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인 전기설비 기준이 동일하게 적용돼 미흡
태양광·풍력 등 안전관리 실태조사 개선방안 제시
전체설비 아닌 주요 설비 교체할 때도 사용전검사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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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넷뉴스] 정부가 신재생에너지 설비 안전관리의 고삐를 죈다. 전통적인 전기설비에 적용되는 안전기준이 신재생에너지 설비에도 동일하게 적용, 설비의 안전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다는 인식에서다. 최근 산업통상자원부는 수소, 기후변화 등 에너지안전에 관한 주요 과제들을 논의하기 위한 에너지안전 미래전략 TF 전체회의를 개최, 신재생에너지 안전관리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유법민 산업부 자원산업정책관은 “탄소중립 추진에 따라 향후 신재생에너지 설비가 급속하게 확산될 것으로 예상되는 바, 안전관리 체계를 선제적으로 정비해 에너지 시스템의 안정성과 지속가능성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 세계적으로 재생에너지 시장은 폭발적으로 커지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21년과 2022년 신규 발전설비 중 재생에너지의 비중이 90%에 이른다. 특히 태양광은 시설 투자비 감소와 다양한 정책 지원으로 증가세가 이어져 올해와 내년 신규 태양광 발전설비용량이 각각 145기가와트(GW)와 162기가와트(GW)에 달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에서도 태양광과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가 빠른 속도로 보급되면서 에너지저장장치(ESS)와 연료전지 등 신기술 설비가 확산, 설비의 특성을 고려한 안전관리에 대한 필요가 그 어느 때보다 커졌다.

 

◇ 예방중심 지능형 전기안전관리 체계

산자부는 새로운 기준을 통해 예방 중심의 지능형 전기안전관리 체계를 구축하고, 4차 산업혁명의 혁신기술인 정보통신기술(ICT), 사물인터넷(IoT) 기반으로 전기안전 분야의 디지털 전환을 지속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민관 협력으로 풍력(8), 태양광(8), 연료전지(7), ESS(7), 송배전(7), 소수력(3), 해양에너지(1) 40개소에 대한 안전관리 실태조사를 진행, 3가지 측면에서 개선방안을 제시했다. 신재생에너지 특성에 맞는 안전대책 수립·시행, 안전관리의 체계적 수행을 위한 전문인력 양성과 전담기구 설치, 신기술을 활용한 안전관리 활성화 및 안전규제의 합리적인 개선 등이 핵심 내용이다.

먼저 신재생에너지 검사 강화가 비중 있게 언급됐다. 설비의 설치사용 시 실시하는 검사제도를 강화해 제품설계시공사용유지관리의 안전성을 확보하자는 것이다. 타워, 블레이드, 100킬로와트(kW)초과 연료전지는 제조 단계에서 사용전검사를 통해 안전성을 확인하며 사용전검사 시 공사 감리 보고서 제출을 의무화하고, 토목기계분야 검사도 강화한다.

전체 설비가 아닌 주요 설비를 교체할 때도 사용전검사를 해야 한다. 풍력의 경우 블레이드와 타워, 태양광은 구조물 교체, 패널 1/2 이상 교체 시, 연료전지 출력변경을 수반하는 스택(개별 연료 전지를 직병렬로 연결한 장치), 신재생에너지 연계 송변전설비 시설을 바꿀 때 등이 해당된다.

또한 풍력발전설비는 정기검사 주기를 현재 4년에서 2년으로 줄이고, 태양광 설비 정기검사는 우기가 찾아오는 6월 전 실시할 방침이다.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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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전관리 인프라 구축에 만전

안전진단 전문기업과 인력을 육성, 안전관리 인프라 구축에도 만전을 기한다. 신재생에너지에 특화된 안전관리자 교육 제도를 새롭게 만들고, 첨단장비를 이용해 전기설비의 성능과 품질을 정밀하게 확인할 계획이다.

제품·설비에 대한 KSKC 인증대상 및 사고 보고대상 확대, 전기안전공사 내 신재에너지 안전처 신설도 추진된다. 중대 사고의 경우 사망 1명, 부상 2명, 1000세대 1시간 정전 + 20kW 및 1시간 이상 고장으로 기준이 바뀐다.

아울러 건물 일체형 태양광, 풍력 타워기초구조물, 100kW 초과 연료전지, 사용후 배터리를 사용한 ESS 등 신기술이 적용된 안전기준은 올해 말까지 정비를 마친다. KS인증기관을 확대하고, 중복된 안전기준 통합일원화, 합리적 규제를 통해 기업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도 신경을 쓴다.

사업용 신재생에너지 설비의 안전관리 대행 범위도 눈에 띈다. 기존의 태양광 1MW, 연료전지 300kW에서 태양광 3MW, 태양광 외 신재생설비 300kW로 확대하는 한편 일정 규모 이하 설비 변경 시 안전관리자의 자체 감리가 도입된다.

 

◇ 사이버테러 등 새로운 위협 대처

이와 함께 산자부는 태풍, 한파 등 기후변화와 사이버테러 같은 새로운 위협 요인에 대처하기 위한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미국에서 있었던 송유관 해킹 사건은 한국을 비롯 전 세계에 충격파를 던졌다. 미국 최대 송유관 운영사 콜로니얼의 파이프라인이 랜섬웨어 공격을 받아 미 동부 지역에 연료 공급이 중단, 주유소에서 기름 사재기 행렬이 이어지고 유가가 상승하는 등 대란이 있었다.

대부분의 시스템이 전산 기반으로 자동화돼 있는 한국 역시 해킹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랜섬웨어 신고 건수는 127건에 달했다. 전년에 비해 3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지난 2월 텍사스주의 기록적인 한파 역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당시 이례적인 강추위로 380만 가구에 전력 공급이 끊기는 등 대규모 정전 사태가 빚어졌다. 물론 한파가 주요 원인이었지만 재생에너지 시설도 문제가 있었다. 텍사스주는 15년간 풍력에너지 비중을 지속적으로 높여왔다. 하지만 지난 겨울 상당수 터빈이 꽁꽁 얼어 풍력발전으로 전력을 생산할 수 없었다.

 

[이넷뉴스=조선미 기자] sun@e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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