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 파도'→'시장의 기회'로 바꾸는 전략
65세 이상 인구 25% 시대, 고령은 부담 아닌 거대한 소비시장

2026년이 두 달도 채 남지 않은 이때, 한국경제는 또 한 번의 전환점에 서 있다. 글로벌 경기 둔화와 기술패권 경쟁, 인구구조의 급변 속에서 산업의 지형은 빠르게 재편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넷뉴스>는 ‘2026 대전환, 한국경제의 새 축을 찾아서’ 기획시리즈를 통해 인공지능(AI)과 그린테크, 실버이코노미, 스마트제조, K-바이오 등 차세대 성장 축을 심층 진단한다.

급변하는 세계 속에서 대한민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과 미래 먹거리를 모색하며, 지속 가능한 경제 생태계의 해법을 제시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① AI 내재화 전쟁, 2026년 기업 생존 가를 분수령

그린테크 산업 재편

③ 실버 이코노미, 고령사회 새로운 산업지도 제시

④ 스마트 제조, 디지털 전환 핵심 축

⑤ 2026 K바이오 산업의 핵심 트렌드···AI 신약개발부터 바이오 빅데이터까지

디자인=이넷뉴스
디자인=이넷뉴스

 [이넷뉴스] 2026년 한국은 본격적인 초고령사회에 진입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65세 이상 인구 비중은 2026년에 25%를 넘어설 전망이다. 이는 일본보다 10년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세계 최상위 수준의 고령화다.

그동안 고령화는 복지부담과 인구감소의 위기로만 인식돼 왔지만, 이제는 경제의 새로운 축으로 변모하고 있다. 이른바 ‘실버 이코노미(Silver Economy)’의 폭발적 성장이 그것이다.

이제 시니어 세대는 단순한 복지 대상이 아니라 ‘경제 소비 주체’로 재정의되고 있다. 베이비붐 세대가 70대에 진입하면서, 이들은 안정된 자산과 소비력을 바탕으로 의료·여행·문화·헬스케어 시장을 움직이고 있다.

실제, 2025년 기준 60대 이상 가구의 순자산은 전체 평균의 1.3배에 달하며, 온라인 소비 증가율도 20대보다 높다. 이는 '노년층이 경제의 브레이크'라는 오래된 인식을 뒤집는 변화다.

산업계는 발 빠르게 대응 중이다. 제약·의료기기 기업들은 만성질환 관리 플랫폼을 강화하고, 금융권은 고령층 맞춤형 자산관리 서비스 ‘시니어 PB’를 확대하고 있다.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은 고령자 친화형 UI·UX(사용자 환경·경험), 음성 인터페이스, 디지털 헬스케어 기기를 앞다퉈 선보인다. 특히 스마트워치, 혈압·혈당 연동형 웨어러블 기기, 원격진료 플랫폼 등은 ‘건강관리의 구독경제화’로 진화하고 있다. 특히 인공지능(AI) 기반 헬스케어, 원격진료, 개인 맞춤형 건강 모니터링 기술은 고령층 수요에 정확히 맞물려 있다.

정부 역시 실버산업을 미래 전략산업으로 지정했다. 2026년부터 시행되는 ‘고령친화산업진흥법’은 의료·돌봄·주거·금융·여가 등 5대 분야의 산업화를 지원한다.

또한 ‘스마트 요양케어 시범도시’와 ‘AI 돌봄센터’가 전국 주요 지자체에 설치돼 시니어 디지털 서비스가 본격화될 예정이다. 이는 복지를 넘어, 새로운 일자리와 지역경제를 창출하는 ‘돌봄 산업 생태계’의 토대가 된다.

그러나 해결해야 할 과제도 산적해 있다. 첫째, 고령층의 디지털 소외는 여전히 큰 장벽이다. AI·비대면 서비스가 확산될수록 시니어 세대의 접근성 보장이 중요해진다.

둘째, 실버 이코노미의 성장은 돌봄 노동의 질 향상과 연결되어야 한다. 저임금·고강도 구조가 지속된다면 산업적 지속가능성은 없다.

셋째, 고령층의 소비를 ‘복지비’가 아닌 ‘투자’로 보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시니어의 삶의 질 향상은 곧 국내 내수의 확장으로 이어진다. 한국의 실버 이코노미는 아직 성장 초기지만, 인구 구조의 급속한 변화는 이 시장을 폭발적으로 키울 것이다.

한국이 이 기회를 선점하기 위해서는 고령층을 ‘보호의 대상’이 아닌 ‘소비의 주체’로 재정의해야 한다.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는 나라다. 그러나 제도와 인식은 여전히 과거의 틀에 갇혀 있다. 시니어 산업을 복지 정책의 연장선으로 보는 시각이 강하고, 기업의 참여를 제약하는 규제도 많다.

고령층의 의료 데이터 활용이 어렵고, 혁신 서비스의 실증이 제한되면서 시장 확대의 속도가 더디다. 실버 이코노미는 단순한 복지 산업이 아니다. 의료, 금융, 정보기술(IT), 주거, 문화가 결합된 융합산업이다.

2026년 이후 이 시장의 규모는 최소 120조 원 이상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디지털 헬스케어와 시니어 라이프 플랫폼, 시니어 맞춤형 금융서비스가 핵심 먹거리가 될 것이다.

고령화의 위기는 결국 새로운 시장의 시작이 될 수 있다. '고령화는 위기이자 기회'라는 말은 이제 진부하다. 2026년 이후, 진정한 승자는 고령을 고객으로 존중하고 그들의 경험을 경제 가치로 전환하는 기업이 될 것이다.

 

김규민 기자(news@e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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