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10일부터 시행 예정이었던 ‘일회용 컵 보증금제’ 시행 6개월 미뤄져
"추가 비용 부담스럽다 VS 재활용 비율 높일 효과적인 방법은 보증금 뿐"

‘재활용’과 ‘쓰레기’ 문제에 이견이 발생하고 있다. (디자인=이넷뉴스)
‘재활용’과 ‘쓰레기’ 문제에 이견이 발생하고 있다. (디자인=이넷뉴스)

[이넷뉴스] 지난달부터 사회적 거리 두기가 해제되면서 우리 사회가 점차 팬데믹에서 엔데믹으로 가는 모양새다. 거리는 조금씩 활기를 되찾고 있고, 레스토랑이나 커피전문점도 시간제한 없이 다시 이전처럼 영업을 재개하고 있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음식 반입이 금지됐던 영화관도 정상적으로 영업이 가동되면서 그동안 떨어졌던 매출을 끌어올리기 위해 힘쓰고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다시 한번 ‘재활용’과 ‘쓰레기’ 문제에 많은 의견이 부딪히고 있다. 

◇ 일회용 컵 보증금제 영업부담 vs 컵 회수율 높여야

내달 10일부터 시행될 예정이었던 ‘일회용 컵 보증금제’ 시행이 6개월 미뤄졌다. 일회용 컵 보증금제는 소비자가 일회용 컵에 담긴 음료를 구매할 때 보증금 300원을 내고, 컵을 반납할 때 돌려받는 제도다. 이 제도의 대상은 점포 100개 이상을 운영하는 프랜차이즈 커피, 음료, 제과제빵, 패스트푸드 업종의 전국 3만 8,000개 매장이다. 

업계에 따르면, 전국의 가맹점 사업자 매장에서 쓰이는 일회용 컵은 연간 28억 개로 추산된다. 따라서 카페에서 사용되는 일회용 컵을 줄여야 한다는 여론에 힘입어 지난 2020년 6월 국무회의에서 이 법이 의결됐다. 당시 환경부는 이 제도가 안정적으로 시행될 경우 일회용 컵을 재활용하지 않고 소각했을 때와 비교했을 때 온실가스를 66% 줄이고, 이로 인한 편익은 연간 445억 원 이상이 될 것이라 기대했다. 

판매자용 '자원순환보증금’ 앱 화면. ​(사진=환경부)
판매자용 '자원순환보증금’ 앱 화면. ​(사진=환경부)

정부 조사에 따르면, 국내에서 발생하는 총폐기물은 약 42만 톤(t)으로 이 중 5만 톤이 일회용 컵이나 플라스틱, 유리와 같은 생활 폐기물이다. 하지만 일회용품 재활용률은 5% 이하로 대부분이 소각되거나 매립되고 있다. 즉, 커피숍에서 분리배출을 한다고 해도 재활용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서울환경연합에 따르면 이렇게 재활용되지 못하고 소각, 매립 처리되는 일회용 컵만 약 28억 개에 달한다. 

하지만 시행 일자가 임박할수록 소상공인들 불만의 목소리가 커졌다. 제도의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제도 시행을 위한 추가 비용 등의 부담이 소상공인에게 전가된다는 이유에서다. 

가장 큰 이유는 경제적 문제다. 일회용 컵 보증금제를 시행하기 위해서는 위변조를 막기 위해 제작된 바코드가 부착된 라벨을 컵에 붙여야 하는데, 라벨 1장당 가격은 약 7원으로, 모두 자영업자가 부담해야 한다. 여기에 회수된 컵을 수거하는 비용은 한 컵당 부가세 포함 4.4원인데, 이 처리비용도 자영업자의 부담이다. 

이에 환경부는 제도 시행을 3주 앞두고 시행을 유예하기로 한 것이다. 환경부는 순환 경제 및 탄소 중립 이행을 위해 일회용 컵 보증금제 시행을 준비해 왔으나, 코로나19로 인한 침체기를 견뎌온 중소상공인에게 회복 기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감안해 제도의 시행을 오는 12월 1일까지 유예한다고 밝혔다.

유예기간 동안 환경부는 중소상공인 및 영세 프랜차이즈의 제도 이행을 지원하고 제도 이행에 따르는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행정적·경제적 방안을 적극적으로 강구하겠다고 강조했다.

일회용 컵 보증금제 시행 일자가 임박할수록 소상공인들 불만의 목소리가 커졌다. 추가 비용 등의 부담이 소상공인에게 전가된다는 이유에서다. (사진=픽사베이)
일회용 컵 보증금제 시행 일자가 임박할수록 소상공인들 불만의 목소리가 커졌다. 추가 비용 등의 부담이 소상공인에게 전가된다는 이유에서다. (사진=픽사베이)

◇ 정부의 준비 부족과 이해관계자들의 이해 충돌이 불러온 결과 

시민단체에서는 이를 두고 시대에 역행하는 환경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스웨덴이나 독일 등 보증금제를 실시하는 나라에서는 매해 해당 플라스틱 용기의 재활용 및 재사용률이 80%가 넘는다는 것이다. 즉, 쓰레기 무단투기를 막고, 재활용 비율을 높이는 효과적인 방법은 보증금 제도라는 얘기다.

