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열 에너지, 화석 연료보다 30% 저렴하고 온실 가스·미세 먼지 감소 효과 있어
2014년 롯데월드타워 시작으로 삼성서울병원, 영동대로 복합환승센터 활용 예정
해외는 수열 에너지 대중화 이뤄져···환경부, 2027년까지 춘천에 클러스터 조성
[이넷뉴스] 바닷물 표층에 저장된 열에너지인 ‘수열 에너지’를 새로운 전력원으로 도입하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수열 에너지는 화석 연료보다 비용이 30%가량 저렴하고 온실가스와 미세 먼지를 저감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정부도 적극적인 수열 에너지 분야 지원을 예고했다. 환경부는 2027년까지 소양강댐이 있는 강원도 춘천에 거액을 들여 ‘강원 수열 에너지 융복합 클러스터’를 조성할 계획이다.
◇ 활용 범위 제한됐던 수열 에너지···2019년 법 개정으로 도심 도입 길 열려
국내 최고층(554.5m) 건물인 롯데월드타워 지하 6층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수열 에너지 시설이 들어서 있다. 약 3,000RT 규모(냉동톤)의 이 시설은 2014년부터 한국수자원공사에서 광역 상수도 원수를 받아 건물 냉난방 전력의 10%(10.5㎽)를 공급한다. 이를 통해 롯데월드타워가 연간 아끼는 고정 비용은 7억. 서울의 웬만한 아파트 한 채 값이다.
롯데월드타워는 국내 첫 민간 분야의 수열 에너지 활용 사례다. 롯데는 부산 롯데타워에도 바닷물을 활용한 1,600RT(5.6㎽) 규모의 수열 에너지 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최근에는 새로 두 곳이 추가됐다. 삼성서울병원은 지난 6월 한국수자원공사와 병원 본관·신관에 수열 에너지로 냉난방을 공급하는 협약을 맺었고, 2027년 완공 예정인 영동대로 복합환승센터에도 수열 에너지가 활용될 계획이다.
그간 수열 에너지는 활용 범위가 제한적이었다. 바닷물 수열 에너지만 신재생에너지로 인정됐기 때문이다. 2019년 10월 법 개정으로 하천수 수열 에너지가 신재생에너지로 인정되면서 도심에서도 활용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정부는 대도시 인근 광역 상수도의 하루 물 공급량 70%만 활용해도 매일 약 1,480㎽의 전기를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삼천포 화력 5호기 설비 용량(500㎽)의 3배 수준이다.

◇ 전체 재생에너지 생산량 0.1%···’그린뉴딜’로 산업 활성화 추진
해외는 수열 에너지 활용의 대중화가 이뤄진 상태다.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과 캐나다 엔웨이브는 냉난방 전력을 수열 에너지로 공급하고 있다. 엔웨이브는 연평균 4℃를 유지하는 온타리오 호수의 심층 원수를 ‘딥 레이크 워터 쿨링 시스템’으로 에너지화해 매일 7만 5,000RT의 전력을 생산한다. 약 150개 빌딩이 한꺼번에 사용할 수 있는 양으로, 기존 냉난방 시설과 비교해 최대 90%까지 전력 사용량을 줄일 수 있다.
우리나라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18년 국내 재생에너지 생산량 가운데 수열 에너지의 비중은 0.1%(1만 4,725TOE)에 불과했다. 폐기물 에너지(50.9%)와 바이오 에너지(24.9%)가 전체의 75%를 차지했고 태양광(11.1%), 수력(4%), 풍력(2.9%) 등이 뒤를 이었다. 각종 규제로 수요가 많지 않고, 관련 업체도 없었다. 2017년 기준 국내에서 운영 중인 수열 에너지 기업은 3곳뿐이었다.
정부는 올해부터 그린뉴딜 정책의 하나로 수열 에너지 산업의 활성화를 추진한다. 환경부는 2027년까지 약 3000억원을 투자해 춘천에 ‘강원 수열 에너지 융복합 클러스터’를 조성한다. 조명래 환경부 장관은 “수열 에너지가 새로운 산업의 성장과 일자리 창출이 가능한 녹색 산업의 한 축으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앞으로도 친환경 물 에너지 활용을 확대,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창출하고 기후 변화에도 효과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 친환경 냉매 개발 활발···”산업 활성화는 시간 문제”
기업들이 수열 에너지에 관심을 보이는 건 ‘돈’ 때문이다. 수열 에너지는 화석 원료보다 생산 비용이 30~50% 저렴한 것으로 알려진다. 또 연소 과정을 거쳐야 하는 화석 연료와 달리 물에 저장된 열에너지를 직접 활용해 에너지 효율성이 높다. 에너지원(물)을 쉽게 구할 수 있고, 온실가스 및 미세 먼지를 배출하지 않아 환경에도 도움이 된다.
단점은 냉매다. 수열 에너지 설비는 열 교환 장치인 히트 펌프로 전력을 만드는데, 히트 펌프를 가동하려면 수소염화불화탄소(HCFC)·수소불화탄소(HFC) 등의 냉매를 활용해야 한다. 문제는 이들 물질이 지구온난화의 주요 원인이라는 것이다. 이들은 오존층 파괴 주범으로 꼽히는 이산화탄소(CO₂)보다 최대 1만 4,000배 강력한 것으로 평가된다. HCFC는 1997년 교토 의정서를 통해 사용량이 규제되고 있다.
이에 업계는 폐냉매를 회수, 재생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등 보완에 나서고 있다. 오존에 영향을 주지 않는 친환경 냉매도 꾸준히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은 생산 규모가 작지만, 태양광이나 풍력처럼 수열 에너지도 그린 에너지의 한 축으로 우뚝 서는 날이 머지않아 다가올 것”이라며 “그린뉴딜 정책으로 꾸준한 정부 지원까지 확보한 상황이라 산업 활성화는 시간 문제”라고 말했다.
[이넷뉴스=양원모 기자] news@e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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