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멘트, 전체 산업 부문 탄소 배출량의 18% 차지...주범은 암록색 덩어리 ‘클링커’
업계 “충분한 준비 기간과 정부 지원 있어야” 한 목소리...”관련 대안 마련해야”
탄소 중립 본격화하면서 ‘시멘트 대체재’ 찾기도 활발...친환경 해양생태블록, 저탄소 시멘트 등
[이넷뉴스] 국내외로 탄소 중립 압박이 거세지며 ‘굴뚝산업(1차 제조업)’의 대표 격인 시멘트 업계가 난색을 나타내고 있다. 준비 기간이 너무 빠듯하다는 것이다. 주요국 대다수는 탄소 중립 시점으로 2050, 2060년을 꼽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0월 국회 연설을 통해 2050년 탄소 중립 달성을 공식화했다. 환경 단체 등에 따르면 시멘트는 산업 부문 전체 탄소 배출량 2위(18%)를 차지한다.
◇ 글로벌 시멘트 업계 트렌드는 ‘친환경’... 한국은 ‘글쎄’
15일 업계에 따르면 시멘트 산업 내 탄소 배출 주범은 클링커(Clinker)다. 클링커는 찰흙·석회석 등을 섞고 구워서 만든 암녹색 덩어리로, 시멘트의 핵심 원료를 이룬다. 클링커를 석고·혼합재 등과 잘 섞은 뒤 분쇄하면 우리가 아는 회색빛 시멘트가 된다. 영국 BBC는 2016년 총 22억톤(t)의 탄소가 시멘트 산업에서 배출됐으며, 이 가운데 절반은 클링커 생산 과정에서 나왔다고 전했다.
최근 글로벌 시멘트 업계는 ‘친환경’이 대세다. 아시아, 유럽 등 총 40여개 시멘트 기업이 회원사로 있는 세계시멘트콘크리트협회(GCCA)는 지난 9월 ‘2050 기후 계획’을 발표하고 “탄소 포집 기술 등을 통해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실현하겠다”고 밝혔다. GCCA 회원사는 세계 시멘트 시장 점유율의 35%를 차지하고 있다. 협회는 논의를 거쳐 구체적 로드맵 및 목표 등을 내년 하반기 공개할 계획이다.
문제는 산업 구조 차이다. 한국은 GCCA 회원사가 속한 유럽 등보다 제조업 비중이 2~3배 높아 당장 탄소 저감이 쉽지 않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철강, 석유 화학, 시멘트 3개 업종에 필요한 친환경 전환 비용은 약 400조원으로 추산된다. 2019년 한 해 정부 예산(약 469조원)과 맞먹는 금액이다. 업계에서 “충분한 준비 기간과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 “정부, 폐콘크리트 재활용 기술 개발될 때까지 시간 줘야”
지난 7월 대한상의에서 열린 ‘2050 장기 저탄소 발전 전략(LEDS) 산업계 토론회’에서는 산업계의 볼멘소리가 쏟아졌다. LEDS는 올해 말 정부가 유엔에 제출할 예정인 탄소 중립 전략으로, 철강·석유 화학·시멘트 등 온실가스 다배출 업종의 탄소 저감 목표치 등을 담고 있다. 시멘트 업계는 이날 토론회에서 “폐콘크리트 재활용 기술이 개발될 때까지 정부가 충분한 시간을 줘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환경부는 올 1월부터 폐기물 처리 신고 시 폐콘크리트를 화단 경계석, 계단, 토사물 유출 방지턱 등에 쓰는 것을 허용하고 있다. 폐콘크리트는 90년대부터 재활용 방안이 논의됐지만, 기술 문제로 본격적인 도입이 이뤄지지 못했다. 폐콘크리트는 기존 콘크리트를 떼어내 불순물을 제거하고 파쇄해 ‘미분말’로 만들어야 하는데, 업계는 현재 기술로 재활용할 수 있는 미분말의 양을 2% 안팎으로 보고 있다.
김의철 한국시멘트협회 팀장은 토론회에서 “시멘트 업종의 핵심 감축 수단은 폐콘크리트 재활용 기술”이라며 “폐콘크리트에서 재활용할 수 있는 시멘트 미분말이 2% 안팎인 점을 고려할 때 포럼 권고안(LEDS)을 따르려면 폐콘크리트를 외국에서 대량 수입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정은미 산업연구원 본부장은 “감축 수단과 관련한 대안 없이 LEDS가 시행되면 2050년 제조업 생산의 최대 44%를 줄여야 하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 친환경 해양생태블록, 저탄소 시멘트 등 대체재 주목
탄소 중립이 현실화하면서 콘크리트 대체재 찾기도 활발하다. 굴 껍데기도 그 가운데 하나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은 지난 4월 연구소 기업을 설립하고 굴 껍데기, 특수 재료, 아미노산·유기물 성분을 포함한 부식토 등을 활용한 시멘트 개발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친환경 해양생태블록’이다. 한 해 버려지는 수십만t의 굴 껍데기를 산업 자원으로 재활용하면서, 환경도 보호하는 일석이조 방안으로 평가된다.
굴 껍데기는 시멘트 원료가 되는 석회가 풍부해 이를 대신할 수 있다. 굴 껍데기로 만든 친환경 해양생태블록은 해양 콘크리트의 대용으로 검토된다. 해양 콘크리트는 항만, 해양 지역에 구조물을 지을 때 쓰는 콘크리트다. 사시사철 염해(鹽害) 등을 견뎌야 해 높은 수밀성(水密性) 등이 요구된다. 친환경 해양생태블록은 콘크리트의 기존 장점을 유지하면서 백화 현상 등을 막을 수 있어 해양 생태계 보호에도 일조한다.
석회 사용량과 소성 온도를 낮춘 ‘저탄소 시멘트’ 등도 눈길을 끈다. 한일시멘트는 2010년 ‘석회석 저감형 저탄소 시멘트’를 개발해 상용화를 검토하고 있으며, 한국지질자원연구원(KIGAM)은 2016년 무기성 부산물을 활용한 ‘저탄소 고기능성 그린 시멘트’ 제조 기술의 실증에 성공했다. 업계 관계자는 “탄소 중립은 ‘벼락치기’가 불가능한 분야인 만큼 업계가 머리를 맞대 대처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넷뉴스=양원모 기자] ingodzone@e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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