스페인, 네덜란드 등 일부 국가에서도 기업들이 보증금제 시행에 반대했지만, 시민들이 찬성 여론을 모아 도입에 성공했다며, 우리나라의 경우 프랜차이즈 기업과 업주 등 이해관계자의 엇갈린 의견과 정부의 준비 부족으로 환경 정책 시행이 뒷걸음질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환경운동연합 역시 성명서를 발표하고, 일회용 컵 보증제 유예는 정부의 환경정책 퇴보라며, 지금과 같은 태도로는 6개월 뒤에도 일회용 컵 보증금제가 제대로 시행될지 장담할 수 없다고 강력하게 비난했다.

기업에도 우려를 표했다. 책임을 져야 할 프랜차이즈 본사들은 2년이라는 준비기간이 있었음에도 보증금제에 대해 충분한 준비를 하지 않았고, 시행이 가까워지니 가맹점주들에게 비용 부담을 떠넘기는 등 보증금제 시행을 방해하며 일회용 컵의 배출에 대한 일말의 책임도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즉, 법이 의결된 후 2년이나 지났지만, 정부는 자영업자들을 지원할 방안은 마련하지 않은 상태고, 프랜차이즈 본사도 가맹점들과의 상생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아 결국 자영업자만 가운데에서 제도 시행에 발목을 잡는 격이 돼버렸다고 전문가들은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환경단체는 시행이 미뤄진 만큼 더 철저한 준비로 동네 카페까지 향후 보증금제가 적용될 수 있도록 더욱 발전된 모델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제도 시행이 늦춰진 원인에 대한 철저한 평가 역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PE 코팅이 필요 없는 친환경 포장재 ‘그린실드(Green Shield)’. (사진=한국제지)
PE 코팅이 필요 없는 친환경 포장재 ‘그린실드(Green Shield)’. (사진=한국제지)

◇ 100% 재활용 가능한 종이 제작 기술 도입 시급

일회용 컵 보증금 제도 시행을 앞두고 업계와 정부 간 이견이 오고 가는 와중, 착한 포장재가 관심을 끌고 있다. 대표적으로 생분해되는 일회용 용기가 그것이다. 

일례로 한국제지의 폴리에틸렌(PE) 프리(FREE) 기술이 적용된 종이 포장재인 그린실드(Green Shield)가 영화관 CGV의 팝콘 용기의 원지로 올 3월부터 쓰이고 있다. 플라스틱과 비닐 사용을 줄이기 위한 대안으로 종이 포장재가 주목받고 있지만, 기존 종이 포장재들은 100% 종이가 아닌 PE·옥수수 전분에서 추출한 친환경 수지(PLA) 등 코팅 처리가 돼 있어 종이를 원료로 재활용하기 어렵거나, 퇴비화 시 생분해되지 않는 경우가 대다수다. 특히 식품을 포장하려면 물과 기름이 강해야 하는 특성상 플라스틱의 한 종류인 PE 코팅이 주로 쓰여왔다.

그린실드는 한국제지가 국내 최초로 PE 프리 포장재를 목표로 자체 개발한 ‘친환경 베리어(Barrier) 코팅’이 적용돼 일반 종이와 똑같이 재활용되고 땅속에서 자연 분해된다. 미국·유럽에서 각각 재활용성(UL ECVP 2485)과 생분해성(OK Compost Industrial) 인증도 받았고, 한국 환경산업기술원에서 환경 표지(EL606)를 취득, 친환경성을 신뢰할 수 있는 제품임을 입증했다.

마린이노베이션의 친환경 해초 종이컵. (사진=SK이노베이션)
마린이노베이션의 친환경 해초 종이컵. (사진=SK이노베이션)

자연분해가 가능한 생분해 인증을 받은 종이컵도 있다. SK이노베이션이 육성 지원하는 소셜벤처 ‘마린이노베이션’의 친환경 해초 종이컵이 독일의 국제 인증기관 딘 서스코(DIN CERTCO)의 생분해 인증을 받았다. 

이 기관은 제품이 120일 이내에 90% 이상 자연 분해될 때 생분해 인증을 부여한다. 마린이노베이션은 56일 안에 100% 생분해된 결과를 입증해 친환경 기술력을 인정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뿐만 아니라 한국분석시험연구원(KATR)의 미세플라스틱 분석 시험에서 미세플라스틱 ‘불검출’을 인증받았다. 

환경 전문가들은 일반 종이컵의 경우 표면이 코팅 처리돼 재활용이 낮아 생활 폐기물 발생을 증가시킨다며 생분해성 제품에 대한 연구와 개발에 힘쓸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넷뉴스=김범규 기자] beebeekim1111@e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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