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축전기 저장 용량 수십 배 늘린 슈퍼(Super) 커패시터...고용량, 고출력 특성으로 친환경 에너지 분야서 인기
스마트 미터기, 자동차 전장, SSD 등에서 활용... 중형 슈퍼 커패시터 세계 시장 점유율 1위는 국내 기업
슈퍼 커패시터+리튬 이온 전지 합친 ‘만능 전지’ 개발 소식도...”에너지 저장 장치 개발 새로운 방향성 제시”
[이넷뉴스] 기존 축전기(Capacitor)의 저장 용량을 수십 배로 늘린 ‘슈퍼 커패시터’가 친환경 에너지 시대를 맞아 차세대 에너지 저장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친환경 에너지 특성상 고속·반복 충방전에 대응할 수 있는 고용량, 고출력 에너지 장치가 필요한데, 슈퍼 커패시터가 이를 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국내 연구진은 슈퍼 커패시터와 이차 전지의 장점을 합한 고속 충전, 고출력 전지 개발에 성공하기도 했다.
◇꾸준히 늘어나는 슈퍼 커패시터 관련 특허 출원
27일 특허청에 따르면 최근 5년(2014~2018)간 슈퍼 커패시터 관련 출원 횟수는 연평균 122건이다. 2013년 이전(연평균 80건)보다 약 50%가량 늘어난 수치다. 출원인 유형별로는 국내 기업(39%)이 가장 많았고, 이어 국내 대학·연구소(36%), 외국 기업(21%), 외국 대학·연구소(3%) 순이었다. 소재 개발, 특성 개선 등 추가 연구가 필요한 분야인 만큼 대학·연구소의 특허 출원이 많았다.
슈퍼 커패시터는 전극·전해질 계면으로의 이온 이동이나, 표면 화학 반응을 이용해 전기를 충전한다. 전극 관련 기술이 성능을 결정 짓는다. 실제로 최근 10년(2009~2018)간 기술별 출원 유형을 살펴보면 절반 이상이(548건, 56%) 전극 관련 기술이었고, 전해질 관련 기술도 12%(116건)를 차지했다. 모듈 및 케이스 관련 기술은 23%(229건)였다.
슈퍼 커패시터 관련 출원 횟수는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한국판 그린 뉴딜 정책과 민주당 조 바이든 후보 당선 등 전 세계적으로 ‘친환경’ 행보가 빨라지고 있어서다. 특허청 엄찬왕 전기통신기술심사국장은 “친환경 정책 및 이산화탄소 배출 규제 관련 제품, 신재생 에너지에 대한 요구가 커지면서 슈퍼 커패시터는 차세대 에너지 저장 장치로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중형 슈퍼 커패시터 세계 시장 1위는 국내 기업
슈퍼 커패시터는 빠른 충·방전이 필요한 스마트 미터기(AMR), 자동차 전장 등에 주로 활용된다. 최근에는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보조기억장치) 백업을 위한 전원으로 각광받고 있다. 컴퓨터 전원이 나갔을 때 순간적으로 전력을 공급해 데이터 백업을 돕는 것이다. 이외에도 △에어백 안전장치 △충격 감지 도어락 △드론 수명 연장 △스마트 그리드용 전기 등 여러 분야로 쓰임새를 넓히고 있다.
슈퍼 커패시터는 보통 손가락 하나 정도 크기에 불과하다. 하지만 사이즈를 키워 저장 용량을 확대한 중형·대형 슈퍼 커패시터도 있다. 특히 중형 슈퍼 커패시터는 국내 기업이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1999년 설립된 소재 부품 기업 비나텍이다. 비나텍은 기술력과 원가 경쟁력을 바탕으로 2019년 기준 전 세계 1000F 이하 중형 슈퍼 커패시터 시장에서 25~30%의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
글로벌 슈퍼 커패시터 시장은 ‘친환경 대통령’ 바이든의 당선과 주요국의 탄소 중립(탄소 배출량에서 흡수량을 제외한 순 배출이 0인 상태) 선언 등의 영향으로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등에 따르면 세계 슈퍼 커패시터 시장은 2017년 31억 3,600억 달러(약 3조 4,659억원)에서 2023년 141억 1,600만 달러(약 15조 6,010억원)로 5배가량 확대가 예상된다. 연평균 28.5%의 성장률이다.
◇‘슈퍼 커패시터+리튬 이온 전지’ 장점 합친 신소재 개발도
업계의 다음 목표는 슈퍼 커패시터의 단점을 보완한 ‘만능 전지’를 개발하는 것이다. 관련 연구는 국내 학계가 주도하고 있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 에너지화학공학과 장지현 교수팀은 물질 표면과 내부에 모두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는 페로브스카이트(Perovskite) 산화물 소재를 개발했다고 지난 26일 밝혔다.
연구팀은 페로브스카이트 산화물 기반의 전극 활물질(Active Material)을 이용해 슈퍼 커패시터의 에너지 저장 능력을 끌어올렸다. 슈퍼 커패시터는 전극 ‘표면’에 전기 에너지를 저장해 저장 용량이 작다는 게 단점으로 꼽혀왔다. 이번에 새로 개발된 산화물 소재는 이차 전지(리튬 이온 전지)처럼 물질 ‘속’에도 에너지 저장이 가능해 전극 표면, 물질 속 양쪽으로 전기 에너지를 축적할 수 있다. 슈퍼 커패시터와 이차 전지의 에너지 저장 방식을 모두 활용하는 셈이다.

연구팀은 해당 소재를 전극에 코팅해 웨어러블 디바이스 전원용 유연 슈퍼 커패시터를 제작하는 데 성공하며 상용화 가능성까지 확인했다. 이 슈퍼 커패시터는 3.6V의 LED 조명을 켤 수 있었고, 구부리거나 비틀어도 안정적인 성능을 유지했다. 연구팀이 해당 슈퍼 커패시터에서 측정한 단위 질량 당 에너지 밀도는 215.8Wh/㎏(와트시/킬로그램)으로, 기존 페로브스카이트 소재를 적용했을 때보다 60% 정도 높은 수치였다.
장지현 UNIST 교수는 “기존 이차 전지와 슈퍼 커패시터의 한계를 보완하고 장점만을 취사선택해 에너지 저장 장치 개발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했다”며 “신개념 에너지 저장법을 적용할 수 있는 새로운 전극 소재 개발도 계속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넷뉴스=양원모 기자] news@e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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