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제조 산업으로 탄소 중립과 순환 경제 디딤돌 마련
첨단 기술 접목, 저렴한 가격으로 산업계·소비자에 ‘혜택’ 부여

전 세계가 탄소중립에 동참하고 있다. 탄소중립이란 인간의 활동으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최대한 줄이고, 남은 온실가스는 산림 흡수 또는 제거를 통해 실질적인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많은 국가들이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수립하고 있다. <이넷뉴스>에서는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집중 탐구해봤다.

<탄소중립 전망> 시리즈

① [전망] ‘본격적인 탈탄소 시대 도래’ 2020년 탄소중립 현황과 전망은?

② [전망] ‘화석연료 신규투자 중단’ IEA 로드맵 실현 가능할까

③ [전망] 재제조 산업, ‘탄소중립·신산업 육성’ 두 마리 토끼 잡을 수 있을까

④ [전망] ‘대체육’ 시장, 탄소중립의 완전한 미래 될 수 있을까

[이넷뉴스] 탄소 중립 실현을 위해 산업계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산업 시스템을 보다 친환경적인 방법으로 바꾸는 일이다. 이를 위해 친환경 공법으로의 기술 개발, 신재생 에너지로의 전환 등이 있지만 대부분 이 같은 정책은 대기업 위주로 이뤄져 왔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대다수 제조기업은 영세업체들이 대부분이다. 따라서 진정한 친환경을 이루기 위해서는 이들 기업도 탄소 중립 기조와 함께 발맞춰 나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 정부, ‘재제조 기업’ 맞춤형 지원으로 탄소 중립 촉진

최근 산업통상자원부는 재제조 기업 육성과 이 분야 신산업 발굴을 지원하기 위해 재제조 기업 35개사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이들 기업에는 재제조 제품 품질·환경 관리 컨설팅을 제공 및 기술·공정개선을 위한 비용을 지원할 예정이다.

정부에서 ‘재제조 산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려는 이유는 기존 산업계를 효율적으로 활용하면서도 친환경 시대에 효과적으로 대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재제조란 사용 후 제품을 완전히 분해해 세척, 검사, 보수, 조정 및 복원, 재조립 과정을 거쳐 원래 성능 또는 그 이상의 성능을 가진 제품으로 만드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재활용(recycle)과 재사용(reuse)과는 기술적, 제조과정, 효과 측면에서 완전히 다른 체계다. 

이렇게 다시 만들어진 제품은 탄소 절감 효과가 신품 대비 50~90%로 뛰어나 탄소 중립 핵심 산업의 하나로 평가 받고 있다.  하지만 관련 기업들의 대부분 규모가 영세하고 산업 영역이 한정적이어서 성장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산업부는 자동차 분야 8개, 전기·전자제품 분야 8개, 산업·건설기계 분야 19개 기업을 선정해 품질·환경 관리 역량 강화 및 우수기술․공정 도입을 지원한다.

구체적으로 제품 품질 및 환경 관리와 관련한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고, 우수 10개 사업장에 대해서는 기술·공정 개선과 전시회 참가 기회를 부여할 예정이다. 지원 기간은 1년 이내로 지원 규모는 기업 당 최대 2,600만 원이다. 

이와 함께 산업부는 재제조 산업의 활성화 및 고부가가치 창출이 가능한 신사업 모형을 발굴하고 해당 사업의 시장진출을 지원하기 위해 재제조 기반 제품서비스 신사업 발굴 및 실증 사업도 시작한다. 

이를 위해 올해 2개 기업을 선정해 사업화 문제점 도출·해결책을 마련하고, 수요·공급 협력 체계를 구축하며 사업화도 적극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기간은 1년 이내로 해당 기업 또는 컨소시엄에는 최대 1억 4,000만 원을 지원한다.

재제조 기업 맞춤형 성장 지원사업 주요 선정기업 (사진=산업부)
재제조 기업 맞춤형 성장 지원사업 주요 선정기업 (사진=산업부)

◇ ‘첨단 기술’로 재탄생한 재제조 기술 ‘주목’

재제조 산업이 요즘 더욱 주목받고 이유는 친환경 기조에 걸맞은 이론인 데다 첨단 기술과 접목하면서 그 효용성이 더욱 부각되기 때문이다. 

일례로 3D프린팅 기술을 들 수 있다. 부산시의 경우 약 2년 전부터 지역 주력산업인 제조업의 불황 탈출과 신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재제조 산업에 3D프린팅 등 새로운 기술들을 속속 접목하기 위한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

유럽 등 선진국 위주로 성장하고 있는 재제조 산업의 혁신사례와 함께 부산 지역산업에 맞는 재제조 산업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는 등 전문가와 산업계의 열띤 토론들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앞으로 ‘금속 3D 프린팅 기술 등 첨단기술을 접목한 친환경 재제조산업의 육성’이 부산지역 주력산업인 조선기자재, 자동차 및 항공 부품 등 제조업 전반에 새로운 활력을 줄 수 있을지 기대감을 표출하기도 했다. 

재제조 산업은 산업계뿐만 아니라 소비자에게도 이익이다. 신품 대비 성능과 품질은 유사하거나 더 뛰어나지만, 가격은 신품 대비 30~80% 수준에서 형성되기 때문에 소비자 비용부담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따라서 앞으로 재제조 산업이 더욱 활성화되면 친환경 제품을 선택했다는 뿌듯함과 질 좋은 제품, 저렴한 가격이라는 3박자가 소비자의 선택을 더욱 가속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단, ‘재제조’라는 용어가 여전히 생소하고, 관련 산업에 대한 내용이 잘 홍보돼 있지 않아 소비자들로부터 단순 ‘재활용’ 제품이라는 오해를 심어줄 수 있다는 것이 문제다.

국가기술표준원은 2007년부터 재제조 제품의 품질을 보증하기 위해 ‘재제조 제품 품질인증제도’를 운영하고 있지만, 여전히 소비자에게 ‘재제조 제품’에 대한 인식은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현재 재제조 제품으로 생산, 공급이 이뤄지고 있는 품목은 자동차 부품, 전기·전자 부품, 건설기계 부품 등 약 50여 개에 불과하다. 재제조 분야 기술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미국이나 유럽 등 주요 선진국보다 약 1/50 수준.

따라서 최근 정부가 산업 전 분야의 재제조 제품 생산을 지원하고 기술, 공정의 개선을 도모하기 위해 나섰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하지만 단순히 제품의 성능을 올리고 전시회 참가 등을 통해 대외홍보 활동을 하는 것에만 그치지 않고 실제 제품의 사업화 구축을 위한 모델을 제시하고 판매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많은 전문가는 이런 과정을 통해 탄소 중립 산업 전환을 위한 순환 경제 구현이라는 시대적 요구에 부합하면서도 재제조 시장의 확대를 통해 소비자가 먼저 제품을 찾을 수 있는 탄탄한 산업적 기반이 마련될 수 있을 것이라 강조했다.

[이넷뉴스=김범규 기자] beebeekim1111@e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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