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4일 UNIST에 국내 첫 해수 전지 연구센터 설립
해수 전지, 2014년 김영식 UNIST 교수 개발···국내 원천 기술
리튬 이온 전지보다 생산 비용 50% 저렴하고, 폭발 위험 낮아
산업통상자원부, 내년 해수 전지 대용량화에 22억 지원
[이넷뉴스] 전 지구적 목표인 ‘탄소 제로’를 실현할 친환경 에너지 가운데 하나로 주목받는 해수 전지의 상용화가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정부-울산시-울산과학기술원(UNIST) 주도로 국내 최초의 해수 전지 전문 연구센터가 울산에 들어서면서다. 연구센터는 해수 전지를 실생활에서 활용할 수 있는 제품 개발에 집중한다. 해수 전지는 리튬 이온 전지 등 기존 에너지 저장 장치(ESS)보다 단가가 50% 이상 저렴하고, 폭발 위험이 낮은 게 장점이다.

◇ “해수 전지, 우리 경제 선도하는 견인차 구실 할 것”
울산시는 지난 14일 UNIST에서 ‘해수자원화기술 연구센터(이하 연구센터)’ 준공식을 개최했다. 정세균 국무총리, 송철호 울산시장, 이용훈 UNIST 총장, 이상헌·박성민 국회의원 등 행사에 참석한 정·관계 인사 100여명은 센터를 둘러본 뒤 해수 전지의 중요성과 상용화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정세균 총리는 “해수 전지의 기술 개발과 사업화에 박차를 가한다면 우리 경제를 선도하는 견인차 구실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센터는 지하 1층~지상 5층, 약 1,647평(5,443㎡) 규모로 UNIST 캠퍼스 안에 설립됐다. 건물 내부는 해수 탱크실, 공용 장비실, 계면 물리·화학 연구실, 나노·마이크로 구조 기반 소자 연구실 등 첨단 연구 시설로 꾸려졌다. 센터 운영은 UNIST가 맡는다. UNIST는 그간 충, 방전 실험을 통해 해수 전지를 여러 산업에 적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했다.
UNIST는 국내 해수 전지 연구의 산실이다. 해수 전지는 2014년 김영식 UNIST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 교수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기술이다. 김 교수는 2015년 학내 벤처 ‘포투원(4 to one)’을 설립하고 해수 전지 및 테스트 키트를 개발, 판매하고 있다. 포투원은 올해 신용보증기금의 ‘퍼스트펭귄’ 기업으로 선정돼 3년간 15억원을 지원받는 등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김 교수는 연구센터 센터장을 맡았다.

◇ 리튬 이온 전지보다 생산 비용 50% 저렴, 폭발 위험 ↓
해수 전지의 모태는 리튬 이온 전지(LIB)다. 리튬 이온 전지는 전지의 양극과 음극을 오가며 전기 에너지를 발생시킨다. 여기서 리튬 이온을 성질이 비슷한 나트륨 이온(Na+)으로 바꾼 게 해수 전지다. 한반도는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수자원이 풍부하다. 해수 전지가 무한정 자원인 물을 에너지화해 자원 부족에 시달리는 우리나라를 ‘에너지 강국’으로 거듭나게 할 기술로 평가되는 이유다.
해수 전지의 장점은 ‘친환경’과 ‘저렴한 가격’이다. 양극활 물질(해수, 음극 물질)과 구성 소재의 후처리 과정이 없어 환경에 무해하다. 또 양극 소재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고, 핵심 원료인 리튬을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LIB와 달리, 주변에 풍부한 물을 활용하기 때문에 생산 비용이 저렴하다. 기존 ESS와 비교해 최대 50% 비용이 저렴하다는 게 UNIST 측 판단이다. 또 열 제어를 자체적으로 할 수 있어 폭발 위험이 낮다.
해수 전지는 해수 담수화, 해수 살균, 이산화탄소 포집 분야 등에 활용할 수 있다. 제품 개발이 진행되고 있는 ‘스마트 어구용 부이(Buoy)’는 해수 전지가 부착돼 낮 동안 태양광 패널로 에너지를 충전, 어장의 GPS 위치 정보와 온도 정보를 제공한다. 해당 제품은 구명조끼에 부착하면 침수 등 해상 사고 발생 시 자동으로 경보 신호를 보내게 할 수 있다.
◇ ‘낮은 출력’은 넘어야 할 산···산자부, 내년 해수 전지 대용량화에 22억 지원
보완점도 있다. ‘출력’이다. 해수 전지는 바닷물을 양극 물질로 사용하기 때문에 LIB와 마찬가지로 전해질을 세라믹으로 쓰는데, 세라믹은 나트륨 이온의 이동을 느리게 해 전기 출력을 떨어뜨린다. 이에 연구진은 음극, 전해질 등의 소재를 바꿔가며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배터리 출력, 용량, 수명은 양극 물질 외에 음극, 전해질 등의 영향도 받는다.
정부도 해수 전지의 대용량화를 위한 지원에 나선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2021년도 기금운용계획안 예비심사검토보고서’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내년 해수 이차전지 대용량화 및 ㎿h급 ESS 기술·개발 예산으로 22억 2,600만원을 책정했다. UNIST는 2018년 동서발전과 10㎾급 해수 전지의 시범 테스트에 성공했다.
이용훈 UNIST 총장은 “산업 수도 울산은 최근 그린 뉴딜과 디지털 뉴딜을 통해 산업과 기술의 한 단계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며 “해수자원화기술 연구센터가 우수한 연구 개발과 인력 양성을 통해 울산이 신에너지 선도 도시로 도약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넷뉴스=양원모 기자] news@e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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