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박에서 나온 미세먼지, 해풍 타고 도시로까지 유입
선박유 황 함유율 줄인 데 이어 DPF 설치 기반 마련
대중화 및 단속 방법 등 현실적인 정책 기반 마련 우선돼야

현실적으로 모든 선박을 친환경 선박으로 바꾸기에는 녹록지 않다. (사진=픽사베이
현실적으로 모든 선박을 친환경 선박으로 바꾸기에는 녹록지 않다. (사진=픽사베이

[이넷뉴스] 미세먼지는 주로 석탄이나 석유 등의 화석연료를 태우거나 공장, 자동차 등의 배출가스에 의해 발생해 대기를 오염시키는 주범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해양 선박에서 나오는 매연 역시 미세먼지 발생의 또 다른 요인으로 손꼽히면서 정부와 관련 전문가들은 친환경 전기 선박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러나 전기 선박이 상용화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고, 현실적으로 모든 선박을 친환경 선박으로 바꾸기에도 녹록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이에 차선책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 미세먼지 저감 장치다.

◇ 선박 연료유, 항만 지역 대기오염에 심각한 영향 초래

직경 10마이크로미터(㎛) 미만의 크기로 우리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은 미세먼지는 자동차 배기가스를 통해 배출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국내 비도로 이동오염원 중 미세먼지를 배출하는 주 오염원 중 48%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선박이다.

미세먼지가 생성되는 과정은 대기오염물질인 휘발성 유기화합물, 질소산화물, 황산화물 등이 대기 중의 수증기, 오존, 암모니아 등과 결합하는 화학반응을 통해 이뤄진다.

선박 연료유 연소 시 발생하는 황산화물, 선박에서 배출되는 그을음 등이 뭉쳐 생성된 검댕, 선박에 설치된 소각기를 부적절하게 사용할 때 발생하는 매연 등이 모여 대기오염을 발생시키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특히 해양에서의 미세먼지가 문제가 되는 이유는 선박에서 사용하는 연료유는 황 함량이 높은 저급 중유를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부산, 울산, 인천 등 항만 도시 지역에서는 선박에서 배출되는 미세먼지가 해양뿐만 아니라 해풍을 타고 도시로까지 유입돼 각종 환경문제를 일으킨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대표적으로 세계 6위의 컨테이너 항만인 부산항은 작년에만 4만 5,000척의 선박이 입출항했고, 부산의 전체 PM2.5 배출량 가운데 선박으로 인한 것이 약 37.6%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선박에 의한 연간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은 부산항 전체 배출량의 94.79%를 차지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정부는 2020년 9월부터 인천항 등 주요 5대 항만 인근 해역에서의 선박 연료유 황 함유량 상한선을 0.1%로 제한하는 등 환경 규제를 강화했고, 부산항만공사 역시 오는 2025년까지 부산항 초미세먼지를 70% 감축하는 계획을 세웠다. 

‘선박용 DPF’ 원리. (자료=해양수산부)
‘선박용 DPF’ 원리. (자료=해양수산부)

◇ 저감 설비로 선박 미세먼지 직접 줄인다···관건은 대중화

선박 연료유의 황 함유량을 줄인다고 하더라도 미세먼지를 획기적으로 줄이기에는 역부족이다. 친환경 선박의 개발이 우선돼야 하는 가장 큰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지만 전기 선박 등 친환경 선박은 여전히 개발 중에 있고 상용화가 되기 위해서는 최소 2~3년은 기다려야 한다.

게다가 대형선박뿐만 아니라 소형선박이나 낚시 어선에 이르기까지 모든 선박을 친환경 선박으로 대체하기 위해서는 더 오랜 기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이에 정부는 선박에서 배출되는 미세먼지를 획기적으로 줄이기 위해 ‘입자상물질 배출 저감 설비(오염물질 저감 설비(DPF))’를 선박에도 설치할 수 있도록 기준을 마련했다. 이후 8월 18일부터 20일까지 정부 선박검사 대행 기관인 한국 해양교통안전공단에서 잠정기준에 따른 설비 검사를 최초로 시행했고, 제품의 안전성과 성능이 확인됨에 따라 선박에 설치가 가능하게 된 것이다.

DPF(Diesel Particulate Filter)란 배기가스 내 입자상물질(미세먼지 등)을 필터로 걸러 제거하는 장치로 미세먼지를 최대 90% 저감 가능한 장치다. 즉, 경유 자동차에 설치하는 배기가스 저감장치가 선박에도 설치되는 것이다.

해수부는 오는 2030년까지 소속 관공선 전체를 친환경 선박으로 대체하는 2030 친환경 관공선 전환계획에 따라 2025년까지 단기간 내 대체 건조 계획이 없는 저선령 선박 80여 척에 선박용 오염물질 저감장치(DPF)를 설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최종욱 해양수산부 해사산업기술과장은 “선박용 오염물질 저감장치는 잠정기준을 활용해 현장에 적용하고 상용화하는 데 성공한 첫 사례”라며 “앞으로 개발될 예정인 수소·암모니아 등 친환경 선박 기술들도 조속히 상용화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관련 전문가들은 해양환경 오염의 골칫덩어리였던 선박 미세먼지를 잡을 방법이 고안됐고, 당장 사용할 수 있는 근거 또한 마련된 것은 상당히 고무적이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문제는 조속한 상용화를 위한 홍보 활동과 대중화, 단속이다. 중소형 선박에 사용할 수 있는 장치인 만큼 우선 적용할 선박의 선택, 저감장치 의무화를 통한 단속은 어떻게 이뤄져야 할지에 대한 내용 역시 구체화해 현실에 맞게 적용해야 한다는 것.

선박 저감장치와 더불어 항만에서부터 발생하는 대기오염물질도 배출원별로 분석해 대기오염 현황을 보다 체계적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는 시스템의 구현 역시 절실하다. 이를 통해 항만에서부터 선박에 이르기까지 해양 대기오염물질을 원천적으로 줄이고 친환경적인 해양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이넷뉴스=김범규 기자] beebeekim1111@e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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