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아모레퍼시픽, 탈 플라스틱 이행 기업 1호···업계·소비자 관심 ‘up’
기업의 탄소 중립 정책 확산···‘대·중기 기술 협력’ 등 관련 지원 필요
[이넷뉴스] 과거 훌륭한 가전제품의 척도는 ‘성능’이었다. 이후 스마트 가전이 대세로 떠오르면서 ‘신기술’이 얼마나 탑재됐는지가 소위 잘 팔리는 가전제품의 기준이 됐다. 여기에 혁신적인 디자인은 기본 충족 대상이다.
하지만 이젠 ‘좋은 제품’의 기준이 달라지고 있다. 최근 탄소 중립이 전 산업계를 불문하고 최고의 관심사로 떠오르면서 ‘그린 기술’이 혁신 기술을 가르는 기준이 됐기 때문이다. 이는 비단 가전제품뿐만 아니라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전 제품군으로 확대되고 있다.

◇ TV부터 화장품까지 뉴노멀 가전제품 핵심은 ‘그린’
소비자들의 삶과 가장 밀착돼 있으면서 플라스틱 사용 비율이 높은 제품을 꼽으라고 한다면 단연 가전제품을 뽑을 수 있다. 외관부터 내장재까지 플라스틱이 사용 안 된 곳이 없을 정도로 가전제품에는 많은 플라스틱이 포함돼 있다.
글로벌 전자 폐기물 통계(GESP)에 따르면 2019년 전자폐기물 발생량은 5,360만 톤(t)이다. 이는 2015년 대비 9만 2,000t 증가한 것. GESP는 앞으로도 전자 폐기물은 지속해서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각 기업은 폐기물을 줄이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그 첫 스타트는 엘지(LG)전자가 끊었다. LG전자는 환경부, 자원순환사회연대와 ‘탈 플라스틱 실천협약’을 맺고 생산과 유통단계에서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고 친환경적이고 재활용이 쉬운 제품 생산을 확대한다고 밝혔다.
우선 TV, 사운드바 등 가전제품에 들어가는 플라스틱의 사용을 줄이면서 제품 및 재생원료 사용 비율을 확대할 방침이다. 또 기존 플라스틱도 재생원료로 대체하는 등 가전 분야 탈 플라스틱 정책을 실천할 예정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올해부터 LG 텔레비전과 사운드바 본체에 사용하는 플라스틱 원료의 약 30%를 폐자동차 전조등 또는 폐가전제품 등을 재활용해 생산한 재생원료로 대체한다. 동시에 페트병 재생원료를 100% 사용한 직물 소재를 외관에 적용한 사운드바 제품도 출시할 예정이다.
엘씨디(LCD) 텔레비전 대비 플라스틱 사용량이 30%에 불과한 오엘이디(OLED) 텔레비전 제품 생산 확대도 추진한다.
LG 생산 제품과 부품에 대해 과대 포장을 줄이고 친환경 포장으로 전환할 계획도 세웠다. 유통과정에서도 플라스틱을 저감하기 위해 사운드바 포장에 사용하는 스티로폼은 종이 완충재로 대체하며, 에어컨 실외기의 포장에 사용한 종이박스와 스티로폼 완충재도 다회용 포장재로 교체한다.
LG전자는 올 한해 탈 플라스틱 실천을 통해 폐플라스틱 약 1,050t을 재활용하고 약 1만t의 플라스틱(스티로폼 포함)을 절감할 것으로 추정했다.
앞으로 LG전자는 다른 제품에 대해서도 중장기적으로 일정 비율 이상 재생원료를 사용하도록 하는 방안을 연내 마련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용기의 대부분이 플라스틱으로 구성된 화장품도 업계 NO1 기업의 ESG 경영을 통해 플라스틱 제로 사업이 확장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포장재와 용기의 재활용성 향상(Recycle) △석유 기반의 플라스틱 사용 축소 및 불필요한 플라스틱 절감(Reduce) △플라스틱 용기의 재 이용성 제고(Reuse) △화장품 용기의 회수율 및 재활용률 제고(Reverse)를 내용으로 한 ‘4R 전략’ 아래 사업을 실행하고 있다.
