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이후 ESS 관련 화재 총 30건
충전율 낮추는 방안 발표···시장 침체 우려
국내 스타트업, 화재 차단 기술 확보 주력

[이넷뉴스] 신재생에너지로 만든 전기를 저장하는 에너지저장장치(ESS) 화재가 잇따르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3월 경북 영천에 이어 4월 6일 충남 홍성까지 연달아 ESS 화재가 발생하며 2017년 이후 전국에서 발생한 ESS 화재 건수는 총 30건에 이르렀다.
ESS는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를 미리 저장해두었다가 필요할 때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 저장장치다. 각국이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집중하면서 신재생에너지의 중요성이 점점 커짐에 따라 ESS 시장 역시 급격하게 성장했다.
하지만 최근 국내에서 잇따른 폭발, 화재 사고가 발생하면서 원인과 대안 마련이 준비되어야만 향후 ESS 시장 발전이 지속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ESS 화재 원인조사 결과와 안전성 강화 대책을 발표한 바 있지만 실효성 논란이 커지고 있다.

◇ 산업부 대책 마련 발표···시장 활성화는 ‘의문’
산업부는 지난 2019년 6월과 지난해 2월 두 차례에 걸쳐 ESS 화재 원인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당시 발표에 따르면 2017년 8월부터 발생한 23건의 화재 사건은 배터리 보호시스템과 운영관리, 설치상의 미흡이 원인이었다. 하지만 2019년 8월부터 10월까지 발생한 5건의 화재 원인을 밝힌 2차 조사에서는 배터리 이상이 주원인으로 지목됐다.
이에 산업부는 지난해 6월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제도(RPS)관리 운영 지침을 일부 개정했다. 개정 내용에서 ESS의 경우 충전율 기준치(옥내 80%, 옥외 90%)를 초과하는 경우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 가중치를 0으로 조정해 충전율 안전조치 이행을 유도하게 했다.
화재를 막기 위한 방안으로 충전율을 낮춘 것이다. 충전율 기준 의무화 이전에 설치된 설비에 대해서는 충전율 안전조치와 시설보강 조치를 성실하게 이행할 경우 인센티브를 주기로 했다.
이 같은 조치에 대해 업계 관계자들은 ESS 관련 충전율 하향으로 인해 시장이 더욱 축소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충전율을 높일수록 수익성이 높아지는데 상한선이 생김에 따라 충전율을 낮출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충전율을 넘기게 될 경우에는 사실상의 수익인 REC 가중치도 받지 못하기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정부에서 화재 예방을 위한 방안으로 내놓은 대책이기에 따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ESS 산업생태계의 발전을 위해서는 관련 지원책도 뒷받침돼야 할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이번 홍성 화재는 충전율을 낮췄음에도 불구하고 화재가 난 것으로 파악되면서 정부의 안전수칙 실효성에 더욱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ESS 화재가 빈번해지고 있지만 이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국내 연구진들의 노력이 지속되고 있는 만큼 향후 산업 전망이 어둡지만은 않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은 지난 1월 중소기업 대경산전과 공동연구를 통해 ‘ESS(Energy Storage System·에너지 저장장치) 미세 아크 감지 시스템’ 개발에 성공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해당 시스템은 배터리에서 발생하는 미세 아크(전자 불꽃)를 사전에 감지, 전원을 차단해 화재를 예방한다. ESS 배터리에서 미세 아크가 발생하면 다른 배터리로 옮겨 붙으면서 대형 화재로 이어지기 쉬운데 이를 예방할 수 있는 기술이다.
배터리와 커넥터 사이에 완충부를 추가하고 미세 아크 신호의 포집률을 높이기 위해 배터리 트레이 상단 안쪽을 피라미드 엠보싱 형태로 제작해 미세 아크의 빛 반사를 통해 센서까지의 도달률을 높였다. 이를 위해 자외선 반사율이 높은 알루미늄 소재를 사용했다.
배터리 커넥터의 소재는 ‘동’이고 완충부의 소재는 ‘알루미늄’이라는 이종소재 접합 문제가 과제였는데 생기원은 전자기력 기반 고속접합, 성형기술을 기반으로 배터리 커넥터의 접합 문제를 해결했다. 해당 시스템은 상용화를 걸쳐 올 상반기 출시될 예정이다.
이외 국내 스타트업들도 ESS 안전성, 효율성을 확보하는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발화 위험이 없고 리튬 이온 배터리 대비 수급이 용이한 바나듐 이온 배터리를 개발한 스탠다드에너지는 최근 소프트뱅크벤처스, 엘비인베스트먼트 등으로부터 투자 유치를 받았다. 스탠다드에너지는 폭발 위험이 없는 바나듐 이온 배터리로 ESS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계획이다.
차세대 배터리 제조 기업 코스모스랩은 아연 금속 전지로 화재 위험을 줄이고 에너지 가격과 효율성에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아연 금속 전지는 물 기반의 전해액을 사용해 화재를 원천적으로 차단한다. 거기에 친환경 전극 소재를 사용해 가격 경쟁력도 확보했다.
[이넷뉴스=김수정 기자] meteor1224@e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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