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환경인식 개선, 글로벌 환경규제 등으로 개발 속속 진행
[이넷뉴스] 플라스틱은 우수한 가공성, 낮은 비중, 저렴한 가격 등으로 일상생활에 다양하게 사용돼 왔다. 반면 사용 후 발생되는 폐기물의 소각이나 매립에 따른 환경오염의 원인이 되고 있다.
세계 각국은 플라스틱을 지구온난화의 주된 원인으로 보고 일회용 플라스틱에 대한 규제 정책을 내놓고 있다. 미국은 캘리포니아, 시애틀, 뉴욕 등 지방정부를 중심으로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금지 조치를 시행하고 있으며 EU(유럽연합)은 2018년 '순환경제를 위한 유럽의 플라스틱 배출전략(A European Strategy For Plastics in a Circular Economy)'을 발표하면서 2030년까지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고 재활용 비율을 높이기로 했다.
각국의 정책에 따라 글로벌 시장에는 자연에서 썩어 없어지는 ‘바이오 플라스틱’(bio plastic)이 등장했다. 사탕수수, 옥수수, 유칼립투스는 물론 갑각류 껍질, 우유 등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바이오매스(biomass)가 원재료다.
한국의 경우 1990년대 이후 바이오 플라스틱 개발이 본격화되면서 기반기술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 국내 바이오 플라스틱, 기업간 상호협력 중심 기반기술 연구 중
한국IR협의회가 2019년 9월 발간한 ‘지속해서 발전가능한 환경친화적 사업인 바이오 플라스틱’에 따르면 인도 시장조사기관 프로그레시브 마켓(Progressive Market)은 글로벌 바이오 플라스틱 시장 규모를 2017년 기준 170억 달러(한화 약 19억 원)로 파악했다. 2022년에는 409억 달러(한화 약 45조 원)를 형성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한국의 바이오 플라스틱 생산 규모는 2017년 1억 3,800만톤(t)에서 2022년 3억 6,900만t까지 증가할 전망이다. 글로벌 환경규제, 소비자의 환경에 대한 인식 증가, 석유자원 고갈 등을 국내∙외 바이오 플라스틱 시장의 성장요인으로 꼽힌다.
한국은 2008년부터 정부 주도하에 바이오화학기술의 개발 사업을 추진해 오고 있다. 2012년에는 지식경제부가 '바이오화학 육성전략'을 수립했으며 2014년부터는 산업통상자원부가 '바이오화학산업화촉진기술개발사업'을 통해 기업 간 상호협력을 중심으로 바이오 플라스틱 기반기술 연구가 진행 중이다.
환경부는 '친환경제품 보급촉진 및 환경마크제도' 등을 통해 친환경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외에도 한국바이오소재패키징협회, 한국바이오플라스틱협회 등 단체는 바이오 플라스틱의 연구개발, 소비자 인식개선, 표준 규격 및 인증제도 등을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규제, 가격, 원료 수급, 사업성 문제 등으로 지지부진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던 중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투자 확대 등 관련 시장이 커지고 있다.
◇ 옥수수에서 추출된 생분해 PLA 필름∙∙∙스타벅스 포장재로 사용
한국은 화학업계를 중심으로 바이오 플라스틱 개발에 나서고 있다. 정부의 저탄소 정책에 발맞추고 ‘환경오염의 주범’이라는 오명을 벗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사용하기 편리하다는 플라스틱의 장점은 유지하면서도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소재로 개발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SKC는 2008년 세계 최초로 ‘생분해 폴리 락틱 산(Poly Lactic Acid·PLA) 필름’을 상용화했다. 생분해 PLA 필름은 옥수수에서 추출된 바이오매스 성분으로 개발됐다. 땅에 묻으면 약 14주만에 유해성분 없이 생분해된다. 기존 종이 재질보다 물에 강하고 내구성이 우수하다. 투명성과 강도가 높고 인쇄하기도 좋다. 신선식품 포장용, 종이쇼핑백, 잡지 등 도서류 포장 등에 활용되기도 한다.
SKC의 생분해 PLA 필름은 스타벅스(Starbucks)의 식품포장재로 쓰인다. 2018년 10월부터 1년간 스타벅스의 바나나 포장재를 시작으로 케이크 보호비닐, 머핀, 샌드위치 포장재 등 생분해 PLA 필름의 적용 대상을 늘렸다. 지난 3월부터는 신세계TV쇼핑의 아이스팩 포장재, 의류용 비닐에 생분해 PLA 필름을 공급하고 있다.