특히 업사이클링(Upcycling)의 가치를 담은 명절 생활용품 선물세트 ‘지구를 부탁해’ 세트는 생분해가 가능한 사탕수수 원료와 FSC(Forest Stewardship Council:산림관리협의회) 인증을 받은 종이로 포장재를 구성해 플라스틱 사용을 줄였다.
또 무색 페트병(PET) 사용, 접착제 라벨 대신 사용한 종이 슬리브와 해당 세트에 포함된 ‘리사이클 페트병 에코백’으로 업계와 소비자의 관심을 받았다.
국내 화장품 업계 최초로 작년 10월 말 시작한 아모레퍼시픽의 리필 스테이션은 1,000명이 넘는 소비자가 리필제품을 구매하며 많은 화제를 낳았다.
이와 함께 다 쓴 화장품 공병을 회수해 소각하지 않고 재활용하는 비율도 높여가고 있는데, 매년 약 200t의 화장품 용기를 수거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에 따르면 글로벌 환경 기업 테라사이클(TerraCycle), 최근 MOU를 체결한 GS칼텍스 등과 함께 플라스틱 용기를 최소 100t 이상 재활용할 예정이다.

◇ 기업 “온실가스 감축 기술 개발 절실”
각 산업군에서 리딩 역할을 하는 대기업 위주로 ‘탈 플라스틱’ 정책을 펼치며 관련 기술을 개발하고 실천하고 있지만, 더 많은 기업으로 탄소 중립 정책을 확산하기 위해서는 관련 기술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에 참여 중인 기업 403개사를 대상으로 ‘2050 탄소 중립에 대한 대응 실태와 과제’를 조사한 결과 ‘현실적으로 탄소 중립은 어렵다’는 기업의 비율이 42.7%였다.
해당 기업들은 대응하지 못하는 이유로 비용 부담(41.7%), 감축 방법 부재(31.3%), 우선순위에서 밀림(22.2%) 등의 이유를 들었다.
한 제조업체 관계자는 “발전·수송 부문과 달리 산업 부문은 아직 탈 탄소 혁신기술이 개발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탄소 제로가 최종목표지만 현재는 점차 강화되는 온실가스 규제에 대응하는 수준”이라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탄소 중립을 위해 시급한 정책과제로 감축 투자 지원(36.7%)과 탈 탄소 혁신기술 개발(31.0%)을 요청한 기업이 많았고, 재생·수소에너지 공급 인프라 구축(15.1%), 법제도 합리화(11.2%), 협력 네트워크 구축(5.0%) 등을 요청한 기업도 있었다.
탄소 중립 대응에 나선 기업 역시 현재의 규제(39.0%), 규제강화 대비(21.7%) 등의 이유가 60.7%를 차지했다. 반면, ESG 실천(16.9%), 경쟁력 강화(12.5%), 공급망 등의 요구(5.2%), 기후 위기 대응 동참(2.9%) 등 보다 적극적인 이유로 탄소 중립 대응에 나선 기업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따라서 중소 및 벤처기업을 중심으로 한 관련 기술의 정부 지원,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기술 이전 및 교류 등의 지원책이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피력한다.
김녹영 대한상의 지속 가능 경영센터장은 “이번 조사 결과 우리 기업들은 2050 탄소 중립을 불가피한 과제로 인식하면서도 현실적인 탄소 감축의 어려움과 기업경영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이어 “탄소 중립을 현실화할 수 있는 길은 신재생에너지의 안정적 공급과 탈 탄소 혁신기술에 있는 만큼 정부의 적극적인 R&D 지원과 함께 산업계와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이넷뉴스=김진성 기자] jin@e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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