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 온실가스, 산업부문 배출량의 30%·국가 전체 배출량의 15%
정부, 기업 체질 개선 위한 정책 내놔···무역장벽 급한 지금 현실성은 “글쎄”

[이넷뉴스] 소비자가 제품을 선택할 때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는지, 제품이 친환경적으로 생산됐는지가 판단의 기준이 된 지 오래다. 기업과의 관계에서는 재생에너지로 제조하는지의 여부가 협력사 선정에 중요한 조건이 됐다. 

탄소 중립 이행 여부가 기업의 생명력과 지속성에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되면서 기업의 규모에 상관없이 모든 대·중·소기업의 탄소 중립으로의 전환은 불가피하다. 문제는 비용이다. 기업이 탄소 중립 전환을 위해서는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고, 이러한 비용은 최종적으로 소비자가 떠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중기의 96%가 탄소 중립 전환에 있어 비용때문에 부담을 느낀다고 답했다. (사진=픽사베이)
중기의 96%가 탄소 중립 전환에 있어 비용때문에 부담을 느낀다고 답했다. (사진=픽사베이)

◇ 중기 96% “탄소 중립 전환 비용에 부담 느낀다”

전 세계는 기온 상승률 1.5도(℃)를 맞추기 위해 2050 탄소 중립 목표를 세우고 각 기업의 친환경 프로젝트를 독려하고 있다. 이는 탄소 중립에 대한 국제사회의 압박으로 이어지고 있고, 글로벌 기업은 탄소 중립을 실천하고 있는 기업만을 파트너로 삼는 협업 체계가 주를 이룰 것으로 예상된다. 또 주요국에서 탄소 국경세 부과가 논의되는 등 이제 탄소 중립은 기업의 미래를 위해서도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고 있다.

따라서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탄소 중립 정책이 절실하지만, 우리나라 기업의 저탄소 전략은 대기업 위주로 이행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최근 중소기업중앙회가 제조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50 탄소 중립 관련 중소기업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이와 같은 현실을 직시할 수 있다.

설문에 응답한 중소기업 중 탄소 중립을 인지하고 있는 기업은 48.6%, 탄소 중립 동참 필요성을 느끼는 기업은 64.2%에 달했지만, 대응 계획이 있는 기업은 13.9%에 불과했다.

탄소 중립에 대한 대응계획을 수립하지 못하는 이유로 ▲‘새로운 환경변화에 대응할 자금·인력 부족(58.7%)’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어 ▲탄소 중립에 대해 이해하고 검토할 시간적 여유 부족(18.5%) ▲저탄소 제품생산·공정 전환에 대한 인센티브 부족(14.9%) 등을 이유로 꼽았다.

탄소 중립으로 추가로 소요되는 비용이 ‘부담된다’라고 응답한 기업은 95.7%에 달했으며 ▲‘매출액의 1~5% 내외’가 45.5% ▲‘매출액의 5~10% 내외’가 28.9%라고 답했다.

가장 높은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부분은 ▲시설교체·설치비용(63.1%) ▲원자재 가격 인상(18.5%) ▲전기요금(12.5%) 등의 순으로 집계됐다.

이들 기업은 정부의 2030 온실가스 40% 감축 목표에 대해서는 88.4%가 부정적인 것으로 응답해 중소기업의 탄소 중립 이행 의지와 정책목표간 괴리를 축소할 수 있는 지원정책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가장 필요한 정부의 지원 정책으로 ▲중소기업 차등(전용) 전기요금제 마련(59.1%) ▲긴급운영자금 등 노후시설 교체 비용 지원(28.1%) ▲비용상승분 반영 위한 납품단가 연동제 등 도입(26.7%) 등의 순으로 조사됐다.

특히, 광업·시멘트 업종의 61.5%, 철강·금속 업종의 45.8%가 노후시설교체 비용을 먼저 꼽았고, 기계·조선의 68.8%, 화학·플라스틱·섬유 업종의 59.6%가 차등(전용) 요금제 마련이 필요한 지원책이라고 응답해 업종별로 지원정책 선호도에 차이를 보였다.

중기는 탄소 중립 전환을 위해 실질적인 지원책을 원했다. (사진=픽사베이)
중기는 탄소 중립 전환을 위해 실질적인 지원책을 원했다. (사진=픽사베이)

◇ 중기부 “기업 체질 개선 돕는다” vs 기업 “당장 체감 가능한 지원 원해”

그동안 정부는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 상향, 2050 탄소 중립 시나리오 최종안 마련 등을 통해 2050 탄소 중립의 체계적 이행을 준비해왔다. 이러한 탄소 중립 흐름 속에서 가장 우려가 되는 대상은 상대적으로 자본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이다.

중소기업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산업부문 배출량의 약 30%, 국가 전체 배출량의 약 15%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만큼 2050 탄소 중립 달성을 위해 중소기업을 빼놓을 수 없는 상황이다.
 
게다가 중소기업은 고탄소 업종의 종류가 대·중견기업과 다르고 고탄소 상위 5대 업종이 총배출량의 94%를 차지하는 대·중견기업에 비해 상위 10대 업종이 83%를 차지하는 중소기업은 고탄소 업종이 넓게 분포하고 있다.