LG화학은 2020년 7월 ‘2050 탄소중립 성장’(Carbon Neutral Growth)을 선언하면서 자원 선순환 및 생태계 보호에 앞장서기로 했다. 환경오염 및 미세 플라스틱 문제해결을 위해서다. 먼저 친환경 PCR(Post-Consumer Recycled) 플라스틱과 생분해성 플라스틱 소재 등 폐플라스틱 자원의 선순환을 위한 제품 개발에 적극 나선다. 2024년까지 생분해성 고분자인 PBAT(PolyButylene Adipate-co-Terephthalate)와 옥수수 성분의 PLA를 상업화한다는 계획이다.
핀란드 바이오 디젤기업 네스테(Neste)와 ‘바이오 기반의 친환경 사업 및 관련 시장 확대를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MOU)’을 체결하며 바이오 원료를 활용한 친환경 플라스틱 생산에 본격적으로 나설 전망이다. 바이오 원료 기반의 폴리올레핀(PO), 고흡수성수지(SAP), 고부가합성수지(ABS), 폴리카보네이트(PC), 폴리염화비닐(PVC) 등을 생산할 계획이다. 2021년 하반기까지 실질적인 제품 생산이 목표다.
롯데케미칼은 2012년 사탕수수에서 추출된 원료로 바이오페트(Bio-PET)를 생산∙판매했으며 2018년 PLA 컴파운드를 개발해 3차원(3D) 프린터용 필라멘트와 유아용 식기 소재로 판매한 바 있다.

◇ 바이오 플라스틱 친환경성 논란?
식품∙유통업계도 친환경 플라스틱 바람이 불고 있다. 업계가 주목하는 것은 ‘화이트 바이오’(White Bio)다. 옥수수, 콩, 사탕수수, 목재류 등 재생 가능한 식물 자원으로 원료로 화학제품 또는 바이오 연료 등의 생산하는 기술이다. 석유화학 소재를 대체하는 친환경 사업분야로 그 중요성이 급격히 커지고 있다.
2014년 삼양제넥스(현 삼양사)는 친환경 바이오 플라스틱 소재인 ‘이소소르비드’(Isosorbide)를 생산했다. 옥수수로 만들어지는 100% 천연 바이오 물질이다. 옥수수에서 전분을 추출한 후 포도당, 솔비톨(sorbitol) 등의 공정을 거쳐 만들어진다. 이소소르비드를 이용해 만든 플라스틱은 내구성, 내열성, 투과성 등이 향상돼 전자제품 외장재, 스마트폰 액정필름, 자동차 내장재, 건축자재 등의 소재로 주목을 받고 있다.
연산 1만t, 2만 9,000제곱미터(m², 약 8,800평) 규모의 이소소르비드 생산공장이 군산자유무역지역 내 부지에 들어선다. 삼양이노켐은 지난해 이소소르비드 공장증설을 위해 전라북도, 군산시와 투자협약을 체결했고 710억 원을 투자한 바 있다. 2021년 하반기 준공이 목표다.
CJ제일제당은 PHA(Poly Hydroxyl Alkanoate)를 주력제품으로 삼아 화이트 바이오 사업을 본격화한 바 있다. PHA는 100% 해양 생분해 친환경 플라스틱 소재다. 미생물이 식물 유래 성분을 먹고 세포 안에 쌓아 놓는 고분자 물질이다. 토양과 해양을 비롯한 모든 환경에서 분해된다.
CJ제일제당은 내년 인도네시아 파수루안(Pasuruan)에 있는 바이오 공장에 전용 생산 라인을 신설하고 연간 5,000t 규모의 대량 생산 체제를 갖출 계획이다.
한편, 일각에서는 바이오 플라스틱의 친환경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영국 환경매체 렛츠리사이클닷컴이 지난 1월에 보도한 바에 따르면 환경단체 그린 얼라이언스(Green Alliance)는 “대부분의 소비자가 생분해성 플라스틱이 친환경적이라고 생각하지만 기대만큼 잘 분해되지 않는다”며 “더 많은 문제를 일으키기 전에 용어에 대한 명확한 정의를 다시 내려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유엔환경계획(UNEP)은 2015년 생분해 플라스틱이 50℃에서 분해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50도(℃)가 넘는 자연환경은 매우 드물기 때문에 생분해 플라스틱의 이용이 늘어도 환경오염은 크게 줄지 않는다는 것이다.
김희택 한국화학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생분해 플라스틱 역시 일반 플라스틱과 마찬가지로 분리수거 등을 통해 퇴비화 과정을 거쳐야 한다”며 “기온만 두고 친환경성을 논하기에는 부족한 부분이 많다”고 설명했다. 즉, 기온뿐만 아니라 습도, 미생물의 작용 등 생분해성 플라스틱이 분해되는 조건은 여러가지라는 것이다.
또 김 연구원은 “바이오 플라스틱의 핵심은 ‘분해되는 시간을 단축시키는 것’”이라며 “일반 플라스틱은 가격이 싸고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는 반면 분해가 잘 되지 않아 폐기물이 쌓이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넷뉴스=박민정 기자] parkminjung@e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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