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와 빅데이터로 재편되는 바이오 산업의 새 질서
이제는 ‘치료’에서 ‘플랫폼’으로

2026년이 두 달도 채 남지 않은 이때, 한국경제는 또 한 번의 전환점에 서 있다. 글로벌 경기 둔화와 기술패권 경쟁, 인구구조의 급변 속에서 산업의 지형은 빠르게 재편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넷뉴스>는 ‘2026 대전환, 한국경제의 새 축을 찾아서’ 기획시리즈를 통해 인공지능(AI)과 그린테크, 실버이코노미, 스마트제조, K-바이오 등 차세대 성장 축을 심층 진단한다.

급변하는 세계 속에서 대한민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과 미래 먹거리를 모색하며, 지속 가능한 경제 생태계의 해법을 제시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① AI 내재화 전쟁, 2026년 기업 생존 가를 분수령

② 그린테크 산업 재편

③ 실버 이코노미, 고령사회 새로운 산업지도 제시

스마트 제조, 디지털 전환 핵심 축

⑤ 2026 K바이오 산업의 핵심 트렌드···AI 신약개발부터 바이오 빅데이터까지

디자인=이넷뉴스
디자인=이넷뉴스

[이넷뉴스] 2026년 한국 바이오산업의 화두는 명확하다. 바로 '인공지능(AI) 신약개발'과 '바이오 빅데이터'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급성장한 K바이오는 이제 생산 강국의 단계를 넘어, 치료제 개발부터 정밀의료까지 전 과정을 데이터 기반으로 재편하는 거대한 변화를 맞고 있다. 올해 23조 원 이상의 생산 규모와 17% 증가한 수출 성과를 이룬데 이어, 2026년은 K바이오가 산업적 패러다임을 본격적으로 전환하는 첫 원년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 AI 신약개발, 신약개발 시대를 바꾸다

AI 기반 신약개발은 K바이오의 핵심 경쟁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기존 신약 개발은 후보물질 발굴, 전임상, 임상 1~3상까지 최소 10년 이상 걸리고 실패 확률이 높았다. 그러나 AI는 이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

국내 한 AI 신약개발 기업은 특정 암 단백질을 표적하는 후보물질을 머신러닝으로 설계해 개발 기간을 기존 대비 70퍼센트 단축했다. 서울대병원과 바이오 스타트업들이 공동 개발한 AI 임상 설계 프로그램은 부작용 발생 가능성을 사전에 예측해 임상 실패 확률을 크게 줄였다. 미국 인실리코 메디슨이 AI로 발굴한 신약 후보물질이 임상 단계에 진입한 사례처럼, 한국에서도 AI 기반 후보물질이 실제 글로벌 임상시험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이제 AI는 단순한 실험 도구가 아니라 신약개발의 전략적 의사결정 엔진으로 자리 잡았다.

◇ 바이오 빅데이터, 정밀의료 넘어 산업 생태계 재구축

2026년 이후 K바이오의 또 다른 핵심 축은 바이오 빅데이터 인프라다. 정부가 추진 중인 국가 바이오 빅데이터 플랫폼은 유전체 정보, 의료기록, 생활·질병 데이터를 통합한 100만 명 규모의 국가급 데이터베이스로 성장하고 있다.

이 플랫폼이 본격적으로 가동되면 질병 발생 가능성을 예측하는 알고리즘이 정교해지고, 개인별 약물 반응을 사전에 분석해 맞춤형 치료 전략을 제시할 수 있게 된다. 또 한국인에게 특화된 유전적 특성과 질병 패턴을 토대로 신약 개발 타깃을 도출하는 작업도 가능해져 정밀의료와 신약개발의 정확도는 지금보다 훨씬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의료기관들은 이미 데이터 기반 정밀의료 서비스를 본격 확대하고 있다. 삼성서울병원은 암 환자의 유전체 분석 데이터를 활용해 맞춤형 약물 조합을 추천하는 플랫폼을 운영 중이며, 카이스트·한국원자력연구원은 방사선·암 치료 데이터 기반 AI 모델을 공동 개발하고 있다. 이처럼 바이오 빅데이터는 신약개발뿐 아니라 의료 서비스·보험·돌봄까지 전체 헬스케어 산업의 기반이 되고 있다.

◇ 생산 강국에서 플랫폼 강국으로

2025년 K바이오는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을 중심으로 글로벌 위탁생산 시장의 30퍼센트를 점유하며 세계 3위의 생산 강국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생산 중심 구조만으로는 성장 한계가 분명하다.

2026년 이후의 경쟁력은 '데이터 → 분석 → 임상 → 치료 → 사후관리'를 연결하는 단일 바이오 플랫폼에 있다.

한국은 AI, 반도체, 병원 인프라, 임상 기술 등 경쟁 우위를 갖추고 있어 플랫폼형 바이오 산업으로 확장할 조건이 충분하다. 하지만 규제 속도, 임상 인프라 부족, 융합형 인력 부족은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다.

◇ 2026 K바이오의 미래, 데이터가 결정한다

K바이오는 이제 더 이상 실험실 중심 산업이 아니다. 건강 데이터를 기반으로 의료 시스템을 혁신하고, AI가 신약개발의 시간을 줄이며, 정밀의료가 치료의 표준이 되는 구조로 이동하고 있다.

2026년 K바이오가 나아갈 방향은 분명하다. 치료제를 만드는 국가가 아니라 건강 데이터를 분석하고 의료·신약 생태계를 설계하는 국가로 나아가야 한다. 

그 전환에 성공할 때 한국은 진정한 바이오 플랫폼 강국으로 도약할 것이다.

 

김규민 기자(news@e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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