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사양, 충전기 출력, 배터리관리시스템(BMS) 등 다양한 요인의 영향을 받는 배터리 충전 속도와 용량
[이넷뉴스]
“테슬라로 평소 서울만 오가니까 별문제 없었는데 지난주 대구에 다녀올 때 하마터면 방전될 뻔했습니다.”
경기도 성남에 거주하는 A씨(45세, 남)의 말이다. 급히 떠나느라 완충하지 못했지만 중부내륙고속도로 북상주나들목 근처에 있는 ‘테슬라 상주 슈퍼차저’까지는 충분할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그는 충주를 지나며 남은 전기가 좀 불안했다. 그렇다고 휴게소에서 충전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휴게소 충전기와 연결하는 테슬라 전용 어댑터가 없었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A씨는 방전되기 전에 ‘테슬라 상주 슈퍼차저’에 도착할 수 있었다고.
전기차 회사들은 초급속 충전하면 18분 만에 80% 충전할 수 있다든지 5분 충전으로 최대 120km 주행할 수 있다고 광고한다. 배터리 충전이 전기차 판매의 중요한 요소가 되기 때문에 제조사들이 가장 먼저 내세우는 것이다.
문제는 홍보 문구에 나온 충전 속도와 용량이 실생활에서 실현되기 어렵다는 점이다. 배터리 성능과 인프라만의 문제일까.

◇ 전기차 충전 성능을 결정하는 요인들
전문가들은 전기차의 충전 성능이 배터리 사양과 충전기 출력뿐 아니라 배터리관리시스템(BMS)의 충전 로직, 배터리 잔량과 온도 등 다양한 요인의 영향을 받는다고 한다. 현실에서는 충전 속도와 용량이 발표된 수치와 차이가 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충전 속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충전기의 출력이라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출력은 단위 시간당 전기기기가 하는 일의 양을 일컫는다. ‘속도’의 개념으로 이해하면 쉽다.
전기차 충전기의 출력으로는 킬로와트(㎾)라는 단위를 쓴다. 시중에는 7㎾급 완속 충전기부터 최근 등장한 350㎾급 초급속 충전기까지 사양이 넓다. 당연히 충전기 사양에 따라 속도가 천차만별이다.
충전기 출력과 배터리 용량을 함께 보면 충전에 필요한 시간을 대략 가늠할 수 있다. 배터리 용량은 킬로와트시(㎾h)라는 단위를 쓴다. 1㎾h는 1㎾로 1시간 충전했을 때 쌓인 전력량을 뜻한다. 만약 350㎾h라면 350㎾급 충전기를 1시간 이용할 때 쌓이는 전력량이다.
만약 350㎾급 충전기로 배터리 용량이 72.6㎾h인 아이오닉5 롱 레인지를 충전하면 13분 안에 100% 완충이 가능하다. 물론 이론상 그렇다는 말이다.
하지만 실제는 100㎾급 충전기의 경우 실제 평균 출력은 60㎾ 안팎에서 형성되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더 많은 전류를 받아들이게 하려면 굵은 전선을 써야 하는데 그렇게 하면 차량이 무거워져 전비가 나빠지기 때문이라고. 충전 속도를 높이는 대신 어쩔 수 없이 1회 충전 주행가능거리가 줄어드는 선택을 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전문가들은 또한 충전 속도가 같은 충전기, 같은 차량이어도 여러 조건에 따라 감소한다고 설명한다.
“지난번 거의 방전됐을 때 충전하니까 소요시간이 평소보다 더 걸리는 거 같더라고요.”
위에서 언급한 A씨의 말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배터리관리시스템(BMS) 때문일 것으로 보았다. BMS는 배터리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조절 장치다. 배터리 잔량이 0%나 100%에 가까울 때는 속도가 현저히 떨어질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일부 업체들이 100% 완충이 아닌 80% 충전을 기준으로 발표하는 데는 이런 이유가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실제로 각 업체가 기준으로 삼는 충전 구간은 제각각이다. 몇몇 업체는 ‘0%→80%’가 아닌 ‘5%→80%’나 ‘10%→80%’ 구간의 속도를 발표한다.
시작점이 0%에 가까울수록 평균 충전 속도가 느려지므로 5%나 10%를 전기차 회사들이 선호하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본다.
또한, 배터리 온도도 충전에 영향을 미친다고. 일반적으로 배터리 온도가 낮을수록 충전 속도가 느려진다는 것이다.

◇ 배터리 충전 속도와 거리, 정확한 정보가 필요한데
현대차 아이오닉5 보도자료에는 “350㎾급 초급속 충전 시 18분 이내 배터리 용량의 80% 충전이 가능하다”고만 나와 있다. 충전을 시작할 때의 배터리 잔량에 대한 정보는 없다. 소비자들은 완전 방전 상태에서 80%까지 충전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라고 이해할 수도 있다.
테슬라는 정보가 더 부족하다. 보도 참고자료에만 “(슈퍼차저를 이용하면) 80% 충전까지 평균 한 시간 정도 소요된다”는 문구가 있을 뿐이다.
위에서 언급한 A씨뿐 아니라 다른 전기차 사용자들과도 인터뷰했는데 그들은 시간 날 때마다 충전한다고 했다. 그들은 제조사에서 알려준 수치가 실제와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고, 혹시라도 충전소를 찾다가 길 한가운데서 방전되는 상황을 제일 두려워했다. 어쩔 수 없이 평소 감으로 충전하는 이유다.
“신형 아이오닉 상담하는 고객들이 많은데요. 차 성능보다는 충전 방법과 충전소에 대해 더 궁금해 하고 있습니다.”
서울 중랑구의 현대차 대리점 직원 B씨(남, 36세)의 말이다. 그런데 전기차를 영업하는 그조차도 초급속 충전기가 아닌 일반 급속·완속 충전기를 사용한 아이오닉5 충전 속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보였다. 참고로, 현대차가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350㎾급 충전소는 현재 국내에 6곳뿐이다.
전기차 배터리 충전 속도에 대한 경쟁이 치열해지다 보니 업체 입장에서는 숫자를 최대한 높게 잡고 싶은 욕심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모호한 기준으로 홍보한다면 실제 운전자들에게 예상치 못한 불편을 일으킬 수도 있다. 전기차 사용자들은 충전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필요하다.
[이넷뉴스=강대호 기자] dh9219@e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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