포스코)

수소의 연간 국내 수요는 2030년 194만t, 2040년 526만t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부터 자금이나 세제 등 정부의 지원이 본격화되면 활용 분야도 자동차 외 다양하게 확대·성장할 수 있어 2021년을 ‘수소경제 원년’이 될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현재 포스코는 철강 제조 공정에서 발생하는 부생가스(Cokes Oven Gas)와 천연가스(LNG)를 이용해 연간 7,000t의 수소 생산이 가능하다. 약 3,500t의 부생수소를 추출해 철강 생산 중 온도 조절과 산화 방지 등을 위해 사용하고 있으며, 세계 최초로 수소 연료전지 분리판용 철강제품을 개발해 국내 생산되는 수소차에 공급한 경험도 있다.

향후 포스코는 수소를 활용한 철강 생산 기술인 수소환원제철공법 연구와 수소를 생산·운송·저장·활용하는데 필요한 강재 개발, 부생수소생산 설비 증대, 수소 생산 핵심기술 개발 등의 역량을 강화할 계획이다.

아울러 그린수소 유통 및 인프라 구축에도 대규모 투자를 추진한다. 태양광이나 풍력 등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물을 전기분해하여 생산하는 그린수소는 에너지 생성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전혀 발생하지 않아 환경적인 측면에서는 완벽에 가깝다. 포스코는 그린수소 생산과 운송에 필요한 핵심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국내외 연구기관과 기술 협력을 진행하고, 글로벌기업과 파트너십 확대에 나설 예정이다.

그린수소 상용화까지 블루수소 병행도 염두에 뒀다. 블루수소는 천연가스 등 화석연료를 이용하기 때문에 수소 생산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발생하지만, 이산화탄소를 포집, 분리해 땅속에 저장하는 방법으로 배출량을 최소화하는 것이 특징이다.

포스코는 2025년까지 부생수소 생산 능력을 7만t으로 늘리고, 2030년까지 글로벌기업과 협업하여 블루수소를 50만t까지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동시에 2040년까지 그린수소 200만t 생산체제를 구축해 2050년까지 수소 500만t 생산체제를 완성하고 미래 청정에너지인 수소 사업을 개척하겠다는 비전을 밝혔다.

또한 포스코는 2050년까지 그린수소를 기반으로 한 수소환원제철소를 구현해 철강분야에서도 탈탄소·수소시대를 열겠다는 방침이다. 수소환원제철공법이 상용화되면 최대 연간 370만t의 그린수소가 필요하게 되어 포스코는 국내 최대 수소 수요업체이자 생산업체로 도약할 수 있다.

포스코 그린수소 사업모델 (출처: 포스코)
포스코 그린수소 사업모델 (출처: 포스코)

◇ ESG 경영 강화···철강업계 친환경 생태계 조성

초기 사업으로 포스코는 제철소 지역에 수소충전소를 설치하고, 철강 운송 차량·사내 업무용 차량 등을 수소차로 전환하는 등 철강 물류 기반의 수소 생태계를 육성해 수요 기반 창출에 나설 계획이다. 현재 포스코 철강제품 운송 대형 트럭은 약 1,500대이며 임시로 투입되는 운행대수까지 포함하면 연간 5,000대에 달한다.

이와 함께 수소 운송과 저장의 핵심 기술로 꼽히는 암모니아 수소추출기술 개발도 시작한다. 암모니아는 수소를 질소와 결합한 것으로 운송과 저장이 용이하기 때문에 수소의 효율적이고 경제적인 운반체로 평가받고 있다.

생산·운송·저장·활용 전 주기에 걸친 수소 밸류체인 구축을 위해 그룹사도 힘을 모은다. 먼저 포스코인터내셔널은 해외네트워크를 활용해 정부의 수소 도입 사업과 해외 수소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포스코건설은 수소도시 개발 프로젝트와 수소 저장·이송에 필요한 프로젝트 시공을 담당하게 된다. 또한 포스코에너지는 수소 전용 터미널을 구축하는 한편 현재의 LNG터빈 발전을 2030년부터 단계적으로 수소터빈 발전으로 전환할 예정이다.

최정우 회장은 “미래 청정에너지의 핵심인 수소를 주도적으로 생산, 공급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탄소 중립 사회를 위한 국가 수소 생태계 완성에 기여하겠다”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포스코는 내년 1월 사업부를 출범하고, RIST(포항산업과학연구원)를 중심으로 국내외 연구기관과 R&D 협력을 추진해 수소 사업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포스코는 최근 저탄소 순환 경제 시대에도 생존 가능한 친환경적 철강기업으로 탈바꿈하기 위해 ESG 경영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 1월에는 국내 최초로 ESG 전담조직을 CEO직속 기업시민실에 신설하며 ESG 리스크 분석과 전략 수립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포스코는 이러한 전략의 일환으로 현재 진행 중인 사업을 친환경적인 방법으로 전환하는 등 기후변화 이슈를 그룹 차원의 비즈니스 전략과 리스크 관리 체계에 내재화할 방침이다. 또한 향후 탄소감축 목표 달성에 기여하지 못하는 석탄과 관련된 신규 사업은 추진하지 않으며, 이차전지 소재, 수소, LNG와 같은 저탄소 비즈니스는 확대하기로 했다.

[이넷뉴스=정민아 기자] news@e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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