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작은 공사에 필수 ‘소형 굴착기’, 혁신기술로 친환경 변신
글로벌 환경규제 강화와 미래 산업 먹거리 창출에 ‘안성맞춤’
[이넷뉴스] 일반적으로 포클레인이라고 불리는 굴착기는 토목, 건축, 건설 현장에서 땅을 파거나 깎을 때 사용되는 건설기계를 말한다. 요즘에는 그 종류도 다양해져 대형 공사 현장뿐만 아니라 소규모 공사나 농업용 등으로도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소형 굴착기의 활용도가 높은 편이다.
특히 건물 내부나 도심 골목, 지하 공간처럼 도심 한가운데에서 벌어지는 소형 공사의 경우 대부분 소형 굴착기가 사용된다. 문제는 그 편의성과 대중성 이면에 온실가스 배출 문제라는 꼬리표를 항상 들고 다녀 2050 탄소 중립에 반한다는 것.
이에 최근 정부와 업계에서는 환경오염 저감과 에너지 절약에 기여할 수 있는 전기 굴착기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 韓, 세계 최초 전기 굴착기 양산 체제 갖추며 핵심기술 ‘발판’ 마련
건설기계 산업 분야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2017년 기준 연간 1,700만 톤으로 전체 배출량의 2.39%를 차지한다. 건설기계 산업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수치로 볼 때는 그리 크지 않은 것 같지만 도심 속 미세먼지와 대기오염을 높일 수 있는 데다 연료 연소 등의 직접 배출보다 전기 사용에 의한 간접배출이 90% 이상을 차지하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
따라서 정부와 업계는 신기술 개발과 에너지 효율화를 위한 설비 등을 통해 건설기계 산업의 탄소 중립을 이룰 수 있다고 판단하고 친환경 기계의 연구개발과 보급 확대를 위한 정책적 지원을 지속 확대하고 있다.
그 첫 번째 발걸음으로 현대중공업은 지난 2010년 세계 처음으로 전기 굴착기 양산 체제를 갖췄다. 당시 출시한 30톤급 전기 굴착기는 기존 디젤엔진 대신 전기모터로 구동하는 방식으로 유지비를 70% 이상 절감할 수 있다.
보통 30톤급 굴착기의 연간 기름값이 1억 원 가까이 들었지만 전기 굴착기는 3,000만 원으로 유지가 가능하고 질소산화물이나 일산화탄소 등 유해 배기가스를 배출하지 않아 친환경 건설장비로 화제를 모았다.
작년 초에는 현대중공업그룹 계열의 현대건설기계가 현대자동차, 현대모비스와 수소 지게차 및 중대형 수소굴착기 개발에 나서기 위해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세계 최초로 수소연료 기반의 중대형 건설기계 개발에 나섰다.
현대차와 현대모비스는 파워팩을 포함한 수소연료전지 시스템의 설계와 제작, 현대건설기계는 이를 적용한 굴착기 및 지게차의 설계와 제작 및 성능평가를 담당하며 오는 2023년부터 관련 제품을 시장에 내놓을 계획을 추진 중이다.
수소연료전지 건설기계는 기존의 디젤엔진 기반의 장비들과는 달리 수소와 산소의 화학반응을 통해 생산된 전기를 동력원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유해가스가 전혀 발생하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그뿐만 아니라 대형 지게차나 굴착기와 같은 큰 힘이 필요하고 오랜 작업 시간이 필요한 제품에도 적용할 수 있다. 또 전지의 용량을 늘리는 데 구조적인 한계가 있는 리튬전지에 비해 대용량화가 가능하다는 점도 강점이다.
◇ 소형 굴착기, 디젤→전기 전환 ‘가속화’
최근 건설기계 업계와 정부는 2050 탄소 중립 공동선언문을 발표하며 보다 구체적이면서 체계화된 탄소 중립에 대한 동참 의지를 표명했다.
이러한 의지의 가운데에는 전기로 구동하는 ‘친환경 굴착기’가 중심에 있다. 그중에서도 건물 내부나 도심 골목, 지하 공간 등 협소한 도심 지역에서 흙을 파내거나 쌓는 작업을 수행하는 미니 굴착기의 개발이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현대건설기계는 지난 2018년 글로벌 엔진 제조사 미국 커민스사와 손을 잡고 국내 최초로 대용량 배터리를 장착한 소형 전기 굴착기를 개발했다.
기존 디젤 엔진 대신 전기모터로 구동하기 때문에 배기가스가 전혀 발생하지 않고 연료비를 최대 60%까지 절감할 수 있다. 게다가 작업환경에 따라 최대 8시간까지 가동 가능하며 기존 디젤 굴착기와 동일한 작업 성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강점까지 갖췄다.
