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가 LG에 2조원 합의금 지급하기로 합의
글로벌 배터리 업계 변화에 따른 압박과 미국 정부의 적극 중재

[이넷뉴스] 전기차 배터리를 두고 2년간 다퉈온 LG,와 SK가 11일 전격 합의했다. 지난 2019년 4월 LG에너지솔루션이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제소를 시작으로 소송전을 벌인지 713일 만이다. 

두 회사는 이번에 두 가지 사안에 합의했다. 첫째, SK이노베이션이 LG에너지솔루션에 현재가치 기준 총액 2조원(현금 1조원+ 로열티 1조원)을 합의된 방법에 따라 지급하고, 둘째, 이와 관련한 국내외 쟁송을 모두 취하하고 향후 10년간 추가 쟁송도 하지 않기로 했다. 이에 따라 2019년 4월부터 진행된 모든 소송절차는 마무리되게 됐다.

LG와 SK의 분쟁은 지난 2019년 LG화학이 ITC에 SK이노베이션을 영업비밀침해로 소송을 제기하면서 시작되었다. 그 결과 ITC는 올해 2월 LG측 손을 들어주는 최종판결을 내렸다. 이로 인해 SK이노베이션은 앞으로 10년간 영업비밀침해 부품 수입금지를 당하는 등 배터리 사업을 두고 큰 위기에 놓였었다.

LG와 SK
LG와 SK

◇ LG vs. SK, 두 회사의 배터리 분쟁 경과

2019년 4월 29일, LG화학은 미국 연방법원과 ITC에 SK이노베이션 측의 자사의 영업비밀을 침해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배터리 사업 후발 주자인 SK이노베이션이 자사 직원들과 기술을 뺏어갔다는 이유에서다. 5월에는 LG화학이 국내 경찰에 ‘산업기술 유출방지 보호법’ 위반 혐의로 SK이노베이션을 고소했다.

SK이노베이션도 가만있지 않았다. 2019년 6월 10일에 SK이노베이션은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영업비밀침해 없었다는 채무부존재 확인 청구 및 명예훼손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SK이노베이션은 또한 미국 연방법원과 ITC에 LG화학이 오히려 특허를 침해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 과정에서 두 회사는 최고 경영진들이 나서 진화에 나서는 분위기도 있었지만 무산되었다. 또한, 경찰 SK이노베이션을 압수 수색하며 두 회사의 분쟁은 조용히 해결될 수 없는 지점을 건너게 되었다.

LG화학도 SK이노베이션이 특허침해를 했다며 2019년 9월 27일에 미국 연방법원과 ITC에 소송을 맞제기했다. 

2020년 들어 ITC는 SK이노베이션이 LG화학의 영업비밀침해를 했다는 예비결정을 한다. 이에 SK 측이 이의를 제기해 재심의에 들어가며 분쟁은 더욱 복잡해진다. ITC는 사안의 중대함 때문인지 최종결정을 9월에서 10월로, 10월에서 또 12월로 연기한다. 그러나 ITC는 12월이 되자 최종결정 시한을 2021년 2월 10일로 또다시 재연기했다.

한편 한국에서는 SK이노베이션에 불리한 판결이 나왔다. 2020년 8월 27일 서울중앙지법은 SK이노베이션이 제기한 소송을 취하하고 손해배상 청구도 기각했다. SK이노베이션은 1심에서 패소한 것이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분쟁이 깊어지며 해를 넘기자 우리 정부가 중재에 나서기도 했다. 2021년 1월 28일에 정세균 국무총리는 양사에 소송 합의를 촉구했다. 

이러한 중재와는 상관없이 미국에서의 법적 절차는 마무리를 향해 달렸다. 마침내 최종결정 날인 2021년 2월 10일에 ITC는 LG화학의 배터리 사업 부문으로 있다 분리된 LG에너지솔루션의 손을 들어주었다. 그리고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를 미국에서 10년간 수입을 금지하는 결정을 내렸다.

한편, 4월 1일에 ITC는 LG에너지솔루션 측이 제기한 SK의 LG 특허침해 사건은 특허침해가 아니라는 예비결정을 내렸다.

그리고 11일 미국 바이든 대통령의 ITC 결정 거부권 행사 여부 결정 시한을 하루 앞두고 LG와 SK는 전격 합의하게 된 것이다.

 

◇ 바이든 정부의 승리라는 관측은 왜?

전문가들은 두 회사의 이번 합의를 바이든 정부가 이끌었다고 평가한다. 미국 내 일자리 창출과 전기차 공급망 구축을 원하는 바이든 정부 관계자의 중재가 합의에 큰 영향을 끼쳤다고 평가한 것이다. 

주요 외신들 또한 지난 몇 달간 SK와 LG 대표단들이 미 행정부 관리들과 만났고 이 결과 합의에 이르렀다고 분석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국제무역위원회(ITC)의 SK이노베이션 배터리 수입금지 조처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아왔다. 

하지만 그동안 영업비밀침해와 관련해 미국 대통령이 ITC 결정을 뒤집은 사례가 없어 거부권 행사의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예측이 많았다. 이는 바이든 대통령이 지식재산권 침해를 강하게 비판한 과거 사례에서도 볼 수 있다.

전문가들은 SK의 미국 사업 철수가 현실화될 경우 2600여 일자리가 날아갈 수 있다는 위험 부담이 컸다고 분석했다. 특히 SK 배터리 공장이 들어설 조지아주의 정치권은 일자리 문제로 바이든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종용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급성장해가는 미국 전기차 업계도 바이든을 압박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이번 분쟁이 극단적인 상황에 이른다면 SK 미국 공장에서 배터리를 공급받는 폭스바겐과 포드 등의 타격이 불가피했기 때문이다.

 

◇ K배터리, 다시 뛰기 위하여

양사가 싸우며 배터리 공급 불확실성이 높아지자 폭스바겐은 지난 3월 한국산 파우치형 배터리를 쓰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중국산 각형 배터리 비중을 늘리고 자체 생산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결국, LG와 SK의 분쟁으로 이득을 챙긴 것은 중국 배터리 기업이다. 그동안 LG와 1위를 다투던 중국 CATL은 올해부터 다른 회사보다 점유율에 크게 앞서며 1위를 굳히고 있다. 중국의 다른 배터리 기업들도 크게 성장하고 있는 건 통계만 봐도 알 수 있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가 배터리 내재화를 선언하고 중국이 무섭게 치고 올라오는 상황에서 양사의 합의는 불가피했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두 회사의 향후 과제는 중국산 배터리보다 효율과 성능에서 뛰어난 차세대 배터리 개발에 집중하는 것이다. 그동안 한국은 배터리 연구개발 분야에서 힘을 모아야 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필요하다면 협업도 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내연차는 머지않은 미래에 사라지고 전기차가 그 자리를 메울 예정이다. 배터리는 전기차의 가장 중요한 부품이고, 그만큼 배터리 기업들이 사운을 걸고 싸움을 할 만한 가치가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부터는 분쟁에서 얻은 교훈으로 미래를 준비하고 다시 뛰어야 한다.

[이넷뉴스=강대호 기자] dh9219@e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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