즉, 고탄소 업종별로 배출원인이 상이하고 기업 수도 많아 온실가스 감축·관리가 쉽지 않기 때문에 대·중견기업과 차별화된 접근이 필요하다.

이에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는 4대 추진전략 및 16개 세부과제를 통해 2022년 탄소 중립 예산 4,744억 원을 투입해 약 2,500개 중소기업을 지원하기로 했다. 지원 대상은 매년 10%씩 확대할 예정이다. 또 그린 분야 혁신생태계 조성을 통해 2025년까지 그린 유니콘 1개, 예비 유니콘 3개, 아기 유니콘 10개 등을 발굴·육성할 계획이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내년부터 기업별로 2년간 최대 20억 원을 투입해 중소기업 고탄소 10개 업종별, 업종 내에서 공통으로 적용할 수 있는 저탄소 신기술 모범사례를 개발하고 이를 해당 업종에 보급·확산할 예정이다. 2025년까지는 탄소 저감 가능성이 높은 4,000개 제조 소기업을 대상으로 맞춤형 컨설팅을 포함한 저탄소 경영 전환 지원 패키지를 제공한다.

탄소 배출이 높은 공정을 에너지 저감을 위한 신공정으로 대체해 저탄소 전환을 지원하는 탄소 중립형 스마트공장을 보급하고, 탄소 중립을 선언한 대기업의 공급망에 포함된 협력사 등 저탄소 공정 전환이 시급한 중소기업의 저탄소 설비투자도 기업당 최대 3억 원까지 지원한다.

더불어 기존 그린기업의 한계를 극복하고 그린 분야 생태계 조성을 선도할 수 있는 혁신기업을 육성하기 위해 그린뉴딜 유망기업 100개사를 발굴한다. 발굴된 유망기업에 대해서는 연구개발(R&D)·사업화 자금을 3년간 30억 원을 집중 지원함으로써 그린 유니콘으로 육성할 방침이다. 

중소기업에 특화된 그린기술 R&D도 지원한다. 이를 위해 내년에 넷제로(Net-zero) 기술혁신(70억 원) 등 별도사업을 신설하고 이를 토대로 중소기업 특화 탄소 중립 기술 확보를 위한 대규모 예타사업을 추진한다.

또 저탄소·친환경 신기술의 실증·사업화를 촉진하기 위해 탄소 중립 관련 규제 자유 특구를 2025년까지 총 20개 지정한다. 규제 자유 특구를 통해 신기술의 상용화에 필요한 안전성 등 기술성 검증과 실증 기반시설·장비 등 관련 인프라를 지원한다.

중소기업의 탄소 중립 경영 확산을 촉진하기 위해 탄소 중립을 중소기업 지원사업의 일부분이 아닌 기본전제로 설정함으로써 탄소 중립이 중소기업의 당면과제로 인식할 수 있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탄소 중립기본법을 토대로 탄소 중립 선도기업·집적지역에 대한 집중 육성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중소기업 탈 탄소경영 혁신 촉진을 위한 특별조치법 제정도 추진한다.

중소기업 탄소 중립 지원 및 환경·사회·지배구조(ESG)와의 연계 강화를 위해 중소기업ESG 준비 민관 협의회 산하에 민간(유관단체)·지역(테크노파크(TP) 등)이 참여하는 중소기업 탄소 중립 지원 위원회 설치를 추진하고, 중소기업 탄소 중립 정책의 실효성 및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해 중기부 내 전담부서 마련을 추진할 예정이다.

정부가 중소기업의 탄소 중립 전환을 돕기 위해 세부 정책을 시행하기로 한 것은 환영할만하지만, 문제는 탄소 중립 이행 전환을 위한 R&D 지원, 신기술 개발과 보급, 스마트·친환경 기술의 확산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다는 점이다. 

장기적인 중소기업의 생태계 조성을 위해서는 이러한 정책 기조가 맞지만, 우리 기업이 처한 현실은 지금 당장 체감할 수 있는 현실적인 지원책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독일 정부가 시행 중인 정책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독일 정부는 석탄 없는 산업, 녹색 수소와 철강, 고효율 에너지 건물, 친환경 교통 시스템을 위해 80억 유로 규모의 긴급프로그램 2022(Sofortprogramm 2022)를 승인했다.

이 중 절반 이상인 50억 유로는 건설업계에 투입하고, 에너지 효율 향상을 위한 건물 수리와 고효율 난방 설치를 위해서도 쓸 예정이다. 동시에 탄소 중립으로 인한 에너지 비용부담 경감 및 산업경쟁력 유지를 위해 철강 등에 전기료 인하·환경세 감면 등의 다각적인 지원책을 펼치고 있다.

따라서 국내 기업의 성공적인 탄소 중립 전환을 위해서는 중소기업 전용 전기요금제, 납품단가 연동제 등을 도입해 중소기업의 전반의 그린 격차를 축소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이넷뉴스=김범규 기자] beebeekim1111@e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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