2020년에는 전기 굴착기가 최초로 정부 보조금 지원대상으로 선정돼 디젤 굴착기에서 전기 굴착기로의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다.
익산시의 경우 지자체가 중심이 돼 전기 굴착기 지원에 앞장서고 있다. 익산시는 올해 2억 6,000만 원의 예산을 확보해 굴착기 13대를 지원할 예정이다. 특히 경유 굴착기를 전기 굴착기로 대체해 구매하거나 장애인, 기초생활수급자, 유공자 등 취약계층의 다자녀 등을 대상으로 3대를 우선지원할 방침이다.
굴착기 보조금은 1.0톤 기준 1,200만 원, 2.5톤 기준 2,000만 원을 지원하고 보조금을 받아 굴착기를 구매할 경우 2년간 의무 운행 기간을 반드시 준수해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얼마 전에는 국내 최초로 호룡의 전기 굴착기 생산 공장이 전북 김제에 들어서기도 했다. 호룡은 지난 2016년 산업통상자원부의 연구개발 지원사업을 통해 소형(3톤급) 전기 굴착기 개발에 착수해 3년 만에 개발을 완료하고 2020년 국내 최초로 양산을 시작했다.
이러한 배경에는 정부가 본격적으로 전기 굴착기 시장을 리딩함으로써 세계 소형 굴착기 시장을 주도하겠다는 전략이 숨어 있다.
우선 1단계로 호룡은 김제 지평선 산업단지 4만 6,200제곱미터(㎡, 1만4,000평)에 249억 원을 투자해 공장을 건설하고 2022년 상반기부터 82명을 고용해 전기 굴착기를 생산할 계획이다. 2단계는 2022년 상반기 착공 예정인 산단 6만 6,000㎡(2만 평)에 500억 원을 투자해 2023년 준공한 후 150명을 신규 고용할 예정이다.
전라북도와 김제시는 호룡이 오는 2023년까지 김제 지평선 산단 내 3만 4,000평에 749억 원을 투자해 전기 굴착기를 양산하면 협력업체 20여 개 기업을 김제 지평선 산업단지 및 백구 특장차 전문화단지에 투자를 유치할 계획임을 밝혔다.

◇ 도심 환경과 경제적 이익 챙길 수 있는 ‘기회’
전기 굴착기는 현재 전 세계적으로 강화되고 있는 친환경 정책과도 부응한다.
비도로용 차량의 등록 수는 도로용 차량 대비 약 2.15%에 불과하지만, 전체 대기오염물질 배출량 줄 질소산화물은 10.2%, 초미세먼지의 8.6%를 차지할 정도로 오염도가 강하다.
하지만 전기 굴착기의 경우 시내 상하수도 공사나 보도블록 건설 공사 시 매연 배출량이 없어 도심 대기오염물질 배출량 감소 효과가 크다.
만약 국내에서 운용 중인 5톤급 미만의 소형굴착기 중 30%를 전기 굴착기를 대체할 경우 앞으로 10년간 약 2,600억 원의 국가적 환경 편익이 발생할 것으로 정부는 예상한다.
전기 굴착기가 가지는 의미는 비단 환경에만 초점이 맞춰진 것만은 아니다.
현재 소형 굴착기의 경우 일본이 전 세계를 주도해 오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2018년 기준 국내에 판매된 3.5톤급 굴착기는 3,087대로 이 중 수입 굴착기는 2,886대에 이른다.
하지만 우리 기술로 생산한 소형 굴착기는 그동안 일본이 주도해 왔던 소형 굴착기 시장의 점유율을 높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
호룡에 따르면 3.5톤급 전기 굴착기 보급 확대를 통해 오는 2024년까지 소형 굴착기 시장점유율을 50% 수준까지 높여 618억 원의 수입대체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티어4파이널을 시행하고 있는 북미 지역을 비롯해 프랑스 파리, 그리스 아테네 등 유럽의 주요 도시에서는 2025년부터 디젤 차량의 도심 진입을 금지하는 등 글로벌 환경규제는 더욱 더 강화되고 있다.
따라서 도심의 소형 공사장에서 필수적으로 활용되고 있는 소형 굴착기의 친환경화는 전 세계적인 추세이자 반드시 실현해야 할 과제다. 더불어 미래 신기술의 최고봉이라 할 수 있는 AI를 활용한 무인·자동화 기술까지 탑재한 다양한 전기 굴착기 등의 출현도 기대해 본다.
[이넷뉴스=김범규 기자] beebeekim1111@e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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