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우드 환경서 분산형 전원 통합 관리, 계통 운영 시스템과 연계해 원격 제어
2012년 독일서 세계 최초 가상 발전소 설립...2030년까지 11억 8,700만 달러로 시장 성장 예상
산업부 “분산 에너지 활성화 로드맵을 수립하고, 각계 전문가 의견 취합할 것”
[이넷뉴스] 산발적으로 흩어진 소규모 태양광 발전 설비, 에너지 저장 장치(ESS) 등을 소프트웨어로 통합해 하나의 발전소처럼 관리하는 ‘가상 발전소(VPP, Virtual Power Plant)’가 관심을 끈다. 가상 발전소의 가장 큰 역할이 기대되는 분야는 날씨와 주변 환경 영향으로 전력 수요 관리가 쉽지 않은 신재생 에너지다. 우리나라는 대기업 중심으로 설립이 추진되고 있다.
◇ 소규모 전원 중심 재편에...‘관리 어려움’ 대두
국내 에너지 시장은 소규모 전원(電源)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23일 전력 거래소에 따르면 2019년 7월까지 신규 설치된 태양광 발전 설비 1.62기가와트(GW) 가운데 중·소형으로 분류되는 1메가와트(MW) 이하 설비는 92.1%(1.5GW)를 차지했다. 특히 태양광 발전 사업자의 증가세가 비약적이다. 2018년 새로 추가된 전력 거래소 회원사 992곳 가운데 99.3%(985곳)는 태양광 사업자였다.
ESS 분야 성장도 도드라졌다. 전기 요금 할인 등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정책에 따라 2017년부터 설치 용량이 빠르게 늘어났다. 한국전기안전공사에 따르면 2014년 47만 메가와트시(MWh) 수준이었던 연간 ESS 보급량은 2018년 947MWh로 4년 만에 약 20배 이상 상승했다. 2018년에는 전 세계 시장 규모의 1/3을 차지하는 3.65기가와트(GWh)의 ESS가 새로 설치됐다. 설치 용도로는 피크 저감(2,757MWh)이 가장 많았다.
태양광 발전, ESS 등의 파편화로 떠오른 문제가 ‘관리의 어려움’이다. KDB미래전략연구소 이선화 선임연구원은 “단독으로 작동하는 분산 에너지 자원은 설비·안전·품질 관리에 효과적 대응이 곤란하다”며 “보호 계전기의 오작동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으며, 발전 출력 예측이 어려워 전력 수급의 균형 유지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가상 발전소는 이런 ‘불확실성’을 줄일 신개념 플랫폼으로 기대를 모은다.

◇ 온라인에서 센서 활용해 원격 제어...마이크로그리드와도 ‘비슷’
가상 발전소는 클라우드를 통해 섬처럼 떨어진 여러 분산형 전원을 하나의 발전소처럼 관리하는 시스템이다. 클라우드는 소프트웨어 설치 없이 제삼자가 구축한 온라인 플랫폼에서 데이터 등을 관리하는 것이다. 사용자는 클라우드로 분산형 전원을 통합한 뒤 계통 운영 시스템과 연계, 센서를 활용해 원격 제어할 수 있다. 가상 발전소의 또 다른 이름이 ‘에너지 인터넷(IoE, Internet of Energy)’인 이유다.
가상 발전소는 배전 단계에서 다양한 분산형 전원을 통합 운영한다는 점에서 마이크로그리드(Microgird)와도 비슷하다. 마이크로그리드는 소규모 지역에서 전력을 자급자족하는 작은 단위의 스마트 그리드 시스템이다. 캠퍼스, 산업 단지, 부대 등 커뮤니티 단위로 운영될 때가 많아 ‘동네 발전소’로도 불린다. 가상 발전소는 마이크로그리드를 시(市), 도(都), 군(郡) 개념으로 확대한 것에 빗댈 수 있다.
세계 최초의 가상 발전소는 2012년 독일에서 만들어졌다. 노르웨이 전력 회사 스타트크라프트(Statcraft)가 독일 에너지 메테오 시스템스(Energy Meteo Systems)와 설립한 가상 발전소다. 현재 해당 발전소에는 1,300곳이 넘는 재생 에너지 업체가 참여하고 있으며, 발전 용량은 약 1만MW에 달한다. 현지 최대 발전소(노이라트 석탄 발전소)의 2배 수준이자, 원자로 10개와 맞먹는 용량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 국내는 대기업 중심으로 개발 활발...”활성화 위한 정책 마련돼야”
국내 가상 발전소는 대기업 위주로 개발이 활발하다. SK E&S는 지난 7월 미국 태양광 ESS 설치 1위 기업 선런(SunRun)과 손잡고 현지 시장 공략에 나섰다. 선런의 신주를 취득하는 방식으로 1억 1,590만 달러(약 1,341억원)를 출자해 합작 법인(JV)을 설립한 것이다. 한화큐셀은 지난 6월 호주 에너지 소프트웨어 관리 업체에 500만 달러를 투자하고, 최근 일본 가상 발전소 사업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산업부는 지난 7월 ‘분산 에너지 활성화 포럼’에서 가상 발전소 필요성을 밝히기도 했다. 주영준 에너지자원실장은 이날 개회사에서 “중앙 집중식 전력 생산, 공급 방식의 사회적 갈등 및 리스크 관리 취약성으로 분산 에너지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며 “분산 에너지 활성화 로드맵을 수립하고, 각계 전문가 의견을 취합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 조사 기관 P&S 마켓 리서치에 따르면 세계 가상 발전소 시장은 2023년까지 약 11억 8,700만 달러로 성장할 전망이다. 이선화 선임연구원은 “분산형 전원 확대를 대비해 가상 발전소 구축의 제도적 틀은 마련된 상태다. 2019년 2월 소규모 전력 중개 시장이 열리며 공급 기반 VPP 시현도 가능해졌다”며 “시장 발전과 활성화가 중요한 만큼 (정부의) 보완 정책 마련과 추진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넷뉴스=양원모 기자] ingodzone@